[세월호 국조] 유가족 격노 “AI랑 세월호랑 같냐!”...기관보고 파행으로 끝나
대화하는 심재철과 조원진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기관보고 종합질의에서 심재철 위원장이 조원진 새누리당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 마지막날인 11일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의 '조류독감(AI) 비유'에 이어 여당 소속 심재철 국조특위 위원장의 '유가족 퇴정' 조치가 파문을 일으키면서 기관보고가 결국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조원진, 'AI 비유'에 유가족들 "AI와 세월호가 같냐!" 공분
심재철 '유가족 퇴정 조치'가 기름 끼얹어

파행의 결정적 계기는 심재철 위원장의 '유가족 퇴정' 조치였지만, 단초를 마련한 것은 조원진 의원이 세월호 참사를 AI에 비유한 것이었다. 이는 유가족들의 상당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조원진 의원은 이날 오후 3시께 질의에서 현행법에 따르면 이번 세월호 사고의 컨트롤타워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AI를 예로 든다.

"AI가 터졌다. 대통령꼐서 AI 책임자한테 전화를 한다. 이 AI가 확산되지 않도록 모든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을 다 동원해서 막아라. 그러면 그 책임은 컨트롤타워가 대통령인가?"

조 의원이 이 발언을 하자 방청석에서는 "AI를 세월호와 비교하냐!"는 등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유가족들의 항의에 잠시 멈칫한 조 의원은 산불, 철도 및 고속도로 다중추돌사고 등을 예로 들며 질의를 이어간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이 'AI' 발언에 대해 "적절치 못한 표현"이라고 지적하며 해명을 요구하자, 조 의원은 "AI 부분에 있어서 오해가 있었다면 표현이 잘못됐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여러 가지 재난 상황을 얘기하다 나왔으니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논란을 불식시키고자 했다.

기관보고가 계속 진행이 되던 와중에 이번엔 증인으로 출석한 목포해경 소속 123정 정장의 발언이 유가족들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123정은 세월호 침몰 당시 선장 등 선원을 먼저 구조해 문제가 됐는데, 123정 정장은 선원 신분을 알 수 있는 여러 정황에도 불구하고 "(구조 당시) 선원인 줄 몰랐다"고 말한 것이다. 격분한 한 유가족이 "뭘 몰라!"라고 소리쳤고, 심재철 위원장은 '반복 소란'을 이유로 퇴정 명령을 내렸다.

이 조치에 유가족은 "이게 국정조사냐!"고 강하게 반발했고, 방청석에 있던 다른 유가족들도 항의하는 뜻에서 전원 퇴장했다. 야당 위원들도 심 위원장에게 항의를 했고, 심 위원장은 "한 템포 늦추겠다"며 퇴정 조치를 철회하며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격앙된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고, 심 위원장은 결국 오후 4시께 '조사 중지'를 선언했다.

야당 위원들 "심재철·조원진 묵과 못해, 위원직 사퇴해야"
분노한 유가족 "우리들은 닭이었군요. 그래서 살처분한 거냐!"

조사가 중지된 뒤 국조특위 야당 위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심재철 위원장과 조원진 간사의 유가족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는 물론, 당장 국조특위 위원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김현미 의원은 "심재철 위원장의 유가족에 대한 모욕적 의사진행과 조원진 간사의 발언에 대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더 이상 기관보고를 받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야당 위원들은 두 위원의 사퇴가 없으면 국정조사 진행에 협조할 뜻이 없다는 강경한 뜻을 내비쳤다.

야당 위원들은 성명에서 "사고 당시 구조자 중 선원의 신분을 확인하지 않은 해경 123 정장은 자신을 변호하기에 급급했다"며 "뻔뻔스러운 답변으로 일관해 질타했어야 마땅함에도 심 위원장은 항의하는 유가족을 국정조사장에서 퇴장 조치했다"고 질타했다.

또한 조 의원에 대해선 "정부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처로 인해 단 한 명의 국민을 구조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를 조류독감과 비교하는 막말을 자행한 것"이라며 "조원진 간사는 자신의 발언에 오해가 있다며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가족들도 심 위원장과 조 의원에 대해 분노감을 표출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결국 우리들은 닭이었군요. 그래서 살처분 한겁니까!"라며 "그동안 국정조사를 파행시킬 수 없어서 참고 또 참아왔는데, 조원진 간사와 심재철 위원장의 이번 망언과 처사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습니다!"라고 성토했다.

해경 123정 정장에게 항의하는 유가족
11일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 중에 세월호 침몰 당시 현장에서 선원들을 먼저 구조해 논란을 빚은 해양경찰청 소속 123정 정장이 "선원인 줄 몰랐다"고 말해 유가족들이 강력히 항의했다.ⓒ민중의소리

심재철 "상습적으로 고함지르는 분을 어떻게 참느냐" 항변
조원진 "AI 비유는 여러 국가재난 예시하는 과정서 나와…마음 상했다면 사과"

한편, 심재철 위원장은 야당 위원들의 기자회견 직후 정론관을 찾아 '퇴정 조치'의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자기 마음에 드는 발언이 안 나온다고 고함을 지르고, 그것도 상습적으로 하는 분을 어떻게 더 이상 참느냐"며 "그래서 퇴정을 시켰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야당의 항의에 '그럴 수도 있겠다. 저를 가라앉히겠다. 퇴정 취소할 테니 들어오라고 하십시오'라고 했다"며 "그러나 한 발 물러선 것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심 위원장은 "하루빨리 회의가 진행돼 원만히 마쳐지기를 기대한다"며 야당 의원들의 복귀를 촉구했다.

조원진 의원도 'AI 비유' 발언 파문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조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당시 발언이 담긴 회의 속기록을 낭독하면서 "(AI 등) 이러한 예는 국가재난을 여러 가지 예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가지 재난의 예를 들었는데 유가족들의 마음이 많이 상했다면 정말로 사과드린다"며 "(기관보고) 마지막 날 이러한 좋지 않은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여야가 같이 반성하고 다시 속개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심 위원장과 조원진 의원 등 여당 위원들은 이후 회의장에서 대기했으나 야당 위원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심 위원장은 오후 7시24분께 조사 중지를 선언했고, 오후 8시55분 다시 속개했으나 마찬가지였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유가족들은 "우리 아이들이 살처분된 것도 몰랐다", "우리 퇴정시키려면 살처분 시키세요"라고 두 위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항의 의사를 계속 표시했다. 심 위원장은 10분만에 다시 조사 중지를 선언했다.

김현미 의원을 비롯한 야당 위원들은 국회 본관 로텐더홀 계단에서 사퇴 요구에 대한 심 위원장과 조 의원의 응답을 기다렸으나 어떠한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기관보고는 결국 자정을 넘겨 재개되지 못하고 파행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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