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들 “아이들에게 용서받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국회에 세월호 특별법 촉구하는 유가족들
세월호 참사 100일인 24일 오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대행진에 나선 세월호 유가족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농성중인 가족들에게 향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거친 빗줄기 속에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희생자 가족들의 도보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00일 째인 24일 오전, 희생자 가족들은 304명의 영정사진이 내걸린 노란색 미니버스를 따라 지친 발걸음을 재촉했다.

‘1박2일 100리 도보행진’ 둘째 날 일정에는 희생자 가족 250여명뿐만 아니라 시민 참가자 등 100여명도 함께 참여했다.

흐릿한 날씨만큼이나 행진하는 가족들의 표정도 어두웠다. 2학년4반 故 강승묵 군 아버님 강병길(48)씨는 어둑한 하늘을 보고 “하늘나라에 있는 아이들이 부모들의 행진을 돕기 위해 햇빛을 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故 강승묵 군은 가족들이 승묵 군을 찾기 위해 진도로 내려간 뒤 아버님이 운영하던 가게 셔터에 승묵 군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형형색색의 쪽지가 빼곡히 붙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은 바 있다.

강 씨는 “어제 20km를 넘게 행진하면서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아들의 얼굴이 아른거려 멈춰 설 수 없었다”면서 “아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아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던 아버지의 무능을 용서받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행진하겠다”고 눈물을 훔쳤다.

이어 강 씨는 “사고 100일이 지나도록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 이유조차 알지 못한 부모가 어떻게 맘 편히 살 수 있겠냐”면서 “사고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는 날까지 어떠한 고통도 감수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박수 받으며 출발하는 세월호 가족들
세월호 참사 100일인 24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광명시민체육관에서 세월호 특별법 촉구 행진에 나선 유가족들을 시민들이 배웅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세월호 유가족들, 아이와 보상금을 바꿀 수 없다
세월호 참사 100일인 24일 오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대행진에 나선 세월호 유가족들이 서울 구로구청 인근을 지나고 있다.ⓒ양지웅 기자
파스 붙이고 특별법 대행진 나선 세월호 유가족들
세월호 참사 100일인 24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광명시민체육관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특별법 촉구 대행진에 나선 가운데 유가족들의 종아리에 파스가 붙어 있다.ⓒ양지웅 기자

전날 강행군에 발걸음이 무거워진 가족들은 서로에게 ‘화이팅’을 외치며 행진의 완주를 응원했다. 행진 거리가 길어지면서 다리를 절뚝거리는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가족들의 몸 상태를 살피던 진행요원들은 참가자들에 스프레이 파스를 뿌리는 등 긴급처방을 하느라 쉴세가 없었다.

신도림에서 영등포역으로 접어들 때부터 구름 가득했던 하늘에서 비가 세차게 쏟아졌다. 가족들은 노란 우비와 노란 우산 등으로 비를 피하면서 행진을 진행했다. 젖은 옷과 신발 때문에 가족들의 몸은 더욱 무거워 보였지만 가족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거의 다왔다. 조금만 힘내자”를 외치며 지친 가족들은 응원했다.

국회에 접어들자 희생자 가족들의 눈시울은 다시 붉어졌다. 100일이 지나도록 세월호 특별법 제정조차 지지부진한 국회에 대한 억울함이 녹아있는 눈물이었다. 강병길 씨는 “국회에 올 때 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면서 “국회는 하루빨리 사고의 진상규명과 책임차 처벌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토로했다.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던 유가족들이 국회에 도착한 행진 참가자들을 반갑게 맞았다. 수척해진 단식농성 가족들과 비에 홀딱 젖은 행진 참가자들이 서로의 손을 붙잡고 노고를 위로했다.

태안사설해병대캠프 유가족 대표 이후식(47)씨도 국회 앞에서 도보행진 참가자들을 응원했다.

이 씨는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 등으로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잃었지만 국가는 이에 대한 원인규명 조차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이들의 사고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행진 둘째 날인 이날 참가자들은 광명시민체육관에서 출발해 신도림역·영등포역을 지나 오후 2시께 국회의사당에 도착했다. 점심식사 후 오후 4시께 국회의사당을 출발한 행진행렬은 마포대교~충정로를 거쳐 서울광장으로 이동해 세월호 참사 100일 시낭송 및 추모음악회 ‘네 눈물을 기억하라’에 참여할 예정이다.

우비 입고 빗속 행진하는 세월호 유가족들
세월호 참사 100일인 24일 오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대행진에 나선 세월호 유가족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도착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국회에 가득한 세월호 가족들의 노란우산
세월호 참사 100일인 24일 오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대행진에 나선 세월호 유가족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농성중인 가족들에게 향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국회 도착한 세월호 특별법 유가족 대행진단
세월호 참사 100일인 24일 오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대행진에 나선 세월호 유가족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농성중인 가족들에게 향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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