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밀양·강정마을·용산참사 피해자들 “약자와 소통하는 교황, 진심으로 감사드려”
밝은 미소로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오후 충남 서산시 해미 성지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 폐막식에 참석하고 있다.ⓒ교황방한위원회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방한 일정인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초청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밀양 송전탑, 제주 강정 해군기지 공사 강행의 피해자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등이 낮은 곳으로 향하는 교황의 행보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서울 명동성당 미사에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 3명을 비롯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해 온 강정마을 주민 3명,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마을 주민 3명,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7명, 용산 참사 피해자3명이 초청됐다. 이들은 공사 강행 등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거나 가족·동료를 잃는 등 정부와의 갈등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이다.

이외에도 이날 미사에는 환경미화원, 장애인 등 약자들이 대거 초청됐다. 또 한국 평화를 위해 일했던 메리놀회 수도회 관계자 5명, 한국 카리타스 관계자 5명, 가톨릭노동장년회(2명)·가톨릭농민회(2명) 회원 등 1,000여명이 미사에 함께했다.

교황은 미사 시작 전까지 성당을 가득 메운 신자, 일반 참가자들과 눈을 마주치며 인자한 미소를 보였다. 특히 교황은 제대에 오르기 전 맨 앞자리에 앉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손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김복동(89) 할머니는 사전에 준비한 나비 모양의 배지를 교황에게 전했다. 교황은 현장에서 나비 배지를 달고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교황께서 오셔서 한도 풀어주신 것 같다"며 "평화를 말씀하시면서 미래 후손들에게 희망도 주신 것 같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일본 사람들의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할 수 없지 않나"라며 "일본 아베 총리가 평화적 해결에 나서도록 교황님께서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방한 일정인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초청된 사람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방한 일정인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초청된 사람들ⓒ사진공동취재단

"사회적 약자를 기억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날 미사에 초청됐지만 교황과 직접적으로 대면하지 못한 가족들도 낮은 곳으로 향하는 교황의 행보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을 펼치고 계신 정인출 할머니는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본 교황님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에 평화를 가져다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직접 교황님과 이야기 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우리같이 힘없고 소외된 이들을 기억하고 초청해 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 할머니는 "엄연히 우리나라 대통령이 있음에도 소통하지 못하고 교황님만을 바라보는 이 자리의 어려운 사람들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강정마을 고권일 부회장도 "밀양과 쌍용자동차, 강정마을 등 사회적 약자들을 이런 자리에 불러주신 교황님께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미사 때마다 소외된 사회 약자들을 대변해주시는 듯한 강론들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쌍용자동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소식에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을 만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직접 마주하지는 못했다"면서 "하지만 이런 자리를 통해 쌍용장동차를 포함한 많은 아픔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말할 수 없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또 "교황님의 메시지를 통해 고통받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면서 "교황님께서 앞으로도 사회 자본의 탐욕과 이윤 앞에 길거리로 내몰리고 탄압받는 노동자들이 있음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약속 지킨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순교사 시복미사를 앞두고 카퍼레이드를 하던 중 34일째 단식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를 만나고 있다.ⓒ교황방한준비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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