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남 칼럼] 상지대로 돌아온 김문기, 교육부는 답하라

상지학원 이사회는 사학비리의 전형으로 평가되는 김문기 씨를 끝내 상지대학교 총장으로 임명하였다. ‘임시이사는 정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는 다수의견을 낸 지난 200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 이후 우려하던 가장 나쁜 시나리오의 마지막 장을 펼쳐보게 되었다. 대학의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높은 질의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며 지역과 사회에 헌신하는 대학의 역할과 책무는 철저하게 왜곡되어 마치 저 세월호의 선장과 그 배후마냥 침몰하는 상지대를 주저하지 않고 삼킬 것이다.

죄인일지라도, 구체적으로 입시비리 및 교비횡령 혐의로 구속되어 실형을 선고받은 학교법인의 전임 이사장일지라도 한국의 사립학교법은 관용을 베풀어 사학의 융성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준다. 또한 사립대학을 운영하는 주체를 원칙적으로 학교법인에 한정하면서도 그 법적 지위에 관하여 한국의 사립학교법은 출연재산을 중시하는 재단법인으로 규정하면서 오로지 이사회에게만 사립학교의 장 및 교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는 사립학교 경영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는 전권을 부여한다.

따라서 누구든지 학교법인 이사회의 다수를 차지하기만 하면 과거의 화려한 비리사범일지라도 그 사립학교를 사사화(私事化)하기란 식은 죽 먹는 것보다 쉬울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총장의 자격에 관하여 매우 온정적이고 사립학교에서의 민주주의 구현에 필요한 법적 지위를 출연재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행 사립학교법의 구조적 한계를 잘 이용만 한다면 사립학교 하나쯤 먹어치우는 것은 쉽다는 말이다.

비리 전과자에게도 관대한 사립학교법

하지만 겉만 번지르르한 법체계 속에서 배출되는 게 오로지 더러운 사학비리만 있다고 좁게 인식해서는 이번 ‘김문기 씨의 복귀 사건’이 갖는 본질을 놓치게 된다. 여전히 교비횡령, 입시비리 또는 교수채용비리 소식들이 여러 사립대학에서 들려오긴 하지만 이런 현상이 아직껏 반복되는 것은 사실 사립대학의 고유한 현상은 아니고 한국 사회에 만연된 부패와 심각한 도덕성의 상실이 가져다준 징표들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대학 자율성 내지 사립학교의 자주성이라는 허울좋은 명분으로 은폐되는 대학민주주의의 왜곡이다. 사학비리도 사실 여기에서 나온 결과적 현상일 뿐이다. 대학민주주의의 왜곡과 부정을 바로잡지 않는 한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은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며, 특히 이번 상지대의 경우 사학비리의 구조적 원인체라고 할 수 있는 그 왜곡을 근절하는 방향의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상지대
상지대학교 학생들에 이어 교수들까지 김문기 총장 선임에 반발하고 나섰다.(자료사진)ⓒ뉴시스

물론 사립학교법이 여전히 사립학교의 운영주체인 학교법인의 성격을 재단법인으로 설정하고는 있지만, 사립학교법은 대학의 구성원, 즉 교수와 학생 등 교육주체를 비롯하여 지역사회나 동문회 등의 이익 내지 지위를 사립학교의 운영에 반영할 수 있는 여지를 곳곳에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사립대학의 운영에 관한 심의 내지 자문기구에 불과하기 하지만 ‘대학평의원회’는 교원, 직원, 학생 중에서 각각의 구성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자로 구성할 뿐만 아니라 동문 및 대학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를 포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몇몇 대학이 대학평의원회 구성 자체도 거부하였어도 이제 한국의 사립대학은 이 기구를 상시적 기구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되었다. 물론 아직 여물지 않은 채 생각의 싹만 빼꼼 자라난 정도지만, 민주주의가 대학에서 구현될 수 있는 토양이 존재하기 때문에 늦은 속도에도 불구하고 그 방향을 잘 견지하고 줄기를 자라게 하고 잎사귀를 틔운다면 사립학교를 출연재산의 모둠이 아니라 학교구성원들의 민주적 공동체로 충분히 이끌 수 있다.

관건은 운동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립학교를 둘러싼 규범과 그 체계는 매우 유동적이고 불완전하여 여전히 생성 중에 놓여 있는 법영역이기 때문에 입법운동이든 재판투쟁이든 학자들의 법이론운동의 열정과 헌신이 이어지면 사립대학이 점차 ‘배움과 실천을 위한 민주적 공동체’로 바뀔 것이다.

총장과 이사의 자격을 교육과 도덕의 관점에서 엄중하게 규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총장의 선출에 학교구성원의 의지와 이익이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고 이사 등 임원 역시 개방이사 등의 정신에 입각하여 그 수를 점차 확대하고 대학의 교육주체들도 경영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선임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학교비리를 저지르고 학내민주주의를 왜곡한 사람은 비록 과거에 학교법인에 재산을 출연하거나 기부하였더라도 학교 현장과 그 관리체제에서 영원히 퇴출하도록 입법해야 한다. 법원 역시 여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는데, 사학의 자주성이 문제되지 않는 한 사학의 공공성을 우선가치로 설정하여 자신의 ‘법과 양심’을 채워야 할 것이다.

황우여 취임, 김문기 복귀...오비이락인가

이런 관점이라면 교육부 속의 법원이 되어버린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당연히 개혁대상 제1호가 된다. 특히 이번 김문기 씨가 복귀하게 된 시나리오의 첫 장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일탈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앞으로 벌어질 상지대의 교육적 파탄에 대한 책임은 교육부와 국회를 비롯한 고등교육기관의 관리책임자들에게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더욱이 의혹은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등장과 관련된다. 김문기 씨는 7월 말 이사선임절차를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에 그 취임승인을 신청하지 않다가 8월 14일 스스로 총장의 자리를 만든다. 신임 교육부 장관의 내정과 취임을 전후하여 벌어진 일정들이다. 교육부의 자혜가 없는 한 매우 영악한 정세분석에 따른 처신일 뿐이라고는 결코 볼 수 없는 사안이다. 신임 교육부 장관이 현 대통령과 함께 지난 민주정부 말기인 2007년 사학법 개정을 이끈 공신이라는 점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박근혜 시대에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취임과 김문기 씨의 상지대 복귀는 찰떡궁합이 아닐 수 없다.

상지대 구성원들은 교수, 학생, 동문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와 많은 시민들이 지난 20년간 침몰되어가는 상지대를 구하기 위하여 ‘모든 것’을 던졌다고 평가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나 역시 90년대 중후반 시간강사로서 몇 년간, 그리고 지금껏 두 편의 논문(1) 및 이와 관련한 활동(2) 등을 통해 파괴된 대학이 어떻게 교육공동체로 살아나는지를 보았다. 하지만 그 ‘원주의 봄’은 잠깐이었다. 2007년 대법원 판결 이후 서서히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급격하게 다시 옥죄는 반교육세력들의 움직임과 교육부의 매우 협력적인 ‘부동’(不動)은 급기야 선무당 김문기 씨를 앞세워 반동의 깃발을 흔들고 날선 칼을 휘두리며 대학민주주의의 싹과 기둥을 모조리 잘라버릴 기세다.

교육감선거의 완패 속에 교육부가 초중등교육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등으로 정세를 역전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오판 아래 대학들의 민주주의 요구를 꺾고 그 의지를 캠퍼스에 가둬놓을 요량으로 분규대학의 양산을 일부러 묵과하려는 하수(下手)를 생각하고 있다면 교육부가 모처럼 세게 잡은 것은 칼자루가 아니라 칼날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김문기 씨는 그저 작두 위에 올라탄 선무당 이어서 걱정이 앞설 뿐이다.

2011년 사분위의 계속된 비리재단 복귀 허용에 항의하며 상지대 정대화 교수 등이 삭발을 하고 있다.
2011년 사분위의 계속된 비리재단 복귀 허용에 항의하며 상지대 정대화 교수 등이 삭발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대학민주주의를 위한 연대운동을

급한 것으로는 김문기 씨를 총장에서 사퇴시키고 교육부로 하여금 이사취임승인을 거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왕이면 현 이사들의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면 이는 다시 ‘원주의 봄’을 되찾는 일일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은 운동이고 그 운동의 방법은 연대에 있다. 물론 그동안 상지대의 문제를 좁게 인식하지 않고 이를 한국 사학의 문제현상으로 넓게 보려는 노력이 없지는 않았지만 지난 20년의 운동과 연대를 성찰하면서 다시 희망의 기원을 다진다면 상지대를 시작으로 한국의 많은 사학들과 시민들이 함께 할 것이다.

마침 대학에서의 비리세력을 척결하고 대학다운 교육·연구공동체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다시 전국적으로 드세다. 막 창립한 ‘한국대학학회’처럼(3) 무엇보다도 많은 학자들이 연구실에서 갇히지 않고 한국사회의 대학이 지닌 문제점들을 실천의 장에서 공유하려고 한다.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만이 갖게 되는 비장함도 공유되긴 하지만, 지난 사학비리척결운동의 성찰이 낳은 결과로 평가되며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입시비리나 교비횡령의 개념으로 사학비리를 규정해버리면 대학운동의 흐름이 어느 한두 캠퍼스에 갇히게 되기 때문에, 이제라도 한국대학의 위기랄까 실천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사유화되어가는 사학과 거기에서 압살되어가는 민주주의의 정신을 회복하고 그 성과를 함께 획득해나가는 것이라는 운동적 사고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고영남, 학교법인 임시이사의 권한 – 상지학원 사건을 중심으로, [민주법학] 제34호, 2007; 고영남, 학교법인의 정상화에 관한 종전이사의 이해관련성, [민주법학] 제42호, 2010.

(2) 민주주의법학연구회와 민변이 공동주최한 토론회 <상지대 판결 무엇이 문제인가>(2007.5.29.)의 지정토론;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임시이사파견학교공동대책위원회’ 등 11개 교육시민단체들이 공동주최한 토론회 <제1기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무엇을 남겼는가>(2010.3.5)에서 주제발표; 고영남, 사학비리를 ‘사학의 자유’로 정당화할 수 없다, <교수신문>(2010.5.10.); 오마이뉴스 주관 긴급토론회 <상지대 사태를 통해 본 비리재단의 사학복귀 이대로 좋은가>(2010.7.28.)의 지정토론.

(3) 한국대학학회 창립기념 학술대회 <한국대학, 무엇이 문제인가:위기 진단과 실천적 과제>(201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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