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순 칼럼] 계속되는 화학사고, 주민 알권리로 예방해야

2012년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누출사고 이후 2013년 한해 87건으로 예년 평균 7배로 급증했던 화학사고가 2014년에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2014년 6월말 산업재해 발생현황’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산업재해 사망자가 977명으로 업무사사고 사망자는 지난해보다 1.1%, 업무살질병 사망자는 7.2%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특정화학물질 중독(10명)이 100%, 유기용제 중독(4명)도 33.3% 증가한 것이 주요원인으로 계속된 화학물질 누출·폭발사고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최근 더욱 심각한 것은 8월 이후 9건의 화학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그 빈도수가 높아지고 사고간격이 짧아져 ‘화학물질 대형참사의 전주곡이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화학물질 폭발,누출사고 현황
화학물질 폭발,누출사고 현황ⓒ일과건강 현재순

9월 2일 오후 5시 20분, 안양시 만안구 박달2동에 있는 ‘노루표 페인트’ 공장에서 에폭시 도료탱크 냉각수 공급장치 이상으로 물을 뿌리면서 수증기가 발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악취와 눈 따가움, 호흡곤란 등 공장직원과 안양, 광명 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진료를 받았다. 화학물질안전원 관계자는 "에폭시 도료가 유해물질은 아니지만 만일에 대비해 수증기의 정확한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틀이 지난 4일 오후까지도 악취가 남아 있어 주민들의 불안과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공개가 선행돼야 한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매년 공개하는 화학물질 배출량 정보에 따르면 노루표 페인트는 26개 화학물질이 배출되고 있으며 이 중 발암성 물질이 7개, 생식독성과 발달독성물질이 5개, 환경호르몬 4개, 사고대비물질 6개 등을 취급하고 있다.

특히, 이번 누출된 수증기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에폭시 성분을 보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에폭시의 주성분인 비스페놀 A(BPA)는 환경호르몬, 생식독성과 발달독성이 있는 물질로 내분비계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하거나 혼란시켜 뇌기능 저하, 생식기능 저하, 성장장애, 기형, 유방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미국 국립 독극물 연구소(NTP)에 따르면 주로 플라스틱이나 에폭시 합성수지 원료로 쓰이는 BPA는 동물 실험결과 임신이나 수유기간 중 장시간 노출될 경우 생존율과 성장률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BPA는 주로 식료품이나 음료수를 용기에 밀봉하는 과정 중 섞여 들어가는 것으로 유아의 젖병에서도 BPA 흡수율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도 BPA의 인체 위해성은 이미 알려져 있어, 일부 젖병 제조업체들은 사용을 자제하고 있지만 젖병 가열시 BPA가 방출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기도 하다.

노루표페인트 배출량 공개물질
노루표페인트 배출량 공개물질ⓒ일과건강 현재순

상황이 이러함에도 화학물질안전원은 성분분석이 시작도 되기 전에 유해물질이 아니라며 섣부른 결론을 내리고 있다. 또한, 사고주변의 주민들이 메스꺼움과 구토증세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위험성은 있는 그대로 알려져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된 예방과 대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루표페인트가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치료를 돕기 위해 운영한다는 신고센터는 위기모면형 대책이 아니길 바라며 화학물질안전원 또한 분석결과를 하루라도 빨리 빠짐없이 공개해서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주어야 한다.

이런 조치가 잘 되더라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평상시 주민들에게 화학물질 정보가 알기 쉽고 보기 편하게 공개되고 사고 시 어떠한 매뉴얼로 대처해야하는지를 알려주고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제도적 장치인 ‘지역사회알권리법’ 제정이 시급하다.

8월 19일 인천서구 왕길동 소재 한일화학공사(주)에서 아세트산비닐이 누출되어 주민 10명이 병원진료를 받고 주변하천 물고기 100여 마리와 가축 20여 마리가 폐사되고 농작물 1000여평이 고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세트산비닐은 필름, 접착제, 목공용 본드, 껌 등의 원료로 이용되는 물질이며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2B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아세트산비닐은 흡입할 경우 눈, 피부, 호흡기에 자극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 구토나 현기증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사고대비물질이다.

아세트산비닐이 누출
사고 열흘이 지난 시점에 아세트산비닐이 누출된 도랑 주변에 비닐이 덮어져 있다.ⓒ인천환경운동연합

이 경우 또한, 사고 당시 즉시 주민들에게 누출물질에 대한 정보제공이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심지어 사고 후 열흘이 지난 시점에서도 누출된 물질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 사고는 언론에 조차 외면당했는데 사고유형과 피해상황이 2012년 9월 대한민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구미불산 누출사고와 유사하다.

저장탱크에서 누출된 점, 소방서등 관계기관의 대처미흡으로 누출차단이 늦게 이루어진 점, 주민대피 등 후속조치가 체계적이지 못했던 점 등이 피해를 키웠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연일 계속되는 화학사고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수준이다. 사고예방을 위한 관리도 부실하다. 여전히 사고나면 뒤처리하느라 정신없다. 이제 세계화학사고의 교훈인 주민의 알권리와 참여가 보장된 지역별 관리체계 마련을 위한 화학물질 정보공개와 지역사회알권리법 제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유해화학물질 정보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는 ‘우리동네 위험지도 어플 제작’
소셜펀치(http://www.socialfunch.org/dangermap)로 후원하기

우리동네 위험지도 제작
우리동네 위험지도 제작ⓒ화학물질 감시네트워크

화학물질 감시네트워크는 사고예방의 선행과제는 국민에게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알기 쉽게 제공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에 우리주변(어린이집, 학교 등) 유해화학물질 위험정보를 손쉽게 제공하기 위한 “우리동네 위험지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여 무료로 보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프로그램 개발비와 화학물질 위험정보 청구소송비 마련을 위한 소셜펀치 후원함을 개설 모금운동을 진행한다. 기간은 10월 31일까지이며 제공되는 정보는 아래와 같다.

화학물질정보
화학물질정보ⓒ화학물질 감시네트워크

화학물질 감시네트워크는 1차 제작보급 후 생활환경 속에 존재하는 유해화학물질 위험정보(학용품, 화장품, 방사능 등)로 업데이트 버전을 계속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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