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남 칼럼] 도넘은 진보교육감 발목잡기, 교육자치 무너진다

최근 전국의 교육감들이 호소문에 가까운 특별결의문을 발표하였다. 교육자치의 분권화를 확실하게 보장해달라며 국회에 호소한 정치행위였다. 이른바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지난 6.4전국동시지방선거 후 교육정세를 거슬려는 교육부의 움직임이 그 배경이다. 교육감의 권한에 제동을 걸거나 사실상 발목을 잡는 꼼수들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서 관광호텔을 짓고자 하는 사업자에게 유리한 훈령을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제정해버렸다. 법률인 ‘학교보건법’을 단칼에 날려버린 신의 한수라고 할 수 있다. 교육감이 특성화중, 외고, 국제고, 과학고, 마이스터고, 자율형 사립고를 지정하거나 이를 취소하는 경우 교육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되어있던 내용을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의무적으로 얻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뿐만 아니라, 교육감이 교육경력이 많은 평교사를 장학관이나 교육연구관으로 특별채용할 수 있는 근거가 교육공무원법과 그 시행령에 멀쩡하게 입법되어 있었는데, 교장이나 교감 등의 경력을 추가로 요구하는 교육공무원임용령의 개정안도 입법예고하였다. 아마 교육감들의 자치권을 제한하거나 발목을 잡을만한 사안들을 미리 채집해놓고 있는 모양이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22일 서울교육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자치 정립을 위한 특별결의문'을 발표했다.ⓒ뉴시스

교육부의 교육감 업무 간섭, 법적 근거 없다

‘대한민국헌법’에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헌법정신을 찾을 수 없는 게 답답하긴 하지만,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을 다시 검토해보자. 1991년 6월 20일부터 시행된 이 법률은 제6공화국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노태우 정권 시절 제정되었다. 그 제정이유서를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살리며 교육의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교육·학예사무의 관장기관을 광역자치단체인 특별시·직할시 및 도로 하며······”. 당시 법률 제49조에 의하면, “교육부장관은 시·도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에 대하여 조언 또는 권고하거나 지도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교육감에 대하여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전부개정되었음에도 2000년 3월부터 시행한 법률에서도 유지되고 있던 이런 태도는 2007년 전부개정법률에서 사라지고, 오로지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과학·기술·체육 그 밖의 학예에 관한 사무는 광역시도의 사무로 하며, 이 사무의 집행기관으로 시·도에 교육감을 둔다”고 하는 규정들만 존재할 뿐이다. 교육감에 대한 교육부장관의 조언, 권고 또는 지도권한이 사라진 것이다.

교육과 학예에 관한 사무에 대한 교육부장관의 지도·감독권을 위 법률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국가로부터 위임된 사무라며 정부는 마치 보도(寶刀)처럼 주무장관의 지도·감독권(지방자치법 제167조)을 꺼내들긴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교육 및 학예사무는 오로지 광역시도, 구체적으로 교육감의 고유한 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명시적인 교육감의 고유사무에 관해서는 국가가 간섭해서는 안 된다.

재정을 교부한 만큼 간섭하겠다는 국가의 명분도 없지는 않지만 그것은 간섭의 반대급부로 주는 교부금이 아니라 그저 국가의 의무일 뿐이다. 지방자치법을 보더라도 그 제11조는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할 수 없는 국가사무’를 한정적으로 열거해놓았는데 여기에 교육·학예의 사무가 없음은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모습들이 ‘지방교육의 특수성’이라는 용어로 나타나긴 하지만 정확하게는 ‘교육의 자주성’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교육자치를 분권할 수 있는 주민의 역량을 확인하였고 이를 입법하였다고 볼 수 있다. ‘교육감 주민직선제’는 가장 상징적인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직선에 의한 교육감은 광역시도의 교육과 학예에 관한 사무의 집행기관이 된다는 게 법률이 보여주는 최소한이다. 거꾸로 말해서 광역시도의 교육 및 학예사무에 관한 집행기관은 ‘주민’이 직접 뽑은 교육감이라는 점이 현행 지방교육자치법의 규범목적이다.

진보교육감 상대로 자사고 교장들 연대키로
2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김용복 배재고 교장 등 전국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장 연합회 회원들이 최근 진보 교육감들의 자사고 축소 및 취소 정책에 강력히 연대해 대응하기로 밝혔다.ⓒ김철수 기자

지방교육의 특수성과 교육자주성은 결국, 교육감직선제로 그 꽃을 피우는데, 이는 교육자치를 향한 지난한 여정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간선제를 2007년 개정법률에서 교육감직선제로 진일보시킨 것은 당시 노무현정부와 여야의 대타협이었다. 여야만 바뀌었을 뿐 지금의 정치세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교총조차 교육감직선제를 앞장서서 옹호하였다. 이처럼 한국에서의 교육책임자는 이제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그리고 주민의 교육감이 된 것이다. 학교교육과 공교육이 건강해질 수 있는 마지노선을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스스로 설정한 것이다. 도지사로 하여금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압력을 이기고 오로지 주민의 이익과 권리, 그리고 지역의 환경과 생태를 위하여 도정에 최선을 다하고 그 책임을 지도록 ‘시도지사 직선제’를 하였듯이, 교육감 역시 교육부의 획일적인 교육정책과 정치권의 외압, 또한 도지사의 행정권력에서 벗어나 오로지 주민과 아이들의 건강한 교육과 학습을 위하여 권한을 행사하고 그 책임을 감당하도록 교육감을 주민직선으로 선출하는 것이다.

권력이 아닌 주민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교육감직선제가 왜 그리 중요하고 양보할 수 없는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드러내는가? 이런 저런 권한을 행사하는 차원이 아니다. 그런 권한은 교육감을 직선으로 뽑든 임명제 혹은 간선제를 하든 그리 차이나는 것은 아니다. 주민직선제의 의미는 교육감은 교육과 학예에 관한 정치적 책임을 지라는 민주주의의 요청이다. 임명직 교육감은 자신을 임명하거나 동의절차를 밟아준 정치주체에 대해서만 그 책임을 지려고 할 뿐 결코 주민의 이익이나 형편을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민직선으로 뽑힌 교육감은 오로지 자신을 지지하거나 반대의 표를 던진 주민들을 위해서만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판단하는 까닭과 같다.

국회가 입법주체인 법률에 관해서는 아예 손도 대지 못하면서 교육부가 앞장서서 시행령이나 훈령 등을 만지작거리는 꼼수 속 비수는 분명 민주주의의 역행이다. 다시 말해서 낱알처럼 흩어져 있는 교육감의 권한을 그저 발목잡기 위함이라기보다 주민들이 직접 뽑은 교육감, 즉 주민들의 미래가치에 관한 교육민주주의를 압살하려는 구체적인 징표들이다. 교육감직선제야말로 한국에서의 공교육이 지닌 색깔인데 이에 대한 최근의 현상들은 결국,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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