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진 칼럼] GMO 표시제 법안부터 마련해야

지난 2012년 제19대 국회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 국회의원의 관심으로 시작된 유전자조작농산물(이하 GMO)의 표시제 개정 움직임은 몇 개의 법 개정안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GMO에 관한 표시제도가 시행된 이후 1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그 개정을 요구해온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 오랜 요구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끄떡하지 않았던 문제가 표면에 드러나고 개정안이 만들어진 것은 몇몇 국회의원의 노력에 힘입은 바가 컸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그 후 지금까지 국회는 제대로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이 개정안은 소관위원회에 접수만 된 상태에서 1년 이상 묵혀 있다.

미국, GMO 표시제 법안 만들기 운동 벌여

그렇게 개정안이 소강상태에 있는 사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우선은 미국에서 상업적 배재를 시도했으나 엄청난 반대에 부딪쳐 재배를 포기한 유전자조작밀이 발견된 것이다. 이 밀은 상업적 재배를 위한 연구/개발 과정에서 시험재배를 했던 것이 세월이 지나 언제인지 모르는 사이 퍼졌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그동안 GMO에 대한 표시 제도를 허용하지 않았던 미국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미국사회에서는 당시에 유전자조작연어의 상업적 양식을 위한 시도가 진행되는 것에 대한 반대 움직임과 맞물려 그야말로 거대한 물결이 하나 만들어졌다. 즉, 오랜 동안 GMO표시제 도입을 위한 법안 마련을 위해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없었던 미국에서 25개 이상의 주에서 GMO 표시제 법안을 만들기 위한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그 후 코네티컷주, 메인주 등에서는 법이 통과되기까지 하였다. 물론 이 법은 여러 가지 조건이 붙어 있고 그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여 아직 시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법통과 그 자체만으로도 미국사회에서는 획기적인 발전을 한 셈이다.

북미지역에서 시위자들이 유전자조작식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북미지역에서 시위자들이 유전자조작식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로이터/뉴시스

문제는 유전자조작밀이 발견됨으로써 자신의 주곡에 대한 위기를 느낀 미국사회가 이렇게 변화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2013년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우리나라는 그전까지는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들이 발생했다.

GMO개발 앞장서는 우리정부

그것은 정부기관이 나서서 GMO를 홍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홍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GMO개발에 매진하는 초국적 생명공학기업들의 재정적 지원으로 만들어진 단체의 대표자를 초청하여 각종 강연을 매년 지속하고 있다. 물론 당연히 그 주된 내용은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GMO를 재배해야 한다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뿐만 아니라 GMO벼 재배를 위한 시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 이 얘기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 2002년 당시 농림부 장관은 한 조찬간담회에서 GMO,를 4-5년 내에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당시 많은 환경단체, 농민단체, 소비자단체 등의 저항을 받은 적이 있다. 그 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GMO의 상업적 재배를 언급하는 일이 거의 없었을 정도로 조심스러운(?) 문제였다. 그런 조심스러움은 지난 2010년 농촌진흥청 산하 농업과학원이 경북대의 유전자조작벼 시험재배장에서 경북대 학생들을 동원하여 수확체험을 하였다는 사실을 기사화하면서 이상조짐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노골적인 홍보라기보다는 슬쩍 운을 떼보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이 문제는 전국적으로 구제역파동이 일어나면서 일반인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아예 드러내놓고 GMO 재배의 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한 나라는 자신의 주곡에 유전자조작의 위험이 감지되기가 무섭게 법안을 만드는 노력을 시작한 반면 다른 한 나라는 이미 만들어진 법이 유전자조작여부에 대한 기본적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개정안을 발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에는 진척이 없는 대신 주곡을 GMO로 전환하기 위한 홍보를 시작했다.

사실 미국이 그동안 GMO 최대 생산국임에도 불구하고 법제도화가 더뎌진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동안 개발된 GMO가 주로 유지작물 또는 사료작물이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지적해 왔다. 그리고 그것은 지난 2002년 몬산토가 유전자조작밀의 상업적 재배를 위한 승인신청을 했을 때 미국 내에서 엄청난 저항에 부딪쳐 결국 2년 만에 그 시도를 잠정적으로 포기한 데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 미국에서 유전자조작밀의 발견은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표시제 법제화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그런데 또다시 얼마 전 미국에서 유전자조작밀이 발견되었다. 이 사건이 미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작년의 예를 봤을 때 아마도 법제화에 더 박차를 가하지 않을까라는 예상은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저 지구 반대편의 미국이 아니다. 지금 내가 발딛고 살고 있는 우리나라이다. GMO 재배를 꿈꾸고 있는 우리나라 말이다.

방사능, GMO 걱정 없는 무상급식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참여연대, 참교육학부모회, 전교조 등 30여개 시민단체들이 개최한 '친환경 무상급식과 안전한 먹거리 서울연대' 창립식에서 참석자들이 방사능 없는 학교급식을 위한 예산·사업 등을 촉구하고 있다.ⓒ이승빈 기자

‘GMO재배는 위험하다’는 인식의 확산

많은 사람들이 종종 GMO 재배는 국제적 추세가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GMO를 재배하는 나라가 거의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990년대 중반을 시작으로 한동안 늘어나던 GMO 재배국은 점차 증가속도가 더뎌지기 시작하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거의 정체상태에 있다. 즉, 이제는 많은 나라들에서 GMO를 재배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확산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는 하루라도 빨리 GMO 재배국의 반열에 오르고 싶어한다는 사실에 우리 모두는 분노해야 하지 않겠는가. 더 나아가서 이렇듯 GMO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나라를 GMO로부터 지켜내는 일을 하도록 정부에게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요구의 하나로 지금이라도 당장 GMO 전면표시를 위한 법제도를 만들어내야 한다. GMO표시제도는 이제 더 이상 소비자의 알권리, 선택할 권리의 수준이 아니라 이를 통해 GMO가 더 이상 이 땅에 발 딛지 못하도록 만드는 당면과제가 되었다.

Copyrights ⓒ 민중의소리 & vop.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