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의 초등학교 선생님들께

일본의 초등학교 선생님들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한민국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입니다. 여기는 이제 단풍의 화려한 잔치도 끝나가고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네요. 곧 앙상해질 나무들이 안타깝지만 봄에 돋아날 싹을 믿기에 슬퍼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저는 선생님들께 봄을 맞이하지 못하는, 수십 년 시린 가슴을 부여잡고 살아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합니다.

1930년대부터 일본이 패망하기 전까지 한국,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여성들이 일본 군인들의 성노예로 강제 동원된 사실이 있습니다. 소위 ‘일본군 위안부’인데 한반도에서만 동원한 숫자가 16만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합니다.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우리나라 여성이 가장 많이 동원되었다고 하는데 1992년부터 현재까지 234명이 피해사실을 신고하였습니다.

수요집회(자료사진).
수요집회(자료사진).ⓒ양지웅 기자

그녀들은 10대 시절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을 듣거나 강제 납치의 형식으로 만주와 필리핀, 파푸아뉴기니 등 태평양 전쟁 격전지에 세워진 군위안소로 끌려갔습니다. 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좁은 방에 갇혀 끼니도 굶고 온갖 폭행을 당하며 하루 종일 몇 십 명의 군인을 상대해야 했습니다. 심하게는 하루 평균 370명을 상대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위안부는 10명인데 3천명의 병사가 줄을 섰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가지면 자궁을 들어내기도 하고, 성병에 걸리면 달군 철봉을 자궁에 넣어 죽이기도 했으며, 도망갈 경우 온 몸에 문신을 새기기도 했습니다. 천왕폐하를 위해 기꺼이 군인 100명을 상대하겠다고 손을 들지 못하면 못판 위에 굴리고 목을 쳐 떨어뜨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위안부 존재 사실을 없애기 위해 여성들을 집단 총살이나 집단 생매장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상상조차 두려운 인권 유린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고국에 돌아와서도 허리 한 번 제대로 펴 보지 못한 그녀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밝히고도 수차례 가슴에 난도질을 당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태도 때문입니다.

자료를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일본 정부는 문서가 나오자 어쩔 수 없이 사과만 하고 배상은 해 주지 않습니다. 그 뒤 수차례 진상 규명, 공식사죄, 법적 배상 등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들어주지 않고, 심지어 일본 지도자가 전쟁 중 위안부 제도는 필요하다고 주장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거기에 더해 수차례 강제 연행이 아닌 자발적인 일이라는 주장까지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제는 일본 교과서에 이 문제가 법적으로 종결되었다고 실린다고 들었습니다.

선생님들, 위안부 강제 연행은 확고한 역사적 사실이며 종결되지 않았습니다. 일본 측의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인하여 그 모진 고통을 당하신 위안부 할머니들은 편안히 눈을 감으실 수도 없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위안부 할머니는 55분밖에 되지 않습니다. 연로하신 나이로 인해 한 분, 두 분 한이 맺힌 채 돌아가고 계십니다. 남아계신 분께라도 제대로 사죄하고 배상을 하기 위해 일본의 지식인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올바로 보고, 정의와 양심에 비추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올 5월 우리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수요집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수요집회는 1992년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시작되어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위안부 할머니 문제 해결을 위한 시위입니다. 현재 1100회를 훌쩍 넘기고 있으며 연로하신 위안부 할머니들께서 매번 함께하십니다.

우리 아이들도 피켓을 만들어 참석하여 할머니께 편지도 전해드리고, 서명도 하였으며 율동도 하였습니다. 그늘도 없는 좁은 길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설명 듣고 외쳐야 하는 활동임에도 철없는 아이들 마음에 울림이 있었는지 진지하게 참여하더군요. 다시 올 것을 다짐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시간이 지나 저절로 잊혀지길 기다려서 되는 일이 아님을 이 아이들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오래토록 기억할 것이고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같은 교육자로서 이 땅의 아이들에게 정의를 보여주고, 그들이 만들어갈 세상은 지금보다 아름다워야 함을 알려줍시다.


2014년 11월 2일
대한민국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간절한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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