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남 칼럼] 다시 무상급식운동을 시작해야 하는가

세월호특별법의 제정을 둘러싼 여야의 네 번째 합의를 가족대책위원회가 사실상 수용하면서 정국은 마치 6개월 전으로 돌아간 듯하다. 아울러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정권의 공세적 몸부림이 도처에서 확인되는데, 무엇보다도 의료나 교육에서의 공공성이 크게 후퇴될 조짐이 보인다.

현 정권은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처분 취소소송에서 패소한 전교조를 밀어붙이며 6·4지방선거에서 대거 약진한 진보교육감들을 압박하였지만, 예상 밖으로 지난 9월 서울고법이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서 맥이 풀려버린 상황이었다.

9시 등교정책이 경기도와 전북에 이어 전국으로 확산될 기세이거니와 자율형 사립고에 대한 서울교육청의 지혜로운 대처는 교육부를 압도하는 등 진보교육감의 대거 당선은 학교혁신운동과 함께 교육공공성의 확대를 주요한 사회의제로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원조 무상급식' 경남 무색케 하는 홍준표 도지사의 무리수

이러한 현상이나 흐름은 의료부문이나 교통 등 사회적 자본에서 공공성을 퇴색시키려는 정권을 긴장시키는 배경이 되었는데, 그 반작용이 공무원연금제도나 무상급식에서 생기고 있다. 마감시간을 설정해놓고 밀어붙이는 공무원연금제도와는 달리 무상급식으로 상징되는 교육공공성에 대한 파괴는 전국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무상급식에 대한 압박은 주로 정권에 우호적인 단체장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인천광역시도 무상급식에 필요한 식품비 지원을 대폭 줄인 내년도 세출예산을 편성한다는 소식이고, 울산시 동구 역시 무상급식의 대상학년을 줄인다고 한다. 모두 의회의 판단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켜볼 일이지만, 국민들로 하여금 아연한 표정을 짓게 만든 이는 단연코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경남지역에서의 무상급식은 도민들의 사회적 합의에 의하여 조금씩 진전된 교육공공성의 표본이었기 때문에, 내년도 무상급식 지원을 끊겠다는 경남도지사의 단호한 입장은 매우 충격적이다.

경남에서는 2007년 거창군이 면지역 초·중·고의 학생들에게 자체 지방비를 지출하면서 생소했던 무상급식이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사소할지도 모를 거창군에서의 무상급식 지원은 2010년에 이르러 경남 10개 군지역과 1개 시지역 등 기초자치단체가 주도하는 무상급식 지원으로 확산되었다. 2010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교육공공성의 상징으로 떠오른 무상급식은 경남도와 교육청 그리고 기초지자체가 각각 3:3:4의 비율로 학교급식비를 지원하기로 하는 협약을 체결하면서 농산어촌 지역 학교나 저소득층 지원을 넘어 도시지역 학교로 확대되었다.

올 2월에만 해도 경상남도와 교육청은 작년 수준의 학교무상급식(식품비)의 지원을 합의하면서 ‘향후 학교무상급식은 재정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의지까지 도민들에게 보여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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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양지웅 기자

그러던 중 무상급식정책에 관하여 갈지자 행보를 보이던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는 무상급식 지원의 폭을 다소 줄이는 정도의 입장을 보인 다른 단체장과는 달리, 경남도가 지원하던 지원금 전액을 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최근 발표하였다. 물론 무상급식 지원금의 집행에 대한 경상남도의 감사를 도교육청이 계속 거부할 경우 그렇다는 전제가 있지만 사실 이 논리는 부당할 뿐더러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무상급식 지원금 중 일부를 식품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된 것을 확인해야 한다’며 지원금집행에 관한 감사를 실시하겠다는 경상남도에 대하여, 교육청은 ‘매년 학교급식감사를 자체 실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패척결추진 일환으로 특별감사를 예정하고 있다’며 경상남도의 감사계획에 반발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또한 감사원의 감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럴듯해 보이는 '감사' 논리...법적 근거는 빈약

그렇다면 누구의 말이 맞는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급식지원비 감사의 근거로 드는 것은 대체로 ‘학교급식’과 ‘보조금’ 개념에 의거한 조례들이다. 먼저, ‘도지사는 보조금을 적정하게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보조금을 교부받은 자에게 보조사업에 관한 보고를 하게 하거나 소속공무원으로 하여금 관계 장부, 서류 도는 그 사업내용을 검사하게 하여 감독상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는 ‘경상남도 보조금 관리에 관한 조례’(제22조)를 들지만, 검사 내지 감독의 개념을 남겨놓더라도 학교급식법에 의하여 국가 내지 지자체가 지원하는 학교급식비는 ‘보조금’이 아니다.

왜냐하면 위 조례 제2조에서도 이미 명시하듯이 ‘보조금이란 도 이외의 자가 행하는 사무 또는 사업에 대하여 공익 및 시책상의 필요에 따라 도가 조성하거나 재정상의 원조를 하기 위하여 교부하는 자금’이므로 도교육청이 교육과 학예사무의 집행기관인 이상 학교급식비 지원금은 역시 보조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도지사는 지원된 급식경비가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지도·감독하여야 한다’(경상남도 학교급식 지원조례 제15조)는 규정을 이번 감사 강행의 근거로 드는데, 그렇다면 이 ‘지도 내지 감독’의 개념에 과연 감사가 포함될 수 있는가? 위 조례에 의하면 도지사는 학교급식지원금이 그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만을 확인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학교급식비 지원금의 집행 전반에 관한 감사실시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도지사가 교육 및 학예에 관한 독립적 집행기관인 교육감 소속 공무원의 행위에 대해 감사할 수 없음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의할 때 명백할 뿐만 아니라, ‘경상남도 행정감사규칙’ 제2조에서 정한 도지사의 감사대상기관(도 본청, 직속기관, 사업소, 지방공사 내지 공단, 도비 출자·출연기관 등)을 보더라도 동일한 답을 얻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상남도는 작년부터 각 학교를 방문하여 학교급식비 지원금의 집행을 지도 내지 감독을 하였으며, 특히 올 8월에는 학교급식지원금을 그 목적에 맞게 식품비로 정상집행중이라는 검사결과를 올 9월에 통보했다.

심지어 교육청은 학생 수 감소나 급식일수 감소 등으로 남는 지원금에 대해 매년 정산을 통하여 지자체로 스스로 반납까지 하였다. 결과적으로 조례가 요구하는 학교급식비 집행에 관한 지도 내지 감독이 충실하게 이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실시하려는 학교급식감사의 법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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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민중의 소리

정치 술수 난무...'비타협적 인식의 교육'이 필요할 때

그렇다면 법적 근거가 없는 학교급식지원금 감사를 강행하려 한 홍준표 경상남도지사의 의도는 무엇인가? 진보교육감으로서는 당연 경상남도의 감사실시를 거부하리라 예상했을 터이므로 지원금 감사 자체보다는 무상급식이라는 사회적 의제, 즉 교육공공성의 확대를 저지하려는 게 그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정권 차원의 치밀한 전략에 의하여 이런 사회적 의제를 허물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경남의 몇몇 기초단체장들도 도지사의 행보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접하다보면, 최소한 정권에 우호적인 정치세력들이 그 행정권을 동원하여 방어벽이 약한 지방교육자치를 향해 돌진한다는 판단을 지울 수 없다. ‘감사 없이 지원 없다’는 매우 단순한 문장으로 표현되는 이번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그 아류들의 교육공공성 사냥에 대해서는, 교육자치에 대한 이해가 없는 행태라거나 무상급식을 정치적 형편에 따라 가늠하는 기회주의자의 전형이라는 식의 지적조차 그 지면이 아까울 정도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선동에 대부분의 기초단체장들이 동조할 경우 내년 경남도교육청의 예산만으로는 6만 여명의 학생들에게만 무상급식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 예년에 비해 21만 여명의 학생들이 무상급식의 대상자에서 사라진다. 경남지역 초등학생만 해도 그 수가 19만 여명에 이르니 학생들과 학부모는 다시 식품비를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경남도와 기초자치단체가 지원하기로 되어 있던 804억 원(322억+482억)을 도대체 어디에서 구한단 말인가?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정부의 외면 등으로 부담만 더 커진 교육청의 가슴은 진작 타들어갔을 것이다.

물론 예년에도 도시지역의 중·고에서는 저소득층 자녀를 제외한 16만 여명 학생들이 여전히 무상급식에서 소외되어왔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에 의해 형성된 사회의제의 궤멸이다. 모든 지역, 모든 학교, 모든 학생들에게 차별 없이 무상급식을 제공하겠다는 협약의 정신은 고사하고, 지역의 의료공공성이 허물어지더니 교육공공성이 ‘소통 없는 권력들’에 의하여 마구 잘려지고 있음을 뭐라 평가해야 하는가?

아이들의 밥그릇을 줬다가 다시 뺏는, 다시 말해 조금이라도 건강한 식재료를 확보하려는 노력과 성찰보다는 밥상 위를 통제하려는 독재적 발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소아병적 영웅들의 시대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부정의’에 대한 비타협적 인식의 교육이다. 정치적 선택에 대한 때늦은 후회에 만감이 교차할 수도 있지만 경남지역에서의 무상급식운동은 어쩌면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급식은 교육’이지만 ‘무상급식’은 아이들에겐 인권이고, 따라서 ‘무상급식운동’은 인권을 지키기 위한 정치운동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지만 그 시작은 교육감부터 비타협적 인식의 교육을 실천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자아를 확인하고 그 잠재력을 키우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하므로 교육은 결코 스스로 자존감을 굽히거나 버릴 수 없는데, 이것이야말로 지방교육자치를 위한 민주주의를 주도할 교육감에게 주어진 책무이기 때문이다.

*필자주-11월 8일자 고영남칼럼(“다시 무상급식운동을 시작해야 하는가”)에서 경상남도의 식품비 지원금은 그 성질상 보조금이 아니라는 학문적 판단을 전제로 ‘경상남도 보조금 관리에 관한 조례’(제22조)에 의거한 지도감독권의 대상은 결코 될 수 없다는 주장은 하였으나, 학문적 논쟁은 물론 그 용어의 사전적 의미와도 별개로 위 조례에 대한 특별규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경상남도 학교급식지원조례> 제15조 제1항(“도지사는 지원된 급식경비가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지도·감독하여야 한다.”)에 의거하여 학교급식 지원금에 대하여 도지사가 최소한 지도·감독할 수 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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