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봉수 경기도청 콘텐츠산업 팀장, “다양성영화 살려야죠”
경기도 다양성 영화관
경기도 다양성 영화관, G시네마ⓒ민중의소리

이 세상에 영화는 참 많다. 할리우드 영화만 있는 게 아니다. 나이, 성, 나라, 종교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주제의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들이 일반 관객들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이라도 좀 받아야 국내 상영관에 잠깐 걸릴 정도다. 영화도 장사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단순히 재미로만 평가되는 예술이 아니다. 예술은 다양한 소재와 관점, 통찰과 비평를 통해 인간사를 두루 톺아본다. 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잘생긴 배우와 자극적인 스토리가 공식처럼 등장하는 상업영화도 필요하지만 전 세계, 전 인류와 관계된 다양한 문제와 소재를 자유롭게 담아내고 실험을 시도하는 다양성영화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영화는 예술로서 스스로 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

상업적 논리에 전혀 맞지 않는 영화들이 상영되는 곳이 있다. 경기도청과 경기영상위원회가 마련한 'G시네마'다. 경기도는 지난 4월 백석, 영통, 남양주, 평택 메가박스에 G시네마를 개관하고, 상업영화에 밀려 상영기회조차 박탈당한 영화를 꾸준히 상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천 한국만화박물관, 경기도 미술관과 박물관, 고양영상미디어센터, 성남미디어센터 등 5개 공공시설에서도 G시네마를 개관해 다양성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경기도청 문화체육관광국과 경기영상위원회 실무자들이다. 이들 중에서 콘텐츠산업과 장봉수 팀장은 최전방에 서서 G시네마 운영에 힘을 쏟아내고 있다.

"전국 최초로 다양성영화 전용관을 만들었어요. 앞으로도 도민들이 다양성영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공무원이라고 영화 행정만 하는 게 아니에요. 도민들과 함께 영화도 보고 얘기도 나누면서 필요한 부분도 공유하지요. 감독과의 대화에도 참여하고요. '안녕 오케스트라'라는 영화를 봤는데 감동적이고 교육적인 영화라 학교에도 보급한 적이 있네요."

공무원 입장에서 보면, G시네마 운영은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다양성영화에는 가슴을 적시는 휴먼 드라마도 많지만 반정부 성향이나 첨예한 사회문제를 다룬 시사 다큐멘터리도 꽤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업비도 만만치 않게 들 것이다.

"쉽지 않았죠.(웃음) 영화시장에서 독립영화가 대기업 상업영화에 밀리고, 좋은 다양성영화를 소개할 시간이나 공간도 부족해요. 또 경기도민에게 다양성영화를 볼 수 있는 장소와 기회를 제공해주고, 365일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각계의 의견도 있고 해서, 도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됐어요."

다양성영화에는 소위 '문제작'이라고 불리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많다. <천안암 프로젝트>, <밀양 아리랑>, <무노조서비스>처럼 정부와 대기업의 부정과 불법을 까발리는 영화들이다.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벨>도 있었다. <다이빙벨>은 전국 대부분 상영관에서 상영이 취소됐다. 하지만 G시네마에서는 이례적으로 <다이빙벨>이 상영됐다.

게다가 G시네마는 <원나잇온니>, <야간비행> 같은 동성애를 다룬 퀴어 영화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삼성반도체의 실상을 그린 <탐욕의 제국>도,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 학살사건을 다룬 <레드툼>도 상영됐다. 이래저래 말들이 많이 나올 만한 작품들이다.

하지만 <천안암 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상영 날짜를 공지했다가 메가박스가 상영중단을 통보하자, 돌연 상영취소 결정을 내려 '스스로 존재 이유를 잃었다'는 비판도 받았다.

장봉수
경기도청 문화체육관광국 콘텐츠산업과 장봉수 팀장ⓒ민중의소리

"경기도에서 임의로 영화를 선정해 상영하는 건 아니에요. 작품 선정위원회가 별도로 있지요. 영화계, 학계, 업종 전문가들이 작품을 일정한 기준에 의해 평가하고 영화를 선정해 상영하고 있어요. 작품 선정과 관련해서는 도에서 말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G시네마에 대한 경기도민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개관 6개월 만에 관람객 1만 명을 돌파했다. 상업영화관에서야 1만 명은 '껌'이지만 다양성영화 입장에서는 적잖은 흥행 성적이다.

장봉수 팀장은 G시네마에서 상영된 영화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영화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과 <족구왕>을 꼽았다. 청춘들의 아픔과 사랑, 도전을 그린 영화다. 어쩌면 이러한 결과는 우리 시대를 반영한다. 서점가에서도 '청춘'이라는 화두가 인기였듯이, G시네마에서도 경쟁에 내몰리고 삶의 목적이 오로지 돈이 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사는 청춘에게 힘이 될 만한 영화가 인기다.

"도민들도 다양성영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G시네마의 발전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길 바람이 있어요. 내년도에는 상영관을 메가박스 외에 지역 미디어 센터, 문화재단이나 시군 문화예술회관의 공연장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에요."

경기도는 매월 20일까지 상영작 공모를 실시한다. 공모분야는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예술영화 등 국내작품만 가능하며,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은 다양성영화 또는 다양성 조건을 갖춘 작품 중에 주제의식, 창의적 가치, 완성도를 검토해 선정된다. 선정된 작품은 G시네마에서 최소 2주간의 상영을 보장받는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선정위원회는 경기도 소재 제작사나 영상관련 기업, 촬영(로케이션), 지역 문화자원을 주제로 한 영상물이나 기타 경기도 인증프로젝트에는 가산점 10점을 부여한다.

접수는 다양성영화관 상영작품 지원신청서 1부, 사업자 등록증 1부, 지원작품 온라인 스크리너,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필 사본 1부, 배급사 계약 사본1부를 메일(puroom@gdca.or.kr)로 제출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경기영상위원회 홈페이지(www.ggfc.or.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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