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가치와 권리 알리는 연극 ‘노란봉투’
노란봉투
노란봉투 리허설 장면ⓒ극단 해인

연극 <노란봉투>는 '노란봉투 캠페인'에 이어 손배 가압류로 고통받고 있는 해고 노동자들의 상황을 알리고 노동3권 보장을 위해 시민과 연극인이 손을 잡고 만든 작품이다.

노란봉투 캠페인이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시민의 힘을 모으는데 주력했다면, 연극 <노란봉투>는 노동과 노동권에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높이는 것에 중점을 뒀다.

이 작품은 시민과 노동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곧 시민이라는 인식 하에, 사람의 생명이 이윤추구를 위한 부품이 아니라 소중한 가치로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 위해 '노동과 노동의 권리'의 본질에 접근한다.

마음으로 만든 연극

노란봉투 캠페인과 이번 공연을 주관한 '손잡고'와 연극인들의 만남은 그간 혜화동1번지 5기 동인이 극장을 운영해온 과정과 방향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젊은 연출가 동인제인 이들 5인은 혜화동1번지 소극장을 공동운영하며, 극장의 공공성을 고민하고, 동시대 사회의제들이 논의되는 자리에 극장을 개방해왔다.

혜화동1번지 5기 동인은 지난 2013년 눈앞의 이웃인 재능교육 해고노동자들의 고통에 동참하며 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동행>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을 무대에 올린 <구일만 햄릿>과 제주도 강정마을을 배경으로 3대를 통해 4.3부터 현재까지의 삶을 다룬 제주도 연극 <이녁> 등을 후원하며, 극장과 연극을 통해 지역과의 연대를 시도하고 시민의 정치적 광장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해 왔다.

이러한 활동 과정에서 특강을 개최해 준 연으로 한홍구 교수를 다시 만나 제안을 받았고, 5기 동인이 극장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하면서 연극 <노란봉투>가 시작됐다. 이는 이 연극이 그저 연극 한 편이 아니라 연극인 모두의 마음으로 제작하는 연극이라는 의미가 된다.

이번 공연을 제안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연극이 노동문제를 다룰 때 관객들이 이게 내 얘기라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무대

<노란봉투> 공연팀은 몇 달간의 세미나와 충분한 학습 시간을 가지는 한편 현장답사를 통해 리얼리티를 구축했다. 파업의 현장과 다양한 규모의 생산 공장을 찾아 생산 노동자의 현실을 목격하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취재하면서, 개인과 보편적 현실 사이의 괴리를 극복해갔다.

<노란봉투>는 혜화동1번지 5기 동인 이양구 작가와 <목란언니>로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을 수상한 전인철 연출가 힘을 모았다.

전인철 연출은 "회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회사를 떠난 사람도 있고, 회사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운 사람도 있다. 남아서 지키려고 했던 그 회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들이 인간에게 일이란 어떤 것이며, 노동이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양구 작가는 "세월호 참사로 고통 받는 사람들 곁에 있는 심정으로, 뒤늦게 관심을 가지게 된 손배 가압류로 고통 받은 분들의 심정을 헤아려 보고자 참여했다"고 말했다.

박상봉 무대디자이너의 무대로 주목된다. 생활의 현장에서 투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거대한 권력과 사회의 무관심에 질린 노동자의 두려움을 포착하는 무대미술과 동료들에 대한 투철한 믿음처럼 의기로 투합한 배우들의 앙상블이 기대할 만하다.

한편 공연 후반부 깜짝 장면으로 전국 투쟁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방문한다. 공연이 끝난 후 수시로 진행되는 '관객과의 대화'에도 참여해 관객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할 계획이다. 관객과의 대화에는 조은, 고광헌, 조국 등 손잡고 운영위원들도 함께 한다.

극단 해인 연극 <노란봉투>는 25일부터 내달 14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열린다.

손잡고와 노란봉투 캠페인

지난 2월,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출범한 시민모임 '손잡고'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고, 쟁의행위로 인한 손배 가압류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재단' 및 주간지 '시사인'과 노란봉투 캠페인을 진행했다.

노랑봉투 캠페인은 쌍용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회사와 국가가 파업 노동자들에게 청구한 47억의 손배 배상액에 대해, 배춘환 주부가 4만7천원씩 10만명이 마음을 모아보자고 제안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회사가 주는 월급봉투인 노란봉투가 누군가에게는 삶을 포기하도록 하는 해고봉투라는 사실에 착안해 시민들이 따뜻한 마음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한 주부의 제안에서 출발한 노란봉투 캠페인은 이효리, 노엄 촘스키 등의 유명 인사들과 시민들이 참여해 총 111일 동안 4만7547명이 14억7천여만원을 모금하기에 이르렀다. '노동'을 주제로 한 시민모금캠페인 사상 전례 없는 대규모시민모금캠페인으로 시민과 노동이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이후 손잡고는 손배 가압류와 관련한 법제 개선을 위해 지속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벌여나가고 있으며, 첫 번째 문화기획으로 ‘손잡고 연극제’를 개최한다. 연극 <노란봉투> 손잡고 연극제의 첫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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