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순 칼럼] 연이은 화학물질사고, 원인을 찾아야 막을 것 아닌가
대구 화학물질 누출
10일 낮 12시23분께 대구 달서구 갈산동의 한 도금공장에서 화학물질인 차아염소산염(hypochlorite)이 누출된 가운데 소방당국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뉴시스

그 어느 해보다 화학물질사고가 많았던 2014년을 마무리하는 12월, 주목할 만한 2건의 화학물질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첫 번째 사고는 10일 대구시 달서구 도금공장인 영남금속에서 차아염소산염(hypochlorite)이 황산과 섞이면서 생긴 염소산 가스가 유출되어 50여명이 부상당한 사고였다. 소방당국은 이번사고는 2만ℓ 용량의 탱크로리에서 차아염소산염을 저장탱크로 옮기는 과정에서 차아염소산염 저장탱크가 아닌 황산탱크에 잘못 주입하여 염소산가스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사고원인 조사는 실수를 범한 작업자가 탱크로리 기사와 영남금속 작업자 중 누구인지를 밝히는데 초점을 맞춰 진행되고 있다.

두 번째 사고는 15일 울산시 온산읍 KOC 울산공장 액화 염소탱크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되어 노동자들이 긴급대피한 사고였다.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는 탱크의 배관을 청소하기 위해 잔류 가스를 없애는 작업과정에서 노후화된 연결 호스로부터 염소가스가 일부 누출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히며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을 위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한 화학공장 노조는 ‘사고로부터 배우기’라는 조사프로그램을 통해 사고의 근본원인을 파악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사고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실천할 것인지 4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째, 우리나라의 사고조사, 재발방지를 위한 원인 찾기는 없다

이번 대구 도금공장 사고의 경우는 겉으로는 작업자 실수가 주요 원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바라보는 ‘안전’에 대한 관점으로 본다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안전’이라 함은 인간이 신이 아닌 이상, 실수를 하더라도 사고를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수사는 오로지 작업자 중 누구의 실수가 더 많은가를 찾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렇다면 누구나 제기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바로 그것은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 되지 않게 하는 시스템적 원인을 찾는 것이다.

미국환경청(EPA)은 근본적 원인을 찾아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작업자의 실수는 훈련 부족의 결과일 수도 있고, 표준작업절차(SOP)가 부적절한 것일 수도 있고, 또는 콘트롤 시스템의 디자인이 잘못된 결과일 수도 있다. 장치의 오작동은 보수가 잘못된 결과일 수도 있고, 설계당시와 다른 조건에서 운전한 결과일 수도 있고, 공정에 부적절한 소재나 원료를 사용했기 때문일 수 있다. 전체적인 조사를 하지 않으면, 근본적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는 기회를 잃게 될 수 있다.

‘사고로부터 배우기’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시스템을 6가지(디자인과 공학적 조치/정비보수와 감독/완화조치 및 장치/경고 장치/훈련과 절차/인간 요인)로 구분하고 시스템적인 분석을 통해 근본적 원인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조사방법은 당연히 인적, 물적 비용이 더 든다. 6가지 요인 중 마지막 인간요인이 덜 근본적인 것이라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사고원인의 대부분을 인간요인, 작업자 실수로 단정하고 손쉬운 방법을 택한다. 나머지 5가지 요인을 찾는 노력은 너무나도 부족하다.

이번 사고를 안전시스템의 관점에서 원인을 찾아보자.

안전시스템
안전시스템ⓒ현재순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디자인과 공학적 조치, 즉 연결밸브의 차별화를 통해 서로 잘못 연결할 수 없도록 근본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또한, 소규모 유독물 취급업체(연간 사용량이 120톤 이하인 업체)가 관리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는 현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개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같이 확실하고 근본적 방법은 비용과 시간, 노력이 요구된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이러한 투자를 계속해서 소홀히 하고 손쉬운 원인 찾기만 한다면 사고는 절대로 막을 수 없다.

둘째, 화학물질 관리의 사각지대,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에서 해법을 찾아보자

사고가 일어난 대구지역은 유독물질 관련업체가 600여 곳에 이른다. 그런데 대부분이 연간 사용량 120톤 이하인 소규모업체이기 때문에 법령상 관계기관에 등록할 의무가 없고 관리도 받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이유로 정부가 화학물질사고의 신속한 대응을 위해 만든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도 대구엔 없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화학물질안전원이 제출한 올해 발생한 77건의 사고에 대한 <화학사고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화학사고의 절반 이상(55%)이 화학재난합동 방재센터가 관할하는 6개 산업단지(시흥·서산·익산·여수·울산·구미산단)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어서 사고 발생시 초기대응을 비롯한 상황파악, 사고수습 등에서 수많은 지역이 사각지대로 방치되는 등의 문제점이 확인되었다. 분석결과에 의하면 합동방재센터 관할지역에서 발생한 사고의 평균 대응시간은 28분인데 비하여 합동방재센터 관할 외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의 평균 대응시간은 1시간 46분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사고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기업, 관계당국, 지자체 등의 대응체계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사고 물질이 무엇인지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신속히 노동자, 지역주민들에게 전파되면서 대피명령이 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 의하면 77건 중 사고 후 관계기관끼리의 전파도 체계적이지 못했었던 것은 물론 주민들에게는 단 한 건의 사고전파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구사고의 경우 또한, 지역주민들은 물론 주변 공장 노동자들에게도 전파가 늦어져 사고 후 1시간 이상을 계속해서 근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법은 공학적 조치 측면에서 ‘화학물질관리와 지역사회 알권리’에서 찾아야 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취급업체가 법적 테두리 밖이고 방재센터는 1시간 이상 거리에 있는 상황에서 수많은 소규모 업체가 집중되어 있는 지역에선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지역의 기업과 관계부처, 주민이 함께하는 지역별 대응체계와 매뉴얼을 지자체가 나서서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지역주민의 알권리와 참여보장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화학물질 지역관리체계를 중심으로 세우는 ‘화학물질관리와 지역사회알권리 조례’ 제정이다. 우리 지역 화학물질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고 사전에 관리하면서 사고 시 효과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 조례는 미국, 캐나다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알권리 보장을 위한 화학물질 감시네트워크’ 지역참여단체를 중심으로 여수, 인천, 청주, 양산지역 등에서 조례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셋째, 노후설비 방치하면 사고는 계속된다. 내실 있는 실태조사와 대책이 필요하다

화학물질사고의 주요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노후설비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번 울산KOC 누출사고의 경우 노후화된 연결호스를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지난 12월 3일 일과건강, 건설플랜트노조, 화학섬유노조 등이 공동주최한 산업단지 노후설비 개선대책토론회에서는 2004년 이후 기업자산에 대한 투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설비보수점검을 위한 수선비는 유지되거나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적정수선비 또는 적정유지보수율 개념을 모든 사업장에 도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더불어 시급한 것은 현재 우리나라 산업단지 노후설비의 실태점검과 대책마련이다. 정부는 지난 8월 여수암모니아 누출사고 이후 처음으로 전국 주요산업단지 30년 이상 노후설비 사업장에 대한 정밀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어떠한 데이터도 없었던 것이다. 정부는 이번을 계기로 2차 실태조사계획도 밝히고 있는 만큼 노후설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관리감독계획이 나와야 할 것이다.

넷째, 주민의 알권리 보장, ‘우리동네 위험지도 앱’ 보급으로 시작한다

화학물질 감시네트워크는 주민의 알권리와 참여가 보장된 지역관리체계를 하루빨리 만들기 위해 ‘화학물질관리와 지역사회 알 권리법’ 제정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업장 화학물질 정보공개율은 겨우 15%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경영, 영업상 비밀이라고 하면 공개의무를 제외시켜주고 있는 현행법이 문제이다. 공개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지역중심의 관리대응체계를 확립하여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현재 이 법은 56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한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올해 법안소위에서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내년 국회로 보류된 상황이다.

세계 화학물질사고의 교훈은 정부주도만으론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피해당사자인 노동자, 주민들의 감시활동이 핵심이다. 이에 국민들에게 화학물질의 위험성과 관리체계 마련의 중요성을 보다 쉽게 전달하고자 ‘우리동네 위험지도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1월 말경에는 구글스토어 무료 앱으로 제공된다. 앞으로 주변 사업장 화학물질 정보를 포함해서 생활 속(생활용품, 학용품, 방사능 등) 유해물질 정보까지도 제공될 예정이다.

2014년을 마무리하며 2015년에는 화학물질사고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관계당국과 정치권은 제기된 법제도적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안전한 대한민국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는 주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당사자인 시민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가 절실하다. 이와 관련해서 이번 우리동네 위험지도 앱제작 개발비 모금참여부터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음희망해"에서 댓글과 기부로 모금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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