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 광풍(狂風)’, 통합진보당 당원들 처벌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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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안 광풍(狂風)' 시작되나
  2. "해산 이전 정당의 모든 공적 활동은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
  3. 정종섭 "해산결정 전 정당활동은 위헌적 아니다"
  4. "해산결정 이전 정당활동까지 소급해 처벌? 정당활동 본질적 침해"
  5. "통합진보당 이적성 여부, 검찰이 별도 입증해야"
  6. "헌재 결정, 검찰 표적 수사 계기 만들어"
최명규 기자 최종업데이트 2014-12-30 19:03:21
  • CARD 1/

    '공안 광풍(狂風)' 시작되나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에 대해 해산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 직후 '통진당해산 국민운동본부' 등 우익단체는 이정희 전 대표를 비롯한 10만명에 달하는 통합진보당 당원 전체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다음날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하는 등 발 빠르게 행동에 나서며 '공안 광풍(狂風)'을 예고했다.

    유일한 반대 의견을 낸 김이수 헌법재판관은 결정문에서 과거 독일에서 독일공산당 해산 직후 벌어졌던 사건들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했다. 김이수 재판관은 "과거 독일에서 12만5천여 명에 이르는 공산당 관련자가 수사를 받았고, 그 중 6천~7천 명이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직장에서 해고되는 등 사회 활동에 제약을 받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 결정으로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일이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통합진보당의 당원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처벌은 가능한 것일까?

    이정희, 정치보복 박근헤 정부는 독재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강제해산 된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치보복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 CARD 2/

    "해산 이전 정당의 모든 공적 활동은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

    독일 연방정부가 1951년 독일공산당에 대해 해산심판 청구를 할 당시 형법 90조a는 위헌정당에서 활동한 부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 조항에 근거해 1956년 해산 직후 독일공산당 당원들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와 기소, 처벌이 이뤄졌다.

    그러나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1961년 이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해산 결정 이전에 정당의 공적 활동은 모든 것이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이다. 다시 말하면 헌재의 '위헌정당' 결정은 장래에만 효과를 미치고, 과거까지 소급해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창설적 효력'이라고 부른다.

    이 같은 견해는 통합진보당 해산에 찬성했던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나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등 헌법학자들도 자신들의 저서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이다. 헌법학자로서 현 행정자치부 수장인 정종섭 장관도 저서 '헌법소송법'(2002. 박영사)에서 '창설적 효력'으로 이를 설명하고 있다.

  • CARD 3/

    정종섭 "해산결정 전 정당활동은 위헌적 아니다"

    (b)창설적 효력

    이와 같은 정당해산심판은 創設的 效力(konstitutive Wirkung:창설적 효력)을 가진다. 헌법재판소의 해산결정이 있는 때부터(ex-nunc) 위헌인 것으로 된다. 정당해산심판은 창설적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해산심판이 선고되기 전에 있는 정당의 一般的(일반적)인 活動(활동)은 違憲的(위헌적)인 것이 아닌 것으로 된다. 즉 소급하여 위헌정당이 되는 것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정당의 당원이 되었거나 그 정당을 추종하거나 지지한 행위를 한 자는 위헌정당이 해산된 후에 해산된 정당과 관련된 일반적인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법적인 不利益(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위헌정당으로 해산되기 전에는 어떤 정당이든 그 목적이나 활동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확인된 적이 없기 때문에 해산된 정당도 위헌정당으로 해산되기 전에는 헌법에서 인정하는 정당활동의 자유를 보장받았고, 또 해산된 정당의 당원이나 추종자 또는 지지자도 그 점을 전제로 활동하였으므로 사후적으로 그러한 정당활동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난다.

    다만, 해산된 정당의 당원이나 추종자 또는 지지자가 다른 실정법을 위반한 행위는 免責(면책)되지 않는다. 정당이 해산되었다고 하여 해산된 정당의 당원이었던 자의 民事上(민사상) 또는 刑事上(형사상)의 責任(책임)이 免除(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공산주의 정당이 위헌으로 해산된 경우 그 정당에 소속하거나 그 정당을 지지하면서 공산주의 활동을 하거나 헌법을 부정하는 행위를 한 자는 그 특정한 행위가 실정법에 저촉되면 해당 실정법상의 책임을 진다.

    獨逸(독일)의 경우 1961년부터 聯邦憲法裁判所(연방헌법재판소)도 해산결정은 창설적 효력을 가진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 헌법소송법(정종섭. 2014.2. 8판. 489쪽)

    다만, 정종섭 장관은 '헌법재판소의 해산결정이 있기 이전의 정당 활동도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본다'는 이른바 '선언적 효력설' 등 반론도 부가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헌법학자인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헌법학자인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김철수 기자

  • CARD 4/

    "해산결정 이전 정당활동까지 소급해 처벌? 정당활동 본질적 침해"

    '창설적 효력' 관련해 헌법학자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산 결정이 소급해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해산 결정의 효력은 장래에 한해서 효력이 발생할 뿐"이라며 "해산 결정 전의 정당 활동은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해산 결정이 그 이전의 정당 활동의 법적 효과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당해산심판에서 통합진보당 측 소송대리인단이었던 이재화 변호사도 "해산 결정 이전의 정당 활동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면 정당의 활동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한 뒤 소급적으로 정당 활동을 문제 삼으면 누가 정당 활동을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창설적 효력'이 적용되지 않으면 '정당활동의 자유' 자체를 금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재화 변호사는 "독일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진 이유는, 독일공산당 해산 결정이 난 다음에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마구잡이로 '국가보안법 수사'를 한 것인데 거기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해산 결정 이전에) 합법정당에서 활동했던 것을 가지고는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검찰도 이 부분을 제대로 연구하면 다 알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만약에 수사를 한다면 외국에서도 '무리한 공안몰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CARD 5/

    "통합진보당 이적성 여부, 검찰이 별도 입증해야"

    헌법재판소가 '주도세력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는 이유로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지만, 그 자체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이적성을 확정지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통합진보당과는 그 차원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수사와 관련해선 '이적단체'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1998년)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있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 형사적으로 '이적 단체'라는 '사실 확정'이 이뤄진 것이다. '이적단체'라는 대법 확정 판결이 나자마자 공안당국은 한총련 대의원들에 대한 검거에 나섰다. '비권'으로 꼽혔던 학생회장들에 대해서도 예외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정당해산심판 증거채택 과정에서 헌재는 엄밀한 증거를 요하는 형사소송법이 아닌 민사소송법을 준용했다. 민사소송법에서는 재판부의 판단 자체가 꼭 '사실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임지봉 교수는 "국가보안법 적용 관련 재판이 열리면 형사소송법이 적용된다. 헌재가 준용한 민사소송법보다 훨씬 더 엄격한 증거법 원칙이 적용된다"며 "원고인 검사, 국가 측에 훨씬 더 높은 책임이 요구되고, 헌재 판단보다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또한 "(통합진보당의) 이적단체 해당 여부는 국가보안법 상 이적단체이고, 헌재 결정은 헌법 상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이다. 근거법도 다르고 요건도 다르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이적단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검찰은 수사에서 그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결정문을 보면 헌재는 이석기 의원 등(주도세력)에 대해 그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했지만, 나머지 10만 당원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바는 없다"며 "국가보안법에도 여러 조항들이 있고, 각각의 조항들의 구성 요건이 있다. 거기에 해당하느냐 여부는 별도 요건인 것이고, 검찰은 정확하고 치밀하게 범죄 요건 충족 여부를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김칠준 변호사는 "헌재 결정문에 의해 통합진보당이 이적단체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보는 것은 전혀 맞지 않다"며 "검찰이 하나 하나 입증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헌재 심판은 민사소송법을 준용해서 나온 것이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고 판단했더라도, 형사적으로는 다시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CARD 6/

    "헌재 결정, 검찰 표적 수사 계기 만들어"

    검찰이 해산된 통합진보당 당원 전체를 대상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에 나서는 것 자체가 까다로운 일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안 광풍'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는 것은 아니다.

    김칠준 변호사는 "검찰이 통합진보당 전체에 대해 수사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것은 우선 1차적으로 공포 조성 등 정치적 효과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또한 "헌재 결정으로 검찰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을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법으로, 원하는 사람을 수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 과정에서 여러 가지 것들을 찾아내 그것을 구체적 입증 자료로 해 기소하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공안당국이 그동안 불법 사찰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공식 수사'라는 외피를 씌워 증거로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해킹을 통해서든, 사전 조사를 해놓은 것을 가지고 그대로 증거라고 내놓을 수는 없으니, 합법적인 수사 절차와 형식을 갖춘 다음에 지목하는 사람들을 수사 대상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당원들에 대한 '법적 처벌' 대신 우익 세력에 의한 '테러'의 방식이 전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우익단체가 통합진보당 당원명부 공개를 요구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 같은 방식은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명단 공개에 대해 '불법' 판결이 내려진 탓에 정부·여당이 '공식적인'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검찰이 과거 통합진보당 당사 압수수색을 통해 당원명부를 확보한 상황에서 '비공식' 루트를 통한 공개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만약 실제로 그러한 일이 일어날 경우 당적을 가졌던 이들에 대한 우익단체의 테러나 직장 내에서의 불이익 등의 사태가 벌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 촉구하는 보수단체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선고를 앞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해산 선고를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