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국가란 테두리를 벗어난 예술가...연극 ‘젊은 예술가의 초상’
산울림고전극장 2015
산울림고전극장 2015ⓒ산울림

인간은 평생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마실 것인지 마시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아주 작은 선택부터 국가와 종교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결정하는 것에 대한 아주 큰 선택까지 인간은 선택이라는 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장 책임감 있고 후회 없는 선택은 자신의 신념에 의해 판단한 선택이다. 가족, 친구, 동료가 제안이나 건의를 할 수 있지만 선택에 관한한 오롯이 자신에게 달려 있다. 최종 결정권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이것은 쉽지 않다. 특히 예술가에게 이 문제는 쉽지 않다. 예술가를 포함한 모든 인간은 가족, 종교, 국가 등에 예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가의 선택은 늘 가족이나 국가 등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 예술가의 선택과 신념은 늘 종교나 국가의 기강 아래에 흔들리기도 하고, 좌절되기도 한다.

산울림소극장 무대에 오르고 있는 연극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그런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가정, 종교, 국가를 대하는 예술가의 태도에 대해서 보여준다.

가정, 종교 등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예술가로 성정해 나가는 이야기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제임스 조이스의 자전소설이다. 동시에 한 젊은 예술가가 그를 옭아매고 있던 가정, 종교, 그리고 국가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하나의 완전하고 독립적인 예술가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순수의 세계, 그리고 동정을 잃은 타락과 어둠의 세계, 마지막으로 그것들을 통한 초월적 세계다.

주인공 스티븐 디덜러스는 어린 시절 예수회 계통의 기숙학교 생활을 한다. 어느 날 스티븐은 신부님의 오해로 억울하게 매질을 당한다. ‘신부님은 옳을 것이다’라는 고민과 ‘부당한 것’에 대한 고민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던 스티븐은 결국 교장을 찾아가 부당함에 대해 고발하는 쪽을 선택한다.

가정에서도 그의 고민은 이어진다. 스티븐의 아버지는 술에 취해 자신의 과거에 연연한다. 가는 곳마다 자신에 대한 자랑을 떠벌리지만 그는 무능력한 아버지일 뿐이다. 가정 속에서도 크게 할큄질 당한 그는 심한 갈등과 환멸을 느낀다.

그는 사창가에서 동정을 잃게 되면서 타락과 어둠의 세계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는 지옥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죄를 모두 털어놓고 구원받는 듯 보인다. 그리고 성직을 권유받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모두 그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들고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시간들이다. 이러한 시간을 겪어가면서 그는 조금씩 가정이나 종교, 국가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독립적으로 구축해 나간다.

사실 그의 이름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스티븐 디덜러스에서 스티븐은 기독교 최초의 순교자 스데반(Stephen)을 뜻한다. 그리고 디덜러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천재 장인 다이달로스을 의미한다. 다이달로스는 자신만의 날개를 만들어 크레타의 미노스왕 궁전에서 극적으로 탈출하는 인물이다. 스티븐과 디덜러스라는 이질적인 요소를 통해서 주인공이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될 거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결국 그는 선언한다. 이미 그의 선언은 후반부에서 드러나기 시작한다. 친구와 스티븐의 대화를 통해서다. 스티븐은 자신의 가정이든 조국이든 교회든 섬기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예술적인 양식을 빌려서 자신을 가능한 한 자유롭게 표현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고민하는 인간이 하나의 예술가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어느 것에 종속되어서 진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현대인에게도 경종을 울린다.

스티븐 디덜러스가가 예술가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미니멀한 무대에 담아냈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최대한의 것들을 자제했다. 버릴 것을 버리고 간소한 무대와 영상만 남겨 놓았다. 그러다 보니 배우가 도드라지고 빛이 났다. 미니멀한 무대를 통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힘이 대단한 작품이었다.

공연은 오는 18일까지 산울림 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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