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창의성으로 똘똘 뭉친 똑똑한 뮤지컬 '쓰릴 미'
쓰릴미
쓰릴미ⓒ민중의소리

8년이란 꽤 오랜 시간 극찬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류정한, 김우형 등 뮤지컬 스타급들이 거쳐가기도 했다. 이 작품을 했던 김무열, 강하늘, 지창욱 등은 브라운관과 무대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스타가 됐다. 그만큼 여성관객들이 압도적인 공연무대에서 남성 2인극은 설정 자체가 매력적이다.

뮤지컬 '쓰릴 미'는 단 2명의 배우들이 만들어 가는 상당히 잘 짜여진 작품이다. 지루해하거나 딴 생각할 틈 없이 속도감있게 전개된다. 인간의 사악함, 천재의 광기로 인한 살인, 동성애가 짙게 깔린 사랑과 집착 그리고 소유와 같은 선명한 소재들이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시킨다.

사실 동성애, 사랑, 살인 같은 소재들은 모든 공연에 단골 소재다. 명확한 갈등구조를 가지며 자극적이고 시각적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너무 흔해서 잘못 접근하면 식상할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아무리 매력적인 남자 배우들을 무대에 올려놓은들 뻔하거나 혹은 조금만 지나쳐도 관객에게 외면당할 수 있단 뜻이다.

창의성은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것을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새롭게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뮤지컬 '쓰릴 미'는 그런 면에서 창의성으로 똘똘 뭉친 똑똑한 작품이다.

극에 등장하는 '나'와 '너'는 천대다. 19살에 시카고 법대를 졸업하고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을 할 정도로. '나'는 '너'를 사랑한다. '방화'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쾌감을 느끼는 '너'를 위해 '나'는 어떠한 것도 하게 된다. 그것이 방화이건 절도이건 말이다. '니체'에 심취해 있는 '너'는 더욱 강한 자극을 원한다. 그리고 '너'는 '나'와 함께 유괴와 살인이란 계획을 하게 된다. '너'를 소유하고 싶은 '나'와 '나'와의 관계 유지를 위한 행동에 스릴을 느끼는 '너'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는 점점 파국을 향해간다. 결국 '나'와 '너'에게는 소유의 보상도 스릴의 찌릿함도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34년 동안 형을 살고 있는 '나'가 가석방을 위한 심리에서 지난 시간 속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성도 독특하다. '나'의 낮게 깔리는 자기 고백은 광기어린 지난 시절의 행동들이 얼마나 무가치한가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뮤지컬 '쓰릴 미'의 재미는 '나'와 '너'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과 심리전에 있다. '과연 누가 누구를 조정했는가'란 질문에 대한 답을 확인하게 되는 절정에 가서는 절로 무릎을 치게 만든다.
뮤지컬 '쓰릴 미'의 또 다른 묘미는 한 대의 피아노가 연주하는 음악이다. 끊길듯 이어가는 피아노 연주곡 만으로 온전히 90분 공연이 이루어진다. '나'와 '너'의 복잡한 심리와 상황을 리드해 가는 음악이 없었다면 이 공연이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다.

그런데 이 공연은 상당히 미스터리한 면도 있다. 공연장이 소극장인 것만 빼면 대극장 무대에 가야 맞는 구성을 하고 있다.
소극장 뮤지컬은 대부분 아기자기하다. 무대가 크지 않기 때문에 스케일이 큰 설정이 필요없다. 배우들의 노래도 소박하며 속삭이는 듯하다. 그런데 뮤지컬 '쓰릴미'는 소극장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동선과 동작이 크다. 노래 역시 대극장에서 들으면 좋을만큼 호소력이 있다. 피아노에 몇개의 악기만 추가시킨다면, 등장인물을 더 추가한다면 딱 대극장 뮤지컬이 될 듯하다. 작은 무대를 압도하는 그런 설정들이 90분 동안 무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뮤지컬 '쓰릴 미'는 3월 1일까지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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