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카드로 정리한 건강보험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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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들어가며
  2. 건강보험 제도는
  3.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문제점은
  4. 개편안1-저소득 가입자 보험료 인하
  5. 개편안2-배당 등 고소득자 보험료 인상
  6. 개편안3-고소득 피부양자 보험료 부과
  7. 1% 고소득자 눈치 보느라 개혁 포기
정웅재 기자 최종업데이트 2015-02-03 14:58:20
  • CARD 1/

    들어가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돌연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 포기를 선언했다. 청와대 압력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돌연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 포기를 선언했다. 청와대 압력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정부가 국민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 포기를 선언해 역풍을 맞고 있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선정해 지난 3년간 추진해 온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방향은 저소득층의 보험료를 줄여주고 고소득층에서 보험료를 더 걷는 내용이었다.

    건보료 부과가 소득에 따라 공평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속적인 문제제기에 따라 마련된 개편 방향이었다.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 온 건보료 부과의 형평성 문제는 뭔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개편안은 무엇이었는지, 정부는 왜 개혁 추진을 포기하겠다는 건지 짚어봤다.

  • CARD 2/

    건강보험 제도는

    먼저 건강보험과 보험료(건보료)에 대해 간단히 이해하고 넘어가자. 건강보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로 국민들이 낸 보험료와 정부 재정을 투입해 운영한다.

    민간보험은 본인이 선택해 가입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지만 건강보험은 일정한 법적 요건이 충족되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가입되며 보험료 납부의무가 부여된다. 2014년 3월 기준 5143만명이 직장 또는 지역가입자로 가입해 있다.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질병은 일정액의 본인부담금을 내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보험료는 소득수준 등 보험료 부담능력에 따라서 부과한다. 단, 보장은 보험료 부담수준과 관계없이 균등하게 보장한다. 따라서 소득재분배 효과도 갖고 있다.

  • CARD 3/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문제점은

    건보료 부과 체계의 문제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공평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여러 측면에서 불공평 문제를 짚을 수 있다.

    첫째,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과체계의 이원화에서 오는 문제다. 직장가입자는 소득의 일정 비율을 보험료로 낸다. 지역가입자는 소득, 재산, 자동차, 성·연령 등에 점수를 부과해 보험료를 산출한다. 지역가입자는 자영업자, 농·어민, 실직자 등인데 과거 소득 파악이 어려운 점이 있어서 재산, 자동차 등을 더해 소득을 추정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문제는 소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집과 오래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상당액수의 보험료가 부과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지역가입자 문제는 뒤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둘째, 직장가입자내에서도 불공평 문제가 제기된다. 바로 이런 경우다. 직장인 A씨는 지난해 연봉 3600만원(월 300만원)을 받았다. 다른 소득은 없다. 직장인 B씨는 재테크에 능하다. B씨가 지난해 번 소득은 연봉 3600만원, 주식 배당금과 은행예금 이자 소득 1500만원, 월세를 받아 번 임대소득 600만원 등이다. 이를 모두 더해 종합소득이라고 하는데, B씨의 종합소득은 5700만원이다.

    A와 B를 비교하면, A의 총소득은 3600만원, B의 총소득은 5700만원이다. 직장가입자는 소득에 비례해 보험료를 납부한다고 했으니 A보다 B가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그런데 두 사람의 보험료는 월 9만6천원으로 같다. 현행 체계가 근로소득 외 종합소득(이자, 배당, 사업, 연금소득 등)에 대해서 연 7200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만 보험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근로소득 외에 재테크 등으로 월 600만원(연 7200만원) 미만을 더 버는 것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연봉 3600만원 노동자와 재테크 등을 해서 연봉 1억원을 버는 노동자의 보험료가 똑같은 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셋째, 피부양자 무임승차 문제가 있다. 직장가입자의 부모와 배우자, 자녀 등은 피부양자 자격을 얻어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 피부양자는 직장가입자에 의해 주로 생계를 유지하는 자로 원칙적으로 소득이 없는 자를 의미한다. 미성년 자녀가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혜택을 받는 건 아주 자연스럽다. 문제는 소득이 있는 부모나 배우자의 경우다. 종합소득이 있어도 일정한 기준만 충족하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즉, 재산 과표 기준 9억원 이하, 이자 및 배당 등 금융소득이 연 4000만원 이하, 연금소득이 4000만원 이하인 경우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6억원 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고, 금융소득으로 연3600만원을 벌고, 연금으로 연3600만원을 받아도 자식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한푼도 안 낼 수 있다.

  • CARD 4/

    개편안1-저소득 가입자 보험료 인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 방식은 상당히 복잡하다. 과세소득 500만원을 기준으로 부과방식이 달라진다. 과세소득이 500만원이 넘으면 소득, 재산(주택), 자동차 보유 등에 각각 보험료를 매겨 이를 합산해 보험료를 결정한다. 과세소득이 500만원이 넘지 않으면 우선 '평가소득'을 산출한다. 평가소득은 가구원의 수와 성별과 연령, 재산, 자동차, 소득 등의 감안해 산출한다. 이 평가소득과 재산, 자동차에 각각 보험료를 매겨 이를 합산해 보험료를 결정한다.

    생활고 끝에 "죄송하다"는 메모와 월세 및 마지막 공과금 70만원을 남기고 자살한 송파 세 모녀.
    생활고 끝에 "죄송하다"는 메모와 월세 및 마지막 공과금 70만원을 남기고 자살한 송파 세 모녀.ⓒ서울지방경찰청

    이 방식의 문제는 과세소득 50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의 경우, 보험료 산정 과정에서 재산과 자동차가 중복 계산돼 상대적으로 과도한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연식과 차종(수입차 국산차 여부) 등에 관계없이 배기량 기준으로 자동차를 재산으로 환산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 월세를 전세로 환산해 재산으로 잡아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도 저소득층에 과한 부담을 지운다는 지적도 높았다. 지난해 생활고로 자살한 송파 세 모녀가 그런 경우인데, 이들은 소득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보증금 500만원과 월세 50만원을 전세금으로 환산해 보험료를 부과하고, 두 딸의 나이를 고려해 보험료를 부과해 총 월 5만원의 보험료를 냈다.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 생계형 차량 보유자, 반지하 셋방에 사는 저소득층 등에게 적게는 수만원에서 많게는 십수만원의 보험료가 부과되는 것이 모두 같은 이치다.

    개편안은 지역가입자들의 성·연령·자동차에 물리던 건보료를 폐지하고 소득과 재산에만 보험료를 매기기로 했다. 또 소득이 없거나 재산이 일정 금액 이하일 경우에는 최저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최저보험료는 현재 직장인들의 최저보험료인 월 1만6480원으로 책정했다. 송파 세 모녀와 같은 저소득층은 이에따라 월 보험료가 5만원 내지 수만원에서 1만6480원으로 줄어든다. 만약 현재 내는 보험료가 1만6480원 미만인 지역가입자는 현재 내는 보험료 그대로 내면 된다. 개편안대로 하면 전체 지역가입자의 79.3%(602만가구)의 보험료가 내려 간다.

  • CARD 5/

    개편안2-배당 등 고소득자 보험료 인상

    급여 외 임대, 배당, 금융소득 등은 연 72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건보료를 부과해 급여 소득만 있는 직장인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
    급여 외 임대, 배당, 금융소득 등은 연 72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건보료를 부과해 급여 소득만 있는 직장인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뉴시스

    앞서 언급했듯 임대, 배당, 금융소득 등이 있는 고소득 직장인에게 월급 외 소득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월급 소득만 있는 직장인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 월급만 300만원을 버는 직장인과 월급 300만원에 임대, 배당, 금융소득 500만원을 더해 월800만원을 버는 직장인의 보험료가 똑같기 때문이다.

    개편안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월급 외 임대·배당 소득 등이 있는 고소득 직장인들에게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담았다. 현재는 월급 외 종합소득이 연 7200만원(월 600만원)이 넘을 경우에만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대상자는 3만명에 불과하다.

    개편안에서는 건보료 부과 종합소득 기준을 연 7200만원 이상에서 2000만원 이상으로 대폭 낮췄다. 현재 근로소득과 별도로 사업·임대·이자·배당 등 종합소득을 가진 사람은 약 250만명인데, 개편안에 따르면 26만3000명이 보험료를 내게 된다.

    월급 소득만 있는 1200만명에 달하는 직장가입자들은 변화 없이 현재 내는 보험료 그대로 내게 된다.

  • CARD 6/

    개편안3-고소득 피부양자 보험료 부과

    전체 5천만 건강보험 가입자 중에서 건보료를 내지 않는 직장인의 피부양자는 2023만명이다. 건강보험 가입자의 40%로 건강보험 가입자 중 가장 많다.

    이들 중 소득이 없는 미성년 자녀 등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소득이 많은 부모나 배우자들이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내는 것은 문제다.

    현행 건보료 부과 기준에 따르면 9억 이하 아파트를 갖고 있고 연 4000만원 미만 연금소득이 있는 장년층이 직장인가입자인 자녀나 배우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얻어 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낼 수 있다.
    현행 건보료 부과 기준에 따르면 9억 이하 아파트를 갖고 있고 연 4000만원 미만 연금소득이 있는 장년층이 직장인가입자인 자녀나 배우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얻어 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낼 수 있다.ⓒ뉴시스

    김종대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지난해 퇴임하면서 자신의 사례를 들어 이런 문제를 제기했었다. 김 전 이사장은 직접 재산 내역을 공개했는데, 그는 서울 신사동 아파트와 지방에 있는 땅을 합쳐 5억6000만원 상당의 재산이 있고 퇴임 후 매년 4000만원 정도의 연금도 받는데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낸다며 건보료 부과체계의 문제를 지적했었다.

    고액 자산가이고 웬만한 직장인 연봉에 해당하는 연금도 받게 될 김 전 이사장이 건보료를 한 푼도 안 내는 이유는 퇴직 후 직장가입자인 아내의 피부양자로 자격이 바뀌기 때문이다.

    개편안에서는 이런 문제도 어느 정도 개선하려 했다. 직장인 피부양자 중에서 연금 소득 등이 2000만원을 넘으면 지역가입자로 편입시켜 건보료를 내도록 했다. 피부양자로 보험료를 안 내던 19만3000명이 보험료를 내야 한다.

  • CARD 7/

    1% 고소득자 눈치 보느라 개혁 포기

    결국 정부가 발표 하루 전 돌연 포기를 선언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안은 저소득 지역가입자 602만 가구의 보험료를 내리고, 고소득자 46만명의 보험료는 올리는 내용이었다. 보험료 부과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해 형평성을 더욱 높이는 조치였다.

    연말정산 논란 등 국정운영의 난맥상으로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박근혜 정부는 1% 고속득자 눈치를 보느라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포기를 선언했다.
    연말정산 논란 등 국정운영의 난맥상으로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박근혜 정부는 1% 고속득자 눈치를 보느라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포기를 선언했다.ⓒ뉴시스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 기획단이 1년 7개월 논의 끝에 개혁안을 마련했는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표 하루 전에 돌연 포기를 선언했다. 연말정산 논란 등 국정운영의 난맥상으로 지지율이 20%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고소득자의 반발로 국정운영이 더 어려워 질 것을 우려한 청와대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1% 고소득자 눈치를 보느라 개혁을 포기한 것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개편안이 최선은 아니지만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현실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작품"이라며 "45만 고소득자가 그렇게 무섭나. 사회적 공감대를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인데 2013년에 구성된 기획단에 이미 전문가, 가입자 대표들이 포함돼 있고 이들이 만든 방안이다. 기본 방향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논의를 심화시키면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