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순 칼럼] 유독성 포스겐 가스 누출, 대책 시급하다

1월 30일 오후 1시 05분 전남 여수시 국가산업단지 내 엘지화학 PC(폴리카보네이트)공장 PC생산팀 Train1 P-1110(모너머피드 펌프 1공정) 주변에서 유독가스인 포스겐(phosgene,카스번호75-44-5)이 누출되었다. 이 사고로 엘지화학 노동자 5명이 포스겐 가스를 흡입하는 부상을 입고 여수전남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엘지화학 측은 2시간 후인 3시 06분에 발표한 자료에서 사고는 12시 25분 Pump Trip(펌프순간정지)이 되면서 1공정이 Shut Down(가동정지)되었고, D-1110(타원형 기체드럼)의 압력상승으로 압력배출용 밸브가 오픈되면서 포스겐이 누출되었다고 밝혔다.

첫째, 독가스에 누출된 노동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피해노동자들의 생명엔 지장이 없다는 소식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이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염화카르보닐이라고도 불리는 포스겐은 합성수지, 플라스틱, 살충제, 제초제, 의약품 원료로 사용되는 무색의 독성이 강한 질식성 기체이다. 때문에 흡입시 기침, 호흡곤란, 경련 등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으며 짧은 노출에도 사망 또는 치명적 손상을 일으킨다. 피부 노출 시 화상 또는 동상, 피부부식 및 조직을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안구 자극 시 화상, 눈 손상을 입힌다. 이처럼 독성이 강한 포스겐은 1·2차 세계대전 당시 화학 무기로 쓰였으며 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용 독가스로 유명하다.

특히, 포스겐은 눈에 띄는 기도 반사 작용이 없으므로 치사량에 노출되어도 증상이 늦게 나타나 5~6시간이 지날 때까지 심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즉시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사람도 이후에 사망하는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주목해야 한다. 포스겐 중독 중 가장 일반적인 증상은 혈담과 기침이 나오며 수개월간 지속되는 쇠약증임을 감안하면 피해노동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요구된다.

여수산단 포스겐 누출
여수산단 포스겐 누출ⓒ연합뉴스TV 캡처

둘째, 시스템적인 사고원인 분석으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수산단 내 포스겐 누출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 7월 16일 오전 0시10분, M&H 약품 제조공장 누출사고로 일시적이나마 60여명의 노동자들이 중독 현상을 보여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2012년 6월 19일 오후 2시50분, 금호미쓰이화학㈜공장 포스겐 생산공정 파이프연결 부위에서 누출사고가 발생하여 노동자 140여 명이 대피한 적이 있다. 지난 10년간 3차례나 발생한 포스겐 누출사고는 큰 인명피해를 일으키진 않았지만, 주민 불안은 가중되어 재발방지에 대한 지역의 목소리는 높았지만 그 때 뿐이었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여수산단 내 화학사고의 언론보도와 노동부의 사고조사보고서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단어는 ‘작업자 부주의, 오작동, 실수’이다. 재발방지를 위한 구조적이고 시스템적인 원인을 찾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고 이러한 이유로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석유화학 장치산업의 특성상 자동화된 공정에서의 사고는 필연적으로 설비와 공정상의 시스템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사고원인을 노동자의 실수가 아닌, 설비자체의 디자인과 공학적 문제이던 정비보수나 경고장치의 문제이던 아니면 운전절차의 문제이던 다른 것에서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같은 유형의 사고재발을 막을 수 있다. 인간은 언제든 또 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의 경우 아직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엘지화학의 신고와 발빠른 대응으로 추가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긴급히 출동한 관계기관은 조사해 들어갔다고 한다. 조사과정에서 꼭 밝혀야 할 지점은 어쪄면 단순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잘 되지 않았다.
왜 정상운행하던 Pump가 순간정지되었는지, 왜 기체드럼의 압력은 상승했는지, 압력상승과 그로 인한 밸브오픈은 정상적인 반응이었는지, 그리고 이중적 안전장치 설치는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는지 등이 시스템적 원인을 밝혀내는 핵심내용으로 조사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의 조사과정과 발표를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다.

셋째, 통합적인 화학물질관리체계를 위한 지역사회알권리법·조례 제정이 시급하다

여수지역 화학물질 사고는 잊을 만하면 일어나고 있다. 최근 2013년 대림산업 폭발사고로부터 2014년 GS칼텍스 기름유출사고, 해양조선소 암모니아 가스누출사고, 탱크로리 염산누출사고 그리고 이번 엘지화학 포스겐누출사고까지, 대부분이 독성과 폭발성이 강해서 사고대비물질로 규정하고 있는 물질들로 인한 사고였다.

더욱이 여수산단은 한 언론의 지적처럼 염소·포스겐 등 독성가스 외에 황산·암모니아·염산 등 유해화학물질, 휘발유·경유·톨루엔·벤젠 등 위험물 등 3종류 물질을 모두 취급하고 있어 작은 사고라도 터지면 자칫 대형 참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러나 정부의 화학물질관리는 노동부, 환경부, 자치단체가 따로 놀면서 체계적이지 못하고 사고 발생시 대응 또한 우왕좌왕 미흡한 모습을 보여왔다.

때문에 지난해부터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와 여수건생지사(여수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는 화학물질사고예방과 사고 발생 시 체계적인 비상대응을 위해서 ‘화학물질관리와 지역사회알권리법과 조례’ 제정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알권리법은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으로 올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27개 참여단체로 구성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는 상반기 개정안 통과에 온 힘을 다할 것이다. 또한, 주요산단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알권리조례 제정사업은 올해도 계속된다.

여수지역의 경우 지난해 조례제정의 여론이 형성되어 본회의 통과가 낙관적이었으나 상임위 논의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의 갑작스런 태도변화로 인해 본회의 상정마저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여수건생지사는 하마터면 큰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한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시 한번 여수시 지역사회알권리조례 제정의 화두를 던질 것이다. 이번이야말로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뜻을 모아 조례를 제정하고 화학사고없는 안전한 여수를 만들기 위해 매진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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