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준의 청춘칼럼] 영세 사장들의 ‘소심한 갑질’, 다른 용기는 없나

개념을 탑재한 광고 한 편이 나왔다. ‘최저시급은 5580원’, ‘야간 근무수당은 시급의 1.5배’ 같은 아르바이트생들의 권리를 소재로 삼은 아르바이트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몬’의 광고가 그것이다. 알바몬 광고는 재미있고 신선했다. 기존의 아르바이트 광고가 껍데기뿐인 꿈과 희망을, 공익광고는 당연한 이야기를 대안 없이 거창하게 이야기 했던 것에 비해 구체적이고 선명한 메시지를 던지며 그야말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광고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국민여동생으로 각광받는 혜리가 광고모델이었으니 반응은 무척이나 ‘핫’했다.

헌데 생뚱맞은데서 또 다른 의미의 더 뜨거운 반응이 나왔다. 바로 알바를 고용하는 ‘사장님’들로 부터다. PC방 대표 단체인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은 소상공인 고용주들이 근로자에게 최저시급과 야간수당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광고가 아르바이트 근무자와 고용주간의 갈등과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며 광고 배포 중지와 알바몬 측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이런 사장님들의 집단행동은 “우리 가게는 최저임금도 안 주고, 야간수당은 턱도 없어요”라고 인정해버린 황당하고도 염치없는 ‘커밍아웃’이었다. 이어 알바몬 탈퇴 운동에 이어 ‘사장몬’이라는 대안 커뮤니티까지 만들었으니 사장님들은 “알바가 갑이다”라는 광고에 적잖은 위기감을 느낀 모양이다. 아니면 “사장이 갑이다”라고 외치고 싶었을까? 당연한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조차 막으려하는 나쁜 사장님들의 ‘갑질’이다.

광고에 발끈한 사장님들, 인턴 부려먹고 자른 청년벤처기업

얼마 전에는 ‘위메이크프라이스’라는 소셜커머스 업체에서 인턴직 청년 11명을 마구 부려먹고는 전원 해고해버려 공분을 샀다. 물건을 ‘싼값’에 팔려다 보니 청년도 ‘헐값’ 취급해버려도 괜찮은 줄 아는가 보다. PC방 사장님들이야 영세자영업자라고 항변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위메프’의 행태는 업계 1위 체면도, 청년벤처기업의 명분도 저버린 더 나쁜 ‘꼴갑질’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불법해고는 아니라며 솜방망이 처벌을 했으니, 인턴은 ‘불합격’이라는 이름으로 잘라 버려도 된다는 것을 정부가 보증한 셈이다.

우리 사회에 ‘갑질 논란’이 한창이다. 비행기에서부터 백화점, 마트, 식당, 일터에서 고객과 회사로부터 ‘갑의 횡포’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자는 ‘미생’으로 불리는 20대 청년들이 대다수이다. 그들에게는 장그래처럼 “Yes”만을 이야기하길 바란다. ‘갑의 횡포’에 묵묵히 참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열정페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고 있다. 한 끼 밥값도 안 되는 시급을 받아도, 주휴수당을 안 주고 임금을 아끼려고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꺾기’를 당해도, 착취에 가까운 고된 노동에 시달려도 ‘을’ 중에서도 가장 맨 끝자리에 위치한 청년들은 찍소리 한 번 내기가 힘들다. 기껏 용기 내어 한 마디 했다가는 “너 아니라도 일할 사람 많아”라는 해고 통보를 당하기 일쑤다. 그리고 이런 착취와 불합리는 대형 프랜차이즈부터 영세사업장까지 가리지 않는다. ‘정규직’ 밑에 ‘비정규직’, 그 밑에는 ‘인턴’과 ‘알바’가 있다.

걸스데이 혜리가 등장한 알바몬 광고의 한 장면
걸스데이 혜리가 등장한 알바몬 광고의 한 장면ⓒ유투브 알바몬

계속되는 불경기와 경제위기로 너나 할 것 없이 먹고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수많은 알바생들은 오늘도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구직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것을 이용하기라고 하듯, 곳곳에 붙은 구직 전단에는 뻔뻔하게도 ‘상담 후 결정’이라는 내용이 떡하니 있다. 몇 시간을 근무하고 얼마를 주겠다는 이야기 하지 않으면서 ‘최저임금’이 사실상 ‘최고임금’인 현실 속에서 이조차도 줄 수 없다는 방증이다.

‘사장몬’ 대신 ‘점주연맹’, ‘자영업동맹’은 어떠신가

물론 우리도 안다. 영세자영업자로 불리는 ‘사장님’들도 하루하루가 힘들고 월급 주기조차 빠듯하다는 것을. 그런 사장님들이 아르바이트생을 상대로 ‘갑질’을 하지 말고 꼴값을 떠는 정부와 대기업을 상대로 ‘을의 반란’을 했으면 어땠을까? 최저임금은 당연히 줘야하고, 노동법을 지키고 싶은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니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를 했으면 어땠을까 말이다. ‘사장몬’을 만들 용기와 패기로 ‘점주연맹’, ‘자영업동맹’을 만들어 그들에게 갑질하고 있는 대상에 맞서 싸웠다면 알바생들과 국민들에게 열화와 같은 성원과 지지를 받았을 것이다. 어차피 애를 써도 ‘갑’ 중의 바닥, 현실은 ‘을’이지 않던가.

이제 설 명절이다. 귀향길과 연휴 한가운데서 수많은 청년들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을 외치며 명절도 포기한 채 알바전선에 나설 것이다. 최저임금, 주휴수당, 야간수당은 모르는 채. 이제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이해하고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호구인 줄 아는 세상 아니던가?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을 역설한 “네가 해봐라” 신년 국정연설이 화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의 대통령이 그런 연설 따위를 할 일은 만무하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최저임금 깎자고 덤비는 것이 아닌 것이 다행일지 모른다. 직접 행동에 나서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다. 이제는 ‘을’들이 함께 유쾌한 반란을 꿈꾸자. 열정은 파는 것이 아니라 키우는 것이고, 수많은 ‘을’이 단결할 때 진정한 의미의 ‘알바가 갑’인 세상이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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