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별비례제’ 19대 총선 적용해보니…진보정당 30석 넘는다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불이 붙을 태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4일 ‘6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방식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편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2012년 19대 총선에 적용한다면 어떤 결과가 도출될까?

선관위 방안 적용하면 진보당 32석 획득
군소정당, 의회 진출 유리…전국적으로 의석 포진

<민중의소리>가 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19대 총선에 가상으로 적용해 본 결과, 13석을 얻었던 옛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은 32석으로 의석수가 약 2.5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석을 얻었던 옛 자유선진당(이하 선진당)도 10석으로 2배로 뛰었다. 10%대의 지지율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진보진영에 유리할 뿐 아니라 군소정당이 3% 지지율만 넘으면 전국 정당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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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진보당의 경우 당초 서울과 경기, 전북, 광주, 전남에서만 지역구 당선인이 나왔으나, 선관위 방안을 적용하면 영남 지방을 포함한 6개 권역 모두에서 당선인을 배출하게 된다. 충남에서만 3명의 지역구 당선인을 냈던 선진당 역시 호남 지방을 제외한 5개 권역에서 의석을 획득한다.

군소정당도 ‘봉쇄조항’인 전국 득표율 3%를 넘기면 전국적으로 의석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은 물론, 거대 양당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여지도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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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도 완화 효과도…‘불모지’서 의석 획득

한국 사회의 고질병으로 지적돼 온 ‘지역구도 완화’에도 효과가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옛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던 ‘불모지’ 대구·경북 권역에서 5석을 얻게 된다. 3석뿐이었던 부산·울산·경남 권역에서는 무려 14명의 당선인을 배출하게 된다. 사실상 경남권에서 새누리당은 철옹성이라고 볼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새누리당 역시 단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했던 광주·전북·전남·제주 권역에서 4석을 얻는다. 서울에서는 새누리당이 민주당을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정당득표에서 더 높았기 때문이다.

또한, 양당의 틈바구니에 끼어 지역구 당선인을 내지 못했던 진보당 등 군소정당들이 거의 모든 권역에서 의석을 획득했다는 점은 ‘지역구도 완화’ 차원에서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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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득표=의석’ 비례성 높아져

현행 한국 선거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것은 ‘비례성’이 낮다는 점이다. 유권자의 의사가 의석수로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고 왜곡된다는 것이다. ‘비례성’은 평등선거의 원칙을 실현하는 데서 핵심적인 요소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정당득표율은 42.80%였으나, 의석수는 총 300석 중 과반이 넘는 152석(점유율 50.66%)이었다. 정당득표율에 비해 과대대표 된 것이다. 반면 진보당의 경우 10.30%의 정당득표율을 얻었지만, 의석수는 13석(점유율 4.33%)에 불과해 과소대표 됐다. 이는 평등선거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4개의 ‘의석할당 정당’들만 놓고 계산한 ‘순수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수는 무소속 3석을 제외한 297석 중 새누리당 137석, 민주당 117석, 진보당 33석, 선진당 10석이다. 이는 정당득표가 정확하게 의석수로 나타난 ‘이상적인’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선관위가 제시한 방안을 19대 총선에 적용할 경우 현행보다 이 수치에 더욱 근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141석(초과의석 포함), 민주당은 116석, 선진당은 10석, 진보당은 32석을 가져가게 된다. 상대적으로 더욱 높은 비례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사실상 모든 국회의원이 지역을 대표하게 됨으로써 직능과 부문을 대표한다는 비례대표 본래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방안이다. 지역이 과대대표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가 비례대표로 출마할 수 있도록 해 지역 유력정치인이 사실상 무조건 당선되는 효과를 낳게될 가능성도 있다.

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① 국회의원 총 정수 300명을 6개 권역별로 인구비례에 따라 배분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은 2:1 범위에서 정한다.
※ 6개 권역:▲서울 ▲인천·경기·강원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북·전남·제주 ▲대전·세종·충북·충남 (선관위 예시안)

② 권역별로 ‘의석할당 정당’에 배분할 총 의석수를 확정한다.
※ ‘의석할당 정당’에 배분할 총 의석수 = 권역별 총 정수 - (무소속 당선인 수 + ‘의석할당 정당’ 이외의 정당 소속 지역구 당선인 수)
※ A권역에 배정된 총 정수가 21석(지역구 14:비례대표 7)이고 무소속 당선인이 1명이라면 나머지 20석을 놓고 ‘의석할당 정당’들이 나눠 받게 된다.
※ 의석할당 정당:전국 득표율 3% 이상을 얻거나 또는 지역구 의원 5명 이상을 당선시킨 정당

③ 권역별로 확정된 총 의석을 각 ‘의석할당 정당’의 권역별 정당득표율에 따라 정당별로 배분한다. (지역구+비례대표)
※ A권역에서 각 정당에 배분할 의석수가 총 20석, 정당득표율이 (가)당 50%, (나)당 30%, (다)당 20%라면 (가)당에 10석, (나)당 6석, (다)당 4석이 배정된다.

④ 각 ‘의석할당 정당’ 별로 배정된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인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권역별 비례대표로 채운다.
※ (가)당이 A권역에서 배정받은 의석수가 10석이고 지역구 당선인이 7명이라면 나머지 3석을 비례대표로 채운다.
※ (가)당의 지역구 당선인 수가 10명이라면 추가 비례의석 배정은 이뤄지지 않는다.
※ 지역구 당선인 수가 배정받은 의석수보다 많은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가)당이 A권역에서 지역구 10곳을 초과해 당선되는 경우이다. 이때 의원정수가 늘어나는 ‘초과의석’이 발생한다.

◆선관위는 지역구 후보자의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를 허용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일종의 ‘석패율제’의 방식인데,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자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선관위는 ‘석패율’(낙선자 득표율/당선자 득표율*100) 대신 ‘상대득표율’(해당 후보자의 득표수/해당 지역구 후보자 1인당 평균득표수)을 당선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제시했다. 각 정당이 최종적으로 얻게 되는 의석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후 의석수 어떻게 계산했나


선관위는 전체 의석수 300명을 유지하되,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인구분포에 따라 의석수를 배정하자고 제안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유권자수를 기준으로 의석수를 배정하면 서울 61명, 경기·인천·강원 96명, 부산·울산·경남 47명, 대구·경북 31명, 광주·전라·제주 34명, 대전·충청·세종 31명이 나온다. 이를 다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1 비율로 나누면 서울은 지역구 41명과 비례대표 20명, 경기·인천·강원은 64명과 32명, 부산·울산·경남은 31명과 16명, 대구·경북은 21명과 10명, 광주·전라·제주는 23명과 11명, 대전·충청·세종은 21명과 10명으로 세분된다. (전체 인구대비로 배정할 경우와 유권자수 대비로 배정할 경우 지역별 의석수는 달라지는데, 선거에 적용되는 만큼 유권자수 기준으로 배정했다.)

각 지역의 지역구 당선인 숫자는 19대 총선에서 해당 지역의 지역구 당선인 비율에 따라 다시 계산했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19대 총선에서 지역구 48명 중 새누리당이 16명(33.33%), 민주통합당은 30명(62.5%), 통합진보당은 2명(4.16%)을 각각 당선시켰다. 바뀐 제도에 따르면 서울 지역구 숫자는 41명이 된다. 여기에 세 정당이 획득한 지역구 숫자의 비율을 곱하면 새누리당은 13.66, 민주통합당은 25.62, 통합진보당은 1.70을 차지하게 된다. 소숫점 이하가 높은 순서대로 정수를 더해주면 새누리당은 14명, 민주통합당은 25명, 통합진보당은 2명의 당선인을 배출하게 된다.

권역별 의석수 계산은 조금 복잡하다. 권역에 배정된 전체 의석수 중 무소속이나 정당득표 3% 미만의 정당에 소속된 지역구 당선인이 있으면 이들 숫자를 빼고 나머지 의석수를 정당득표에 따라 배분한다.

이런 룰을 적용해 서울을 시뮬레이션했다. 19대 총선에서 전체 정당투표 중 3%가 넘는 정당들의 득표수를 분모로, 각 정당이 얻은 표를 분모로 계산하면 새누리당이 45.40%, 민주통합당이 40.99%, 통합진보당이 11.34%, 자유선진당이 2.27%를 득표한 것으로 나온다. 서울에 배정된 전체 의석수가 61석이고 무소속이나 타 정당의 지역구 당선인이 없으므로 4개 정당이 비율에 따라 의석을 나눠 갖게 된다. 이렇게 계산하면, 새누리당은 28석, 민주통합당은 25석, 통합진보당은 7석, 자유선진당은 1석을 차지한다. 앞서 계산된 지역구 당선인 수를 놓고 보면, 새누리당은 지역구 14명, 비례대표 14명의 당선인을 배출하며, 민주통합당은 지역구 25명이기 때문에 비례대표 당선인은 없다. 통합진보당은 지역구 2명에 비례대표 5명, 자유선진당은 비례대표만 1명을 배출하게 된다.

권역에서 정당에 배분된 의석수보다 해당 정당의 지역구 당선인이 더 많을 경우 지역구 당선인은 모두 국회의원이 되고 '초과의석'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가 부산·울산·경남 권역에서 나타났다. 부산·울산·경남의 전체 의석수는 47석이고 지역구 의석수는 31석이다. 지역구 당선인을 19대 총선 비율대로 계산하되 무소속이 1명 당선됐다고 가정했을 때 새누리당이 28명, 민주통합당은 2명, 무소속 1명이 나온다. 전체 의석수 47명 중 무소속 1명을 뺀 46석을 정당득표에 따라 의석을 배정하면 새누리당은 26석, 민주통합당은 14석, 통합진보당은 5석, 자유선진당이 1석을 각각 나눠 갖게 된다. 그런데 새누리당 지역구 당선인이 28명이므로, 배정된 26석보다 2석 많지만 이들은 모두 당선인이 된다. 결국 의원이 2명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즉 부산·울산·경남 권역의 의원은 49명이 되며 전체 국회의원 수도 302명으로 늘어난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위헌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이 같은 방식으로 6개 권역 총계를 내면, 새누리당이 141명(지역구 104명), 민주통합당이 116명(지역구 85명), 통합진보당이 32명(지역구 6명), 자유선진당이 10명(지역구 3명)의 당선인을 배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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