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수 칼럼] 경제가 불쌍하다는 대통령 발언의 물신성

경제는 인간생활의 일부분이다. 경제가 인간 삶의 모든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경제활동이 필요한 것이지 경제활동이 우리 삶의 모든 것은 아니다. 즉, 경제활동은 우리가 살기 위한 조건일 뿐이지 목적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경제가 불쌍하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표현상의 실수일 수도 있다. 경제가 안 돌아간다는 말을 경제가 불쌍하다는 말로 했다고 이해하고 싶다. 즉, 그 표현을 제대로 이해하자면 부동산법 등 3법을 적시에 국회에서 통과해주지 않아 경제가 안 돌아간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이 표현에 가장 큰 문제는, 그렇게 이해한다 해도 박 대통령의 말에 사람의 삶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불쌍한 것은 그러한 경제상황에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의 삶과 생활이지 경제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말을 수석회의에서 한 의도는 언론기사에서도 나타나듯이 '부동산 3법'이 적절한 시기에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서 경제가 살아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경제정책은 시기도 적절해야하지만 무엇보다 일관성도 존재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일관성 없는 경제정책

부동산 3법의 내용을 살펴보자. 그 법의 통과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부동산 3법은 분양가 상한제 탄력적용(주택법개정안)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폐지 법률안), 재건축 조합원 소유 주택 수만큼 주택공급 허용(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등을 말한다. 이법의 내용을 보면 주택구매로 인한 이익의 환수를 폐지함으로써 주택투자의 활성화를 통한 주택시장 경기를 살리겠다는 내용이다. 이 법은 2012년 9월에 입안되어 2014년 11월에 통과돼 2년 3개월이 걸렸다. 이 2년 3개월의 통과 과정을 박근혜 대통령은 ‘퉁퉁 불은 국수’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부동산 경기활성화라는 정책과 최근의 전세가격의 상승에 따른 정책이 동시에 시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것도 아이러니이다.

즉, 주택을 사게 하는 것이 주택경기 활성화인가 아니면 주택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의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도모하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행복을 도모할 수 있는 주택정책인가 하는 것이다. 주택을 사고팔지 않는 것이 단지 부동산취득 초과이익환수라는 세금 때문이라고 인식하는 것도 문제이다.

경기의 활황이 주택경기를 살리는 것이다. 사실 주택경기의 비활성화는 경기불황으로 인한 주택구입여력의 미비 때문이고, 이러한 주택구입여력의 미비를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DTI/LTV 완화를 통해 풀겠다고 말한바 있다. 그런데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경제에 대한 일관된 전망이 부재하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이것은 정책 없는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정책 없음을 탓하지 않고 반대자의 정치에 대해 논하면서 자신의 정책 없음을 숨기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이 말은 기본적으로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아파트
아파트ⓒ양지웅 기자

마지막으로 이탈리아 협동조합에서 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론 내용 중 ‘돈이 사람을 위해 사용되도록 해야지 사람이 돈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말과 조지훈 선생의 지조론에 나오는 말을 인용해본다.

“지조가 교양인의 위의(威儀)를 위하여 얼마나 값지고, 그것이 국민의 교화에 미치는 힘이 얼마나 크며, 따라서 지조를 지키기 위한 괴로움이 얼마나 가혹한가를 헤아리는 사람들은 한 나라의 지도자를 평가하는 기준으로서 먼저 그 지조의 강도(强度)를 살피려 한다. 지조가 없는 지도자는 믿을 수가 없고, 믿을 수 없는 지도자는 따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의 명리(名利)만을 위하여 그 동지와 지지자와 추종자를 일조(一朝)에 함정에 빠뜨리고 달아나는 지조 없는 지도자의 무절제와 배신 앞에 우리는 얼마나 많이 실망하였는가. 지조를 지킨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아는 까닭에 우리는 지조 있는 지도자를 존경하고 그 곤고(困苦)를 이해할 뿐 아니라 안심하고 그를 믿을 수도 있는 것이다”

성찰이나 자성이 사람의 삶의 기본이지만 경제를 살펴봐야하는 지도자의 덕목도 경제상황에 대한 정확한 자성과 성찰이 우선되어야할 것이다.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방식이지만 또한 경제라는 것은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생각도 분명히 지도자의 덕목 중의 하나여야 한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가져오는 치열한 경쟁이 시장경제의 덕목이지만 치열한 경쟁 이면에 사람 삶에 대한 공감의 원리가 존재하지 않는 경쟁만의 강조는 시장을 정글의 법칙이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Copyrights ⓒ 민중의소리 & vop.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