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남 칼럼] 홍준표와 위기의 교육자치

경상남도는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가 초·중등의 학교급식 식품비를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 유일한 지역으로 남게 되었다. 지난 10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감사 없으면 지원 없다’며 교육감을 몰아세우며 무상급식정책을 차단하더니 급기야 경남의 18개 시·군의 무상급식 지원마저 자신의 뜻대로 묶는 데 성공하였다. 아울러 이번 겨울 내내 무상급식담론을 둘러싸고 경남의 시민사회와 교육자들은 무상급식지원금을 되살리는 데 진력하였지만 불통하는 저 냉소적 위정자를 설득하는 데 실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를 비롯하여 많은 주민들은 무상급식정책 여부를 도민들에게 묻고자 주민투표운동을 점화하는 등 무너진 무상급식의 교육공공성을 다시 반석에 세우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제 학교급식에서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식품비를 지원하는 데 있어서만큼은 도교육청 자체 부담분 482억 원만 집행하게 되었다. 이 482억 원 가운데 저소득층 자녀와 특수학교 학생 6만 여명에게 310억 원이 지원되고, 그 외 학생 21만 여명에게는 3월까지의 급식비만 지원하게 되면 이제 경남에서의 학교급식은 유상급식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무상급식 논란 속에서 지방교육자치의 둑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데 숨어있다. 경남도가 도교육청의 무상급식에 지원하기로 약속하여 전출하기로 되어 있던 경남도와 시·군의 지원금 642억여 원을 엉뚱한 곳으로 사실상 전용할 수 있도록 정당화하는 조례를 곧 제정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움직임은 지방교육자치의 고유한 가치라고 볼 수 있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폄하하면서 교육주체를 고사시키려는 매우 정략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뉴시스

무상급식과 함께 교육자치 근간도 흔들려

그 엉뚱한 움직임은 빨간색 바탕의 흰 글씨로 작성된 희대의 명언,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중앙일간지 광고문구와 함께 등장하였다. 서민과 소외계층의 자녀들에게 교육경비를 지원하겠다는 목적을 내보인 <경상남도 서민자녀 교육지원에 관한 조례(안)>(이하 교육지원조례안)은 전형적인 선별적 복지모델을 교육여건 개선 등에 적용하려는 입법인데, 결정적으로 그 비용추계부터 모호하다. <경상남도 의안의 비용추계 조례>에 의하면 ‘발의·제안 또는 제출하는 의안에 따라 의무적 또는 임의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하여 비용추계서를 반드시 작성하여야’ 하는데 위 교육지원조례안이 입법예고 당시 비용추계서가 전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용추계서란 ‘발의·제안 또는 제출된 의안이 시행될 경우 예상되는 세출의 순증가액 또는 세입의 순감소액에 대하여 추계한 자료’를 말하는데, 특히 지원금을 교부하여야 하므로 매우 상세한 세출 및 세입에 대한 추계자료가 전제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기본법>에 의하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와 재정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상호 협력하여 사회보장급여가 중복되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그 목적을 위해 반드시 보건복지부장관과의 협의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번 교육지원조례안의 경우 위법의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이번 교육지원조례에 의하여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할 경우 예산규모에 관한 사항 외에도 사업전달체계와 관련된 세부사업계획, 교육지원제도 신설의 근거, 그리고 교육지원제도 신설에 따라 예상되는 사업의 성과 등이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데에서도 경남도와 도의회는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교육지원조례안에 필요한 예산규모를 무상급식지원금에서 사실상 전용한 것이야말로 위 교육지원조례안이 매우 정략적 작품이라고 판단하는 근거라고 말할 수 있다. 원래 무상급식에 필요한 식품비지원금으로 가편성하였던 지자체의 몫 642억여 원을 노골적으로 묶어두었다가 교육감과 시민사회의 저항이 몇 개월째 이어지자 이를 재탕하고 있는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남도가 준비하였던 식품비지원금 257억 원을 스스로 묶었다가 재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름 지역에서는 중앙권력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경남도가 시·군의 지원금 385억여 원마저 원격 조정하여 묶어놓은 채 교육지원조례안을 위해 희생하라며 사실상 정치적 복속을 강요하고 있다. 몇 개의 시·군에서는 무상급식지원금을 본예산에서 예비비라는 항목으로 편성하였던 것을 3, 4월 추경을 통해 서민자녀교육지원예산으로 편성하기도 한다지만 대부분 시·군은 이미 지난 본예산에서 기초지자체의 무상급식지원금을 서민자녀교육지원예산으로 편성을 마치는 등 위 교육지원조례안은 시·군의 지방자치마저 파탄으로 내몰고 있다.

그러다보니 무상급식정책의 확대에 크게 기여해온 시·군의 식품비 지원금예산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이는 무상급식정책의 확대를 공약을 내세웠던 대부분의 단체장을 선출한 시·군의 유권자, 즉 주민들의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정치적으로 저지하지 못한 단체장 역시 그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위기로 몰아넣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경남도의회는 그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다. 창원시의 102억여 원, 김해시의 56억여 원, 진주시의 35억여 원, 거제시의 30억여 원, 양산시가 준비하였던 36억여 원 등은 단순한 예산항목의 수치가 아니라 수 년 동안 일구어온 무상급식정책의 성과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 성과의 주역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고 진보·보수의 갈등이 없었다. 오로지 아이들의 교육공공성을 옹호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의지와 예의가 있었을 뿐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교육지원조례안이 주는 가장 큰 충격은 교육의 주체가 배제되고 지방교육자치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데 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하 교육자치법)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의 교육, 과학, 기술, 체육 그 밖의 학예에 관한 사무는 광역 시·도의 사무로 하고 그 사무의 집행기관으로 시·도에 교육감을 두도록 하였다. 특히 교육자치법이 이렇게 교육감에게 교육·학예의 집행권한을 부여한 이유는 ‘교육의 자주성 및 전문성, 그리고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살리기 위함이다. 더욱이 경남도의회는 상임위원회의 하나로서 ‘교육위원회’를 설치하여 경남의 교육 및 학예에 관한 의안 등을 심사·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이번 교육지원조례안은 몇 달 전부터 무상급식정책을 무너뜨리려는 경남도지사의 발언과 그 기획내용을 담은 입법안 그 자체인데 도지사의 발의가 아닌 도의회 기획행정상임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도의원들이 조례제정안 발의를 주도하였다는 점이다.

반교육적·위헌적 발상, 수용할 수 없어

이를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자. 먼저, 교육지원조례안이 ‘학력 향상 및 교육격차 해소와 교육여건 개선 등’에 교육지원을 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이는 교육상임위원회가 이 조례안을 다루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권한이 명백하게 침해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는 단순한 실수이거나 행정편의가 아니라, 이 조례안이 교육위원회에서 심의될 경우 반대론을 펴는 도의원들로부터 강력한 저항을 받을 것이라는 정치적 예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의회의 자료를 보더라도 기획행정위원회의 관할은 ‘규제개혁추진단·기획조정실·공보관실·감사관실·행정국 및 그 지도·감독을 받는 사업소 소관에 속하는 사항, 도립대학·인재개발원·경남발전연구원 소관에 속하는 사항’에 그친다. 이번 교육지원조례안이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심의되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입법예고된 조례안의 어느 문구에서조차 조례를 발의한 도의원의 입법의지를 읽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이번 교육지원조례안은 행정권력이 선별적 복지사업을 빙자하여 지방교육자치를 배제·말살하고자 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점이다. 지방교육자치의 정당성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장되므로 이를 어길 경우 그 대가를 각오해야 한다. 대한민국헌법은 명문을 두어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이야말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하였다. 이어서 지방교육법은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그리고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살리기 위하여 교육감, 교육위원회 등의 조직과 운영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비록 교육격차를 해소하거나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을 하더라도, 그리고 이를 선별적 복지모델로 하든 보편적 모델로 하든 이에 관한 기획과 사업내용 및 전망은 헌법과 지방교육법이 정당화하고 있는 교육감이나 교육위원회가 고민할 사안이다. 더욱이 <지방교육재정교부법> 제11조제6항이나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경비보조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의하여 시·도 등 지자체가 교육경비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그 관할구역 안에 있는 학교의 교육, 예를 들어 학교의 교육정보화사업이나 학교의 교육시설개선사업 그리고 환경개선사업 등에 소요되는 경비를 보조하는 데 한정된다. 따라서 이번 교육지원조례안처럼 시·도 등 지자체가 특정 계층의 자녀에게 지원금을 직접 교부할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생각건대 교육의 자치에 대한 몰이해는 잠시 수용할 수 있어도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그리고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이번 기회에 거세하려는 정략적 사고와 냉소적 행동들은 교육 붕괴의 단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용납할 수 없는 ‘반(反)교육’의 정치현상이다.

Copyrights ⓒ 민중의소리 & vop.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