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액추얼리] 유튜브 음악산책 8. 영화 ‘까마귀 기르기’의 명곡, 지네트의 ‘Porque te vas’
지네트의 ‘Porque te vas’
지네트의 ‘Porque te vas’ⓒ기타

음악은 시대와 상황을 만나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한다. 만들 당시의 의미와 전혀 다른 의미로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유튜브 음악산책’ 여덟 번 째 순서로 소개할 노래 ‘Porque te vas(그대는 왜 떠나시나요?)’도 바로 그런 사연을 지닌 노래다.

‘Porque te vas’는 스페인의 음악가인 ‘호세 루이스 페랄레스(José Luis Perales)가 만들고, 가수인 지네트(Jeanette)가 1974년 발표한 노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노래는 헤어짐의 아픔을 노래한 사랑의 노래이자 이별의 노래다. 만들 당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노래는 1976년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1976년작 영화 ‘까마귀 기르기(Cria Cuervos)’에 등장하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까마귀 기르기’는 당시 깐느 영화제 금상, 베른린 영화제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 노래는 스페인을 넘어 유럽 전역, 나아가 전 전계에 알려졌다. 당시 음반차트에서 오스트리아에선 13위를, 스위스에선 3위를 독일에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영화 ‘까마귀 기르기’는 스페인 중산층 가정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다. 세 자매 중 둘째인 아나는 아버지의 복상사를 목격하고 자신이 독살했다고 믿는다. 병으로 죽은 엄마에 이어 아버지마저 떠나자 이모가 할머니와 세 자매의 보호를 맡는다. 아나는 계속 엄마의 환영을 보는 한편 이모에 대한 독살을 꿈꾼다. 영화엔 세 자매의 현재와 과거와 미래가 어지럽게 함께 등장한다. 아빠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해 방학을 끝내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안나를 포함한 세 자매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 아나 토렌트가 연기한 아나 역할과 찰리 채플린의 딸인 제랄딘 채플린이 1인 2역으로 맡은 어머니 마리아와 성인 아나 역할이 인상적이다.

한 소녀의 가슴 아픈 성장드라마인 이 영화는 프랑코 독재정권 치하 사회모습을 은유적으로 풍자한 영화다. 이 영화는 스페인의 프랑코 독재정권의 말기에 제작된 영화다.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은 스페인 중산층 가정과 한 소녀의 성장드라마를 통해 스페인 독재정권을 고발했다. ‘까마귀를 키워놓으면 주인의 눈을 뽑아간다’는 스페인 속담이 있다고 한다. 이 제목처럼 국민이 만든 정권이 국민들을 탄압하고 배신하고 있음을 풍자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영화 ‘까마귀 기르기’. 사진 왼쪽이 주인공 아나를 연기한 아나토렌트다. 사진 오른쪽은 찰리 채플린의 딸인 제랄딘 채플린이다. 1인 2역으로 어머니 마리아와 성인 아나 역할 동시에 연기했다.
영화 ‘까마귀 기르기’. 사진 왼쪽이 주인공 아나를 연기한 아나토렌트다. 사진 오른쪽은 찰리 채플린의 딸인 제랄딘 채플린이다. 1인 2역으로 어머니 마리아와 성인 아나 역할 동시에 연기했다.ⓒ기타

‘Porque te vas’는 영화 ‘까마귀 기르기’를 만나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됐다. 영화 ‘까마귀 기르기’ 주인공인 어린 안나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바로 ‘Porque te vas’다. 안나가 이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추는 장면은 영화가 전하고 있는 스페인 독재의 아픔과 겹치면서 ‘Porque te vas’라는 사랑 노래에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 만든 이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정치적 의미로 해석되기도 했다. “태양이 내 창가를 비추어 주지만 내 마음은 도시를 바라보며 슬퍼지기만 해요. 그대는 왜 떠나시나요? 거의 매일 밤 나는 깨어 있을 거예요. 당신 생각에 시간이 흐르는 걸 느껴요. 그대는 왜 떠나시나요?”라고 말하는 애절한 가사는 영화 속 장면과 겹치며 ‘Porque te vas’에 더욱 강렬한 아픔을 담게 했다.

영화 ‘까마귀 기르기’는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선 EBS를 통해 몇 차례 상영된 바 있다. 재방송을 요청하는 이들이 많아 몇 차례 재방송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지난 2010년엔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이 영화가 국내에서 관심을 모은 건 스페인과 한국의 닮아 있는 현대사 때문이다. 전쟁과 이념적 갈등, 그리고 독재정권과 민주화 등 닮아 있는 현대사의 고리는 영화 ‘까마귀 기르기’에 국내 관객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영화 ‘까마귀 기르기’와 함께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영화 ‘까마귀 기르기’를 아는 이들에게는 가슴 아픈 멜로디는 물론 독재정권 시절의 회색빛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이기도 하다. 영화를 모르는 이들에도 중독적인 멜로디의 사랑노래로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선 원곡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배우 김보연이 1979년 ‘생각’이란 제목의 이른바 번안가요로 더 알려져 있다. “생각하고 생각해봐도 진정으로 당신만 사랑했던 마음을 그댄 아는가요. 생각하고 생각해봐요”로 이어지는 가사는 원곡 가사의 느낌을 일부 살리긴 했지만 전혀 다른 노래로 들린다. 지네트가 부른 원곡 등 다양한 버전의 ‘Porque te vas’를 이곳에 소개한다.

가수 지네트가 부른 ‘Porque te vas’ 원곡.

영화 ‘까마귀 기르기’에 등장하는 ‘Porque te vas’. 지네트가 부른 원곡과 동일한 곡이지만 영화 장면과 함께 듣는 노래는 원곡과 다른 느낌으로 전해진다.

김보연이 지난 1979년 ‘Porque te vas’를 번안해 부른 ‘생각’

Javier Alvarez가 부른 ‘Porque te vas’다. 독특한 느낌의 편곡이 인상적이다.

Copyrights ⓒ 민중의소리 & vop.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