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수 칼럼] 세대와 직종을 서로 싸우게 하는 경제정책

세상에 살면서 혼자만 살 수 있을까. 주변에 사람이 없는 내가 존재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 물어보면 결론은 항상 똑같다. 혼자 살 수 없다. 나를 둘러싼 여러 관계에 내가 포함되어있고, 그 관계를 무시하고는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부모의 자식이자 또 아이들의 부모로서의 나라는 관계에 의해 존재한다. 농경사회에서의 사회복지는 분명히 효라는 개념으로 ‘부모 모시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회가 그렇듯이 자본주의의 도래로 산업화는 경제의 발전을 가져왔다. 그러나 경제의 발전은 가족구성원 소득을 얻는 방식이 과거의 경작이라는 공동노동방식을 급여노동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그와 더불어 가족의 해체를 가져왔고 이러한 가족구성원의 확고한 유대로 노인문제를 해결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여러 나라에서 연금이라는 제도가 도입됐다. 연금은 다양한 방식으로 도입됐지만 기본적으로 연금은 적립자의 퇴직 이후 즉 노령 이후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여기에서 1973년 도입 당시, 자본을 동원할 필요가 있었다는 박정희 정권의 의도는 차치할 것이다. 1986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민연금이 그동안 적립만 하던 단계가 지나고 이제부터 지출도 존재하는 시점이 됐다. 아직 인구통계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금에 대한 여러 터무니없는 주장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것도 젊은 세대와 연금을 곧 받을 수 있는 세대를 분리시키려는 주장인데, ‘젊은 세대는 손해’라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서울광장에서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과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가 4.25공적연금강화 국민대회를 하고 있다.
서울광장에서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과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가 4.25공적연금강화 국민대회를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생명보험 들고 안 죽으면 손해인가

정말 어처구니없는 말이다. 이런 주장은 보험에도 나타난다. 우리가 암보험을 가입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암보험 가입 시 암에 걸린 사람이 보험에 의해 이득을 본 것인가? 그 보험을 가입하고도 암에 거리지 않으면 손해본 것인가? 이 예가 사망보험이면 더욱 확실할 것이다. 보험 가입하고 죽지 않으면 손해본단 말인가?

또 최근 정부는 정년연장 시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공공부문을 개혁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인건비를 줄여 그 몫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한다고 말한다. 해당 기관에 대해서는 인건비 추가분을 주지 않겠다고도 한다. 기존 공공기관 노동자가 백번 양보하여 그것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추가 일자리는 정식으로 채용되는 그 기관의 취업자보다 낮은 급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기관의 다양한 취업형태로 인해 직원간의 위화감 조성과 분열을 야기한다.

이 두 가지 경제정책의 목적은 단 하나이다. 세대간 그리고 공공부문 내의 분열을 일으켜 분할지배하겠다는 정책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주장과 개인의 연금적립금 부담이 두 배에 달한다는 거짓말을 통해 여론을 호도하며 국민의 노년을 궁핍으로 내몰기 위해 세대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분할지배전략이다. 그리고 ‘철밥통’이라는 표현으로 공공부문 노동자의 노년을 박탈하면서 거의 비정규직에 가까운 청년일자리를 미끼로 국민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분할지배, 단기적으론 이득이나 사회적 의견통일 어렵게 해

한 가지 더 중동으로 가라, 중남미로 가라는 애드벌룬에 대해 생각해보자. 우리 청년들의 조부모세대가 갔던 중동의 일자리가 무엇이었는가? 건설 현장이었다. 건설업은 경기의 부침이 심한 일자리이고 최근 중동의 원유가 급락으로 유추해볼 때 국내 건설업보다 해외 건설업은 더 경기에 취약할 수 있다. 결국 경기의 변화에 해외진출 건설업에 취업한 사람들은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기민감성은 경기가 좋을 때는 많이 뽑고 경기가 나쁠 때는 적게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이렇다면 중동의 일자리는 다수의 불완전한 비정규직과 소수의 정규직일자리가 나오게 될 것이 예상된다. 즉 대통령의 ‘중동으로 가라, 중남미로 가라’는 말은 결국 청년들을 비정규직으로 내모는 장밋빛 애드벌룬일 뿐이다.

청년들에게 중동이나 중남미로 가라는 박근혜 대통령
청년들에게 중동이나 중남미로 가라는 박근혜 대통령ⓒ뉴시스

최근의 경제와 관련한 일련의 정책을 볼 때 결국 노인의 빈곤과 젊은이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강요하고, 사회적 유대를 깨뜨리는 전략을 통해 분할지배와 노동자 연대를 저지하려는 노력이 노골화하고 있다. 분할지배가 단기적으로는 집단의 의견통일을 어렵게 함으로써 저항을 약화시켜 정부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향후 의견통일이 필요한 더 큰 사회경제적 문제에 부딪쳤을 때 오히려 합의를 어렵게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정부가 이런 분할지배방식으로 노사관계나 국민들의 이해대립을 해결하려한다면 우리사회의 이해상충을 해결할 민주적 방법을 훼손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민주주의를 합의의 산물이라고 했던가? 정부는 더 이상 반민주적인 분할지배방식을 멈추고 사회적 합의를 통한 논의를 준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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