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준의 청춘칼럼] 사상최악 청년실업이 메르스 때문이라고?

지난 2월, 대학가 졸업시즌의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안타까운 마음을 내보이며 취업 못하는 청년들과 그 부모 걱정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자식 같은 청년들의 취업 걱정에 어느 곳을 가도 일자리만 찾는다. 나라꼴이 엉망이라 국내는 쉽지 않을 것 같고 중동에 가보니 메르스 위험도 별로 없는 것 같아 중동에 가라 추천한다. 남미에 가보니 거기도 괜찮은 것 같아 남미는 어떠냐며 권유해본다. 청년들이 도대체 무슨 소리냐며 버럭 성질을 내자, 옆에 있던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에서 그게 싫으면 요즘 장사가 괜찮다며 푸드트럭 창업을 지원하겠다고 나선다. 정 방법이 없으면 노점이라도 하라는 식이다. 국가 주요 행사 때마다, 도시환경개선을 이유로 피도 눈물도 없이 노점들을 철거하더니 그래도 청년들은 선심 쓰듯이 봐줄 모양이다.

박근혜 정권의 이런 애타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 소식이 또 다시 들린다. 지난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이 10.2%를 기록해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 최악의 청년실업률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메르스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전월 기준으로 전체 실업률은 0.1%p 오른데 비해 청년실업률은 0.9%p 상승했고, 청년층이 많이 일하는 도소매·음식숙박업, 일용직 부문의 취업자 수가 많이 감소했다.

청년연대와 관악구 거주 청년학생들이 23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청년 1인 가구 고시촌을 방문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청년 정책 실패에 대한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청년연대와 관악구 거주 청년학생들이 23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청년 1인 가구 고시촌을 방문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청년 정책 실패에 대한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지난번엔 비온 날이 많아서, 이번엔 메르스 때문에

하지만 메르스 탓만 하기에 청년실업률이 꾸준히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지난 2월에는 청년실업률은 11.1%, 4월에도 10.2%를 기록해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당시에도 정부는 강수 일수가 늘고, 공무원시험 몰려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라 했다. 이 복잡한 숫자놀음 속에 나타나는 결론은 간단하다. 결국 청년들은 비참하게도 비정규직, 아니면 실업자 둘 중 하나의 신세다. 청년들의 일자리는 전염병이 돌고, 비가 오면 잘리는 알바와 일용직, 필요에 따라 쓰고 버려지는 ‘극한알바’에 불과한 것이다.

청년실업률에 대한 이런저런 분석은 많다. 체감 청년실업률은 20% 정도라고 하지만, 실업률, 고용률, 비경제활동인구 등등 딱딱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청년들이 실제 느끼는 고통은 상상 그 이상이다. 이제는 너무 흔한 말이 되어버린 ‘삼포세대’와 ‘오포세대’, 장기간 미취업자라는 뜻의 ‘장미족’, 인문대 졸업생의 구십 퍼센트가 논다는 ‘인구론’, 소설을 쓰듯 창작한 자기소개서 ‘자소설’ 등이 웃프다. 힘겨운 나머지 회피하고 체념하면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되지도 않는 위로를, ‘달관세대’와 같은 타들어 가는 속도 모르는 비아냥을 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비정규직과 실업자로 전락하여 고통의 몸부림을 치고 있을 때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청년실업문제가 본격적으로 사회적문제로 대두된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대책과 계획을 말 바꿔가며 내놓았지만 인턴, 알바와 같은 비정규직만 양산하여 청년실업문제를 오히려 확대, 악화시켰다. 청년들이 갈수록 더욱 심각한 노동환경에 노출되었음은 물론이다. 비정규직에서 실업자, 실업자에서 비정규직의 악순환을 반복하는 동안 청년실업문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지금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중규직이란 것을 만들겠다고 하고, 부모의 일자리가 자식 앞길을 가로막는 것처럼 임금피크제 도입을 이야기 한다. 그동안 어마어마한 흑자와 수익을 내고도 고용에는 인색한 재벌과 대기업 편만 들면서 어떻게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람은 안 뽑는데 실업률은 내려가는 ‘창조경제’의 진가를 보여주기로 작심을 한 모양이다.

청년학생단체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대흥동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총이 제시한 2016년 최저임금 동결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청년학생단체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대흥동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총이 제시한 2016년 최저임금 동결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청년들은 비정규직 아니면 실업자, 정부는 남 탓만

다음번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이 터질 때면 어떤 분석이 나올까 궁금해진다. 세계적인 경제불황? 쓸데없이 높은 청년들의 눈높이? 아니면 또 다시 가뭄과 장마 같은 자연현상일 수도 있겠다. 온갖 분석과 이유를 대지만 희한하게도 제 탓은 없고 남 탓만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을 남 말하듯 하고,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도 성완종을 사면한 노무현 정권을 탓하는, 남 탓하기에는 도가 튼 현 정부의 수준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국정목표 고용률 70% 달성의 비상등 켜지고 실업대란이 일어난 상황에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박근혜 정부는 ‘범정부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하지만 남 탓하고 반성 없는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 리가 없다.

진짜 밤잠을 설칠 정도로 청년들을 걱정했다면 취업준비를 하며 알바로 생활비를 버는 수많은 청년들을 위해 최저임금을 찔끔 올리고 생색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격차를 줄이겠다며 노동시장개혁이라는 칼날을 휘두르며 하향평준화 해서도 안 된다. 솔직히 대책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딱 하나만 인정하자. 지금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은 메르스도,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항상 남 탓만 하는 ‘사상 최악의 정부’의 실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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