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구] 해결의 문턱에서 다시 표류된 삼성 직업병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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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결의 문턱에서 난관에 부딪히다
  2. 사회적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만들어지기까지①
  3. 사회적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만들어지기까지②
  4. 조정위 권고안, 무슨 내용 담았나
  5. 조정위 안에 대한 피해자 가족들의 반응
  6. 삼성은 권고안을 받아들인 것인가?
  7. 향후 쟁점은?
오민애 기자 최종업데이트 2015-08-06 12:39:36
  • CARD 1/

    해결의 문턱에서 난관에 부딪히다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에서 발생한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권고안'이 민간 조정위원회로부터 발표됐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故 황유미 씨 유족이 산업재해 신청을 하면서 이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지 8년만의 일이었다.

    그러나 해결의 문턱에서 난관을 만났다. 애초 삼성전자가 조정위 출범에 적극적이었던만큼 권고안이 수용될 가능성은 높다는 것이 중론이었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3일 권고안의 핵심 조항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 CARD 2/

    사회적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만들어지기까지①

    황유미 씨는 삼성반도체 수원공장(기흥소재)에서 근무하던 중 2005년 6월 백혈병에 걸렸다.  황 씨는 2007년 3월, 2차 골수이식을 기다리던 중 건강이 악화돼 결국 사망했다. 사망 당시 나이는 23세.
    황유미 씨는 삼성반도체 수원공장(기흥소재)에서 근무하던 중 2005년 6월 백혈병에 걸렸다. 황 씨는 2007년 3월, 2차 골수이식을 기다리던 중 건강이 악화돼 결국 사망했다. 사망 당시 나이는 23세.ⓒ민중의소리

    1)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 다니던 황유미 씨는 2005년 6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그리고 2년만인 2007년 3월 세상을 떠났다.

    황유미 씨 유족들은 같은 해 6월 유미 씨의 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유족급여를 달라고 신청했지만, 2년이 지나서야 “백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이 나왔다. 삼성 반도체 공장 내 직업병 문제가 사회에 알려지면서 피해자 및 가족들과 삼성전자의 싸움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나서야 삼성전자와의 직접적인 피해보상 관련 교섭이 시작됐다.

    2) 삼성전자는 2013년 1월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 공식적인 대화제의를 한다. 당시 8명의 피해자 가족들이 반올림과 함께 교섭에 참여했다. 다섯 차례 실무협의 후 그 해 12월부터 본교섭에 들어갔다. 당시 교섭 의제가 ‘보상’, ‘사과’, ‘재발방지대책’이었다. 삼성전자는 교섭에 참여한 피해자 8명 외에도 반도체와 LCD 부문에서 일한 노동자들에게 확대 적용할 것을 약속했다.

    첫 교섭은 삼성전자가 반올림을 협상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아 결렬됐다. 본격적인 논의는 2014년 5월부터 진행됐다. 교섭을 시작하면서 반올림은 ‘삼성 직업병 대책 마련을 위한 요구안’을 전달했다. 삼성전자의 공개사과, 사업장 화학물질 정보 공개, 독립적인 외부감사 실시, 각 사업장 화학물질과 안전보건관리 현황에 대한 종합진단 실시, 산재보상 신청한 모든 이들에 대한 보상 등을 담고 있었다.

    3) 그 사이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병에 걸려 고통 받으신 분들과 가족의 아픔을 소홀히 하고 진작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사업장에서 일했다는 사실과 질병발생 사실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이어 “당사자, 가족 등과 상의 하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가 구성되도록 하고 중재기구에서 보상 기준과 대상 등 필요한 내용을 정하면 그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진행한 날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삼성 백혈병 등 직업병 관련 결의안을 논의하기로 예정된 날 바로 전날이었다. ‘제3의 중재기구’는 당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삼성전자에 전달한 제안서에 들어있던 것이었다.

    이에 대해 반올림은 “반올림이 제출한 요구안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하고 이미 시작된 반올림과의 교섭에 성실히 임해 올바른 해결에 나서라”는 입장을 밝혔다.

  • CARD 3/

    사회적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만들어지기까지②

    고 황유미씨의 부친인 황상기씨를 포함한 반올림 관계자들과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사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측이 2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고 황유미씨의 부친인 황상기씨를 포함한 반올림 관계자들과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사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측이 2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민중의소리

    4) 이후 진행된 교섭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구체적인 안에서 뚜렷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보상 -삼성전자:교섭 참여하는 8명 기준으로 보상기준 마련/8명 우선 보상/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방법 이후에 검토 -반올림:8명 외의 산재신청자들도 포함, 모두를 포괄하는 보상기준을 마련할 것 ▲사과 -삼성전자:권 대표이사의 사과가 이미 있었고, 필요하다면 협상 마무리 단계에서 하겠음 -반올림:어떤 잘못을 한건지 인정한 적 없음. 어떤 잘못을 했는지 인정하고 사과해야 함 ▲재발방지대책 -삼성전자:종합진단 실시-수용/화학물질 등의 정보공개, 외부감사 설치 및 참여권 보장-거부 -반올림:종합진단 실시하되 성실하게 협조할 것 약속/정보공개, 외부감사 병행할 것

    5) 7차 교섭에서 8명 중 6명의 피해가족들이 삼성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를 따로 구성, 교섭에 참여하는 8명을 우선 보상하겠다는 삼성전자와 독자적으로 교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교섭 주체는 반올림과 가족대책위, 삼성전자 3자가 됐지만, 삼성전자는 반올림과 가족대책위를 모두 교섭주체로 인정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8차 교섭에서 가족대책위는 조정위원회를 만들 것을 제안하고 삼성은 이를 받아들였다. 반올림은 삼성이 직접 반올림과의 성실한 교섭으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며 조정위원회 구성 제안에 반대했다.

    6) 9차 교섭에서 조정위원회에 대한 입장차이만 확인하고 교섭은 결렬됐다.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 뜻에 따라 조정위원회(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만들어진다.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조정위원회가 다룰 사안은 ‘사회적 사안’임을 강조하고 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이 모두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한편 반올림이 독자적인 주체가 돼 조정에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 반올림이 이를 받아들여 조정에 참여,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조정을 거쳐 지난달 23일 조정권고안이 발표됐다.

  • CARD 4/

    조정위 권고안, 무슨 내용 담았나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법무법인 지평에서 열린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직업병 보상에 대한 제 2차 조정위원회'에서 김지형 조정위원장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법무법인 지평에서 열린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직업병 보상에 대한 제 2차 조정위원회'에서 김지형 조정위원장이 모두발언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1) 삼성전자의 기부와 공익법인 설립

    조정위 권고안은 ‘삼성전자 및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기부’와 ‘조정권고안 실행주체로서의 공익법인 설립’을 두 축으로 한다. 기부금을 공익기금으로 만들어 공익법인 설립 및 운영 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권고안은 삼성전자의 기부액을 1000억원으로 제시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참여연대, 산업보건학회 등 7곳에서 각 1인을 추천, 이들이 공익법인의 발기인이자 이사가 된다.

    2) 보상대상 질병 확대 및 치료비 전액 보상 원칙

    권고안은 법원이나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되지 않은 난소암, 다발성경화증, 선천성 기형, 흑색종 등 20여개의 질병을 보상 대상에 포함시켰다. 보상대상자에 해당하면 최소한 치료비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사업장 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모두 보상대상에 해당한다.

    한편 피해자들에 대한 신속한 보상을 위해 올해 12월 말까지 신청한 사람을 기준으로 개별 평가를 통해 보상금을 지급하고, 2016년 이후 발병자에 대해서는 해마다 보상대상자를 판정해 보상금을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재발방지대책의 경우 삼성전자 내부 재해관리 시스템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공익법인에 의한 외부관리시스템을 만들 것을 제시했다. 공익법인이 선정하는 3인 이상이 매년 삼성전자 내부 재해관리 시스템 등에 대해 관리, 점검을 진행하는 것이 골자이다.

    3) 권고안의 한계

    삼성전자가 직접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기부’를 통해 만들어진 공익법인이 보상사업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삼성의 책임을 직접 묻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재발방지대책의 경우 이미 삼성전자가 받고 있는 정도의 감사를 받는데 그치고, 화학물질 정보 공개시 영업비밀 보호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도록 정해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여지를 두었다. 이는 삼성전자가 조정과정에서 주장해왔던 내용이 반영된 결과였다.

  • CARD 5/

    조정위 안에 대한 피해자 가족들의 반응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故 황유미씨 8주기를 앞두고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증언대회'가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렸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故 황유미씨 8주기를 앞두고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증언대회'가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렸다.ⓒ민중의소리

    1) 반올림의 입장

    반올림은 지난달 24일 권고안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위해 ‘보상’, ‘재발방지대책’, ‘사과’ 의제가 모두 담겼다는 점을 반겼다. 이는 삼성전자와의 교섭단계부터 의제가 되어온 세 가지 사안이었다.

    반올림은 ‘기부’형식이 삼성의 책임을 드러내진 못하지만 그동안 삼성전자가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소극적이었던 점에 비춰 공익법인이 독립적으로 대책을 수행토록 하는 권고안이 합리적이라고 보았다. 반올림은 삼성전자가 큰 틀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세부적인 사항들을 성실하게 논의해갈 것을 촉구했다.

    2) 가족대책위의 입장

    가족대책위는 지난달 30일 조정권고안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공익법인 설립과 이에 의한 보상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당사자 협상 우선 원칙’에 따라 삼성전자와 보상에 대해 직접 협상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액수가 정해진 ‘사망자 보상액’과, 발생하는 치료비에 따라 액수가 늘어나게 되는 ‘요양 중인 사람에 대한 보상액’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익법인 설립 발기인과 이사에 가족대책위, 삼성전자, 반올림 추천 인사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 CARD 6/

    삼성은 권고안을 받아들인 것인가?

    삼성전자는 3일 권고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1000억원을 사내기금올 조성해 보상금 지급과 예방활동에 쓰겠다는 한편 협력사 직원을 보상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해 권고안의 일정부분을 받아들였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구체적인 보상방법을 제시한 적이 없었고 재발방지대책마련에 소극적이었던 점에 비춰볼 때, 8년간의 싸움이 만들어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조정위 권고안이 두 축으로 삼았던 ‘기부’와 이를 통한 ‘공익법인 설립’을 모두 거부했다. 그 이유는 “공익법인 설립을 통한 보상은 신속한 보상에 맞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삼성전자 내 상주 협력사 노동자들도 보상대상에 포함한다고 해 권고안에서 제시한 보상대상을 모두 수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권고안이 보상대상으로 정한 유산‧불임 등 생식독성 피해자, 퇴직 후 10년 이후 병이 생긴 사람, 1년 미만 일한 사람은 보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했다.

  • CARD 7/

    향후 쟁점은?

    故황유미 8주기, 반도체 ‧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합동 추모주간 선포 및  뇌종양 집단 산재신청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들
    故황유미 8주기, 반도체 ‧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합동 추모주간 선포 및 뇌종양 집단 산재신청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들ⓒ반올림 제공

    삼성전자가 권고안 중 '공익법인 설립'에 반대하며 내세운 명분은 공익법인 설립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니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 백혈병 문제가 공론화된 지 이미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점에서 공익법인 설립에 필요한 약 3개월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매우 짧다.

    결과적으로 권고안에 대한 합의가 불발된 것이기 때문에 재논의가 불가피해졌다. 조정권고안은 “조정당사자가 (이의제기를 통해) 수정 제안을 하고, 이에 대해 상호 절충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절충에 이르기 위한 후속 조정절차를 계속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반올림, 가족대책위, 삼성전자의 입장을 모두 전달받은 조정위원회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논의를 재개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논의가 재개될 경우 쟁점은 권고안 중 의견 대립이 분명히 드러난 '공익법인 설립' 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익법인 설립'의 본질은 객관성을 담보한 '사회적 해결'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내세우고 있는 사내기금 조성안의 본질은 '자체적인 해결'이다. 결국 '사회적 해결'과 '자체적인 해결'을 놓고 원론적인 대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올림 등은 “조정권고안은 ‘사회적 해결’을 제안했는데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알아서 하겠다’고 답변했다”면서 “삼성전자의 이런 태도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된 종전의 입장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