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창욱 칼럼] 다윗왕의 권력남용과 국정원 해킹 사건

권력의 힘은 어디까지인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가?

성경이야기를 먼저 하자. 다윗은 왕과 나라를 위해 충성을 바치는 부하 우리야의 아내와 정을 통해 임신을 시켰다. 다윗왕은 자신의 간음을 은폐하기 위해 군대장관 요압에게 은밀한 명령을 내렸다. 우리야를 전투가 가장 치열한 전선으로 보내서 적에게 맞아죽게 하라는 지시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야는 최일선에서 암몬과 싸우다가 전사했다. 애도기간이 끝나자마자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를 데려와 자신의 아내로 삼았다. 다윗은 자신의 범죄가 완벽하게 숨겨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다윗이 한 소행이 아주 악하였다고 증언한다.

그 후, 하나님은 예언자 나단을 보내서 다윗의 범죄를 준열히 꾸짖는다. “너는 헷 사람 우리야를 전쟁터에서 죽이고 그의 아내를 빼앗아 네 아내로 삼았다. 너는 그를 암몬 사람의 칼에 맞아서 죽게 하였다”(삼하 12:9) 아무도 모를 줄 알았던 다윗의 범죄사실을 예언자 나단은 정확하게 고발한다. 그리고 심판을 선언한다. 이제부터는 영영 네 집안에서 칼부림이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또 내가 너의 아내들도 빼앗아 대낮에 너의 아내들을 욕보이게 하겠다고. 이 선언대로 다윗의 아들들은 서로 왕위를 차지하려고 죽이고 죽는다. 누구의 재물을 탈취하면 네 배로 갚아야 한다는 율법대로 다윗은 우리야를 살해한 죄로 네 명의 아들을 잃는다. 그리고 아들 압살롬은 반란을 일으켜서 왕궁 옥상에서 백성들 보는 앞에서 다윗의 후궁들과 동침한다.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를 탐했던 바로 그 옥상에서 자신의 후궁들을 아들에게 빼앗기는 벌을 받는다.

다윗의 범죄사건은 아무리 왕이라도 권력을 남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명징하게 보여주었다. 왜냐하면 권력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 손에 쥐어진 권력은 오직 백성을 섬길 때만 정당하다. 그렇지 않고 개인 이익이나 특권층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하면 완전히 악해진다. 그리하면 백성과 나라가 절단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다윗에게 내린 심판은 권력을 겸손하게 만드는 은총이다.

Backer(1608~1651년), 다윗과 밧세바. 다윗왕은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와 불륜을 하고 우리야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Backer(1608~1651년), 다윗과 밧세바. 다윗왕은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와 불륜을 하고 우리야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자료사진

하나님의 심판을 받은 다윗의 권력 남용

국정원은 명색이 민주공화국인 이 나라에서도 민주공화국의 각종 규율과 제어장치를 초법적으로 넘나드는 권력기관이다. 그들은 무엇을 해도 용인된다. 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는 말인 대북용, 안보용이라는 표찰만 들이대면 프리패스다. 대통령선거 댓글공작 사건도,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 사건도 그런 풍토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항상 진실은 이면에 있듯이, 국정원의 이 모든 공작활동은 이 나라 안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한 사람 권력자를 위해서라는 것이 이 나라 비극의 씨앗이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을 입증하기 위해서인가? 이번에는 이탈리아에 있는 해킹전문회사가 만든 RCS(원격제어시스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의 핸드폰과 컴퓨터를 도감청하는 일을 벌였다. 일명 ‘국정원 국민감시 해킹사건’이다. 그들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세상 일이 어디 그런가. 성경말씀을 빌자면, “덮어 둔 것이라고 해도 벗겨지지 않을 것이 없고, 숨긴 것이라 해도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는”(마태 10:26) 법이다. 해킹으로 밥벌어먹고 사는 회사가 해킹을 당할 줄이야! 국정원은 국외용, 연구용이라고 발뺌하지만, 지금 국정원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권력세력 외에는 아무도 없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실체 없는 뜬구름 같은 의혹으로 우리 방어막을 스스로 허무는 안보 자해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나라의 또 다른 비극은 집권여당이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수호하기 보다는 오로지 정권안보를 위해 존재한다는 점이다. 집권여당에게 되묻는다. 진짜 안보자해행위는 누가 했나? 근본도 모르는 외국 해킹회사에 자신들의 공작을 의뢰하는 것은 잘한 일인가? 해킹팀을 만든 자본은 누구인지, 그들은 어떤 사람인지, 그들은 믿을만한 상대인지에 대해 면밀한 파악도 하지 않은 체, 한 나라의 정보활동을 고스란히 갖다 바치는 이 정신머리는 나라안보에 절대적인 일인가? 오직 돈만 보고 달려드는 외국 업자들은 완전히 믿을 만하고, 그들이 타깃으로 삼은 이 나라 시민들은 사생활이 발가벗겨지고 인권이 짓밟혀도 하등 관계없단 말인가.

게다가 국정원은 RCS 해킹 프로그램을 도입함으로 자신들의 공작을 해킹팀에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디가우징도 아니고 삭제키를 눌러서 지워버린 자료도 모조리 복구하는 현실일진대, 해킹팀이 프로그램을 팔면서 고객의 해킹정보를 파악하는 기능을 설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것은 국정원이 입만 열면 부르대는 안보의 측면에서 봐도 변명하기 힘든 자해행위이다. 공작의 철칙은 보안인데, 한 나라의 정보활동을 속속들이 해킹회사도 알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시민들은 해킹사건의 실체가 궁금하다. 누가 지시했나? 누구를 해킹했나? 언제부터 했나? 왜 했나? 등 사실파악에 필요한 기초적인 물음에 답을 원한다. 그리고 짜맞추기 변명과 은폐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명쾌하게 정치적인 책임을 지기를 바란다.

그런데 보도를 보자니, 증거는 제출하지 않은 체, “결백하다, 믿어달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정원이 성폭행을 잡아떼는 새누리당 국회의원인가? 아니면 교조주의 신앙을 설파하며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하는 사이비목사들을 신봉하기로 한 것인가? 머지않아 국정원이 관리하는 극우종교집단이 집회를 열어서 ‘종북세력은 국정원을 흔들지 말라’는 쇼를 펼칠 게 눈에 훤하다.

여당은 철저히 ‘국정원 감싸기’로 일관함으로 진실규명을 방해하는데 그것이 권력안보는 될지언정, 나라안보는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헌법 가치를 인용하자면,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선언은 정부도 의회도 법원도 인민 직접통치의 한갓 도구에 불과한 것이며 그 권한이며 역할도 ‘민주/공화’의 원칙에 거스를 경우 언제든 회수될 수 있고 회수되어야 마땅한 것”(김명인, 한겨레 2015.7.20.)일진대, 일개 기관에 불과한 국정원이 나라안보를 빌미로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건사하기는커녕, 그 나라 구성원들을 계속 한탄스럽게 하는 행위를 이 나라 시민들이 언제까지 용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바롱 앙리의 브론즈 작품, 나단과 다윗, 프랑스 파리 마들렌 성당 문
바롱 앙리의 브론즈 작품, 나단과 다윗, 프랑스 파리 마들렌 성당 문ⓒ자료사진

국민을 대상으로 공작을 하는 국정원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국정원 요원들의 무의식이 작용한 것인가? 그들은 해킹공작에 ‘데블엔젤’이라는 아이디를 썼다. 이름 그대로 악마다. 자신들이 하는 짓이 정당하지 않은 것임을 이 아이디가 극명하게 보여줬다. 그들의 악마성은 중견직원 임아무개의 죽음과 사후처리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다윗이 충성스런 부하 우리야의 집안을 파탄내 듯이, 이 나라 권력은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한 직원의 가정을 파탄냈다. 무엇보다 임아무개씨가 어떤 연유로 죽었는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지? 아니면 거역할 수 없는 힘이 죽도록 몰아갔는지? 무수한 의문이 있지만 뭐 하나 시원하게 밝혀진 게 없다. 권력이 자기 치부를 가리기 위해 써먹는 ‘꼬리 자르기’ 또는 ‘희생양 잡기’ 시나리오인가 하는 의심도 든다. 게다가 사건에서 증거보전은 철칙인데, 신속하게 유력한 증거인 마티즈를 폐차했다.

국정원이 벌이는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섬뜩한 것은 국정원이 수십 년 정권안보를 위해 갈고닦은 역량, 대개는 음모공작으로 쌓은 수법을 국민을 상대로 발휘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거의 범죄집단 수준으로 전락해버린 이 기관을 더 이상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갈수록 깊어진다.

이 나라 권력에게 진정으로 말한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국정원을 자신의 전리품으로 여기지 말라. 시민의 혈세로 운영하는 국정원을 나라안보 대신에 정권안보에 종사하게 하지 말라. 국정원 일꾼들이 복종범죄를 짓게 하지 말라.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라. 이 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그리고 신앙으로 말하면, 아무리 최고권력이라도 그 위에는 하나님이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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