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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부터/과거부터 전환
최신부터/과거부터 전환

    아들이 아버지를 내치고, 내쳐진 아버지와 다른 아들이 편고 싸우는가 하면, 영화에서만 등장하던 '알츠하이머'라는 병명이 뉴스에 나온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영상을 통해 건재함을 보여준다.

    ‘형제의 난’, ‘부자갈등’으로 표현되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이다. 때문에 롯데그룹은 국민과 정부의 ‘반(反) 롯데’ 후폭풍까지 맞고 있다.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었던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둘째아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태가 일단락된 듯하나, 희대의 막장극을 연출한 롯데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꽤 오랜 기간 희석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적 비난에 휩싸인 롯데그룹 분쟁은 요즘처럼 보는 눈이 워낙 많아 ‘대외적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재벌가 정서와도 동떨어진 모습이다. 그럼에도 롯데가 세 부자가 굳이 ‘막장극’의 주연을 자처한 사연은 무엇일까. 현재까지 벌어진 상황을 토대로 그 전말을 한번 살펴보자.

  • 2014년 12월 26일
    균열의 시작
    롯데그룹.
    롯데그룹.ⓒ뉴시스

    경영권 분쟁의 직접적인 서막은 작년 12월 26일 열린 일본롯데홀딩스의 임시이사회에서 열렸다. 일본롯데홀딩스는 임시이사회에서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롯데 부회장‧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롯데아이스 이사 등 계열사 3곳 직위를 박탈했다.

    본래 장남 신 전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현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 광윤사의 지분을 29%씩, 국내 주요 계열사 지분도 비슷하게 갖고 있었다. 이렇게 팽팽한 경쟁구도를 유지하던 형제 사이에 힘의 균열이 생긴 것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장남은 일본 롯데, 차남은 한국 롯데를 각각 맡을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 2015년 01월 08일
    동생의 선공

    신동주 전 부회장은 올해 1월 8일 열린 일본롯데 임시주주총회에서 일본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에서도 해임돼 결국 일본롯데의 임원직에서 모두 물러나게 됐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작년 말까지 신 전 부회장이 맡고 있던 롯데상사 사장직을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72) 롯데홀딩스 사장이 겸임하도록 했다.

    롯데그룹 측은 주주총회 결정 이유에 대해 함구했으나, 후계 구도에서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주기 위한 일본롯데 주주들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 2015년 03월 25일
    동생의 확인사살①
    롯데그룹 경영권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수세에 몰렸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7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롯데그룹 경영권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수세에 몰렸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7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뉴시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올해 3월 롯데그룹 국내 핵심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롯데건설과 롯데리아는 각각 3월 23일과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신 전 부회장의 등기이사직을 박탈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롯데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곳은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다. 롯데리아는 호텔롯데의 지분 18.77%, 롯데건설은 롯데쇼핑의 지분 0.95%를 보유하고 있다.

  • 2015년 07월 16일
    동생의 확인사살②

    형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인 올해 7월 16일 신동빈 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의 정기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일본롯데홀딩스는 일본롯데의 지주회사로, 결국 신 회장이 사실상 한국롯데 뿐 아니라 일본롯데까지 장악하게 된 것이다. 당시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을 일본에서도 받들게 됐다”며 사실상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됐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선 당시까지 신 회장이 형을 제치고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낙점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솔솔 새어나왔다.

  • 2015년 07월 27일
    형의 반격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승계 절차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격으로 잠시 제동이 걸리는가 했다.

    차남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신격호 총괄회장은 7월 27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등 친족 5명과 함께 전세기 편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에 도착한 신 총괄회장은 이날 오후 일본롯데홀딩스에서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했다. 여기엔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부회장도 포함됐다. 롯데그룹 2세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창업주이자 아버지를 내세워 사실상의 반격을 시도한 것이었다. 이 과정은 롯데그룹에서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됐다.

    당시 신 총괄회장은 장남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으로 이사들의 이름을 가리키며 해임하라고 일본롯데홀딩스 직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손가락 해임’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이에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이사진들은 정식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 2015년 07월 28일
    반격 미수
    일본에서 돌아온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 회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취재진과 경호팀에 둘러싸여 입국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일본에서 돌아온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 회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취재진과 경호팀에 둘러싸여 입국장을 빠져나오고 있다.ⓒ뉴시스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격은 결국 무위로 끝났다.

    신동빈 회장 등은 이른바 ‘손가락 해임’을 당한 다음날인 7월 28일 오전 일본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열어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에서 전격 해임했다.

    이로써 신 총괄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경영일선에서 강제퇴진돼 후선으로 물러났고, 롯데그룹은 차남인 신동빈 회장의 2세 경영체제로 전격 전환됐다.

  • 2015년 08월 02일
    아버지와 형의 협공

    창업주인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은 정신이 오락가락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고령이다. 한국 나이로 올해 94세.

    그런 그가 지난 2일 저녁 언론에 공개한 영상을 통해 “신동빈을 한국롯데 회장으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70년간 롯데그룹을 키워왔다. 롯데그룹을 키워온 아버지인 나를 배제하려는 (행위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영상은 같은 날 오후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촬영한 것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남이 아닌 장남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한편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을 일축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이미 신동빈 회장 체제로 전환된 롯데그룹은 해당 영상에 대해 “고령의 총괄회장을 이용해 왜곡되고 법적 효력도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으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 2015년 08월 03일
    여론전

    이달 3일엔 줄곧 일본에 머무르던 신동빈 회장이 한국 땅을 밟았다.

    이날 신 회장은 김포공항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통해 간략히 대국민 사과를 한 뒤, 곧바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으로 이동해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5분 가량 짧은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이 “출장 잘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하자 신 총괄회장이 좋은 표정으로 “어허”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권 문제와 관련한 대화는 별도로 나누지 않았다고 롯데그룹 측은 전했다.

    신 회장은 귀국과 동시에 적극적인 여론전을 벌였다. 귀국 직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사과의 말을 전하며 “사태가 빨리 해결되고 총괄회장의 창업정신에 따라 국내외 우리 기업들을 빨리 정상화시키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날 일본롯데 지분 확보 작업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보류했다.

  • 2015년 08월 04일
    탄창 장착한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며 경영권 분쟁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며 경영권 분쟁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입국 후 신동빈 회장의 국내 여론전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다. 4일 롯데그룹 37개 계열사 사장단이 ‘신동빈지지’ 성명을 발표했고, 다음날에는 롯데그룹 노동조합협의회도 같은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미 신동빈 회장 쪽으로 돌아선 롯데그룹은 지난 7일 ‘청년고용 창출’ 카드를 꺼내 비난 일색의 국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파격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 4년 간 청년 정규직 일자리 2만4천여개를 새로 만들겠다는 내용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기업들을 향해 정규직 채용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한 데 대한 신동빈 회장의 화답인 셈이었다.

    신 회장은 또한 귀국 기자회견 후 1주일여 만인 11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또다시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국 롯데그룹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하겠다. 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를 연내 80% 이상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2015년 08월 17일
    엇갈린 명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핵심 지배 고리인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는 예상대로 신동빈 회장을 지지했다. 17일 오전 9시 30분께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의 데이코쿠(帝國)호텔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임시 주총은 약 15분 만에 신 회장이 상정한 사외이사 선임 건과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에 관한 방침의 확인’ 건을 통과시켰다. 롯데그룹은 즉각 주총 결과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최대주주(72.65%)인 L투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한 한일 롯데의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곳이다. 이런 롯데홀딩스의 주총에서마저 신 회장의 우위가 확인되면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당분간 잠복기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이나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아 갈등의 불씨는 언제든 지펴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

    주총 직전 '알츠하이머 진단설'에 휩싸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신동주 전 부회장은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도 동료인 사원과 거래처 여러분과 함께 걸어 가고 싶다”며 경영권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