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삼성은 보상위원회 중단하고 직업병 문제 제대로 해결하라”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반올림이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한 삼성전자의 독단과 기만을 규탄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반올림이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한 삼성전자의 독단과 기만을 규탄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민중의소리

의사들이 삼성 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직업환경의학 의사 68명은 10일 오후 성명을 통해 “삼성전자(삼성)은 보상위원회 논의를 중단하고 조정과정에 성실히 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직업병 문제가 알려진지 8년이 지나 조정위원회를 통해 해결의 단초가 마련되나 싶었다”면서 “지난 3일 삼성전자가 별도로 보상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사회적 해결’은 다시 미궁으로 빠지려 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어 “삼성이 공익재단을 반대한다면 독립성과 외부감시기능이 가능한 구조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답해야한다”면서 “보상위원회 논의는 (조정위 권고안이 나오기까지의 맥락을 배제한 것으로)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과정이 아니고 그동안 만들어 온 성과를 다시 되돌리는 논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보상과 지원의 범위를 폭넓게 제안하고 독립적이고 외부감시가 가능한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한 조정위원회의 안을 8년간의 맥락에서 바라봐야한다고 꼬집었다. 삼성이 보상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사실상 무력화시킨 조정위원회를 다시 가동해야한다고 강조하면서 “직업환경의학회 역시 과학의 잣대로 조정위의 포괄적인 질병 보상의 기준을 좁히거나 흔드는 역할을 하기보다 사회적 합의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한다”며 자성의 목소리도 담았다.

삼성이 보상위원회를 만들면서 직업환경의학회에 보상위원회에 참여하거나 자문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학회는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삼성 노동자들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보장체계를 바꾸는 계기가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보상에 대한 논의가 잘 나가는 대기업에서만 진행돼야하냐며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있다”면서 “과학적으로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린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을 인간답게 유지할 수 있는 사회보장체계를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보장체계에 변화가 있어야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따지며 일하다가 아프게 된 노동자들에게 오히려 더 큰 고통을 주었던 소모적인 논쟁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각 조정주체는 조정위 안을 다시 논의해 합의와 조정을 이룰 것 ▲삼성은 보상위원회 논의를 중단하고 조정과정에 성실히 임할 것 ▲삼성은 공익재단을 반대한다면 독립성 확보된 외부감시기능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답할 것 ▲ 직업환경의학회는 좁은 과학의 잣대를 들이대 보상범위를 줄이거나 흔들려고 하지 말 것 ▲ 정부와 학계는 직업병 인정에 있어 보다 근본적인 사회보장 대책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최민 연구원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삼성이 보상위원회를 만들면서 직업환경의학회에 참여나 자문을 요청했다는 걸 보면서 (결국 거절하긴 했지만) 그런 제안 자체가 자존심 상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면서 성명을 발표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 8년간 학회 차원으로 전문적 의견을 물어오거나 (삼성 직업병에 관한) 자신들의 안이나 관련한 자료를 공개한 적이 없는데, 보상위원회를 만들면서 조정위의 전문성을 흠집내기 위해 요청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면서 “전문의들 사이에서 가만히 있어도 되겠냐는 목소리와 (개별적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해왔지만 삼성 직업병 문제에 대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었다는 자성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오랜시간 끌고 온 문제를, 당자사들끼리 풀 수 없어 조정위를 구성한건데 이제 와서 삼성이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면서 “삼성이 지금의 조정위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을 위해 제대로 보상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지난 7월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이 나왔지만 삼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다가 지난 3일 별도의 보상위원회를 꾸리겠다며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앞서 조정위원회가 당사자들의 이견으로 오는 10월 7일 다시 회의를 열겠다고 했지만, 삼성이 돌연 보상위원회를 꾸리면서 사실상 조정위원회를 유명무실화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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