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방제단 1010캠페인①] ‘불산 누출 사고’ 3년, 구미를 찾다

9월 14일 이른 아침, 구미시청을 향한다. 그날처럼 날씨가 화창하다. 3년 전 9월 27일을 기억하고 오늘을 되돌아보려고 떠나는 ‘노란 방제단’ 전국순회 첫날이다.

2012년 9월 27일 오후 3시 43분, 구미4공단 휴브글로벌이라는 작은 공장은 금새 희뿌연 가스로 뒤덮였다. 화물차 탱크로리에서 야외저장탱크로 불산을 옮기는 과정에서 밸브가 열려 12톤의 불산이 누출된 것이다. 전체 직원 7명 중 5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방제를 위해 출동한 소방관 18명은 불산이라는 가스의 정체를 모른 채 열려진 밸브를 찾기 위한 8시간의 사투 끝에 부상을 당했다.

또한, 초기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주민피해가 1만2천명, 농작물 고사 212헥타르, 차량부식 1958대, 가축피해 3943마리에 달했다. 기존의 사고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사업장 울타리를 넘어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화학사고를 경험한 것이다.

2012년 9월27일 발생한 구미불산 누출사고 피해현황_국무총리실
2012년 9월27일 발생한 구미불산 누출사고 피해현황_국무총리실ⓒ일과건강

우리나라 화학사고 중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이 사고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① 우왕좌왕, 관계부처의 소관 다툼

소관 부처는 상황과 시기에 따라 제각각이었다. 처음에는 불산을 고압가스로 생각하여 ‘가스안전공사’가 관리감독 기관으로 인식 이후 지식경제부가 불산 가스가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환경부 소관으로 이첩되는 등 사고 초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데 급급했다. 그래서 소방방재청·경북도·행안부·환경부 등 소관부처에 따라 주민대피, 가스차단, 비상 해제 시점, 가스누출량이 각각 다르게 보고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진다.

② 늑장 대응과 안일한 판단

사고발생 4시간40분이 지난 뒤에서야 정부의 주민대피령 발령된다. 정확한 가스 농도 확인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12시간 만에 위기 정보를 해제하고 주민을 복귀시킨다. 잔류오염물질에 대한 조사가 끝나지 않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민을 귀가 조치(대피 후 17시간 만에) 한 후 당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현장방문을 한다. 그 후 10일이 지난 10월 6일 다시 대피명령이 떨어지고 88일 후인 12월 24일 주민들은 최종적으로 마을로 복귀한다.

③ 초기 대응의 실패

초기에 누출 차단은 실패한다. 이유는 소방서를 포함한 어떤 관계기관도 휴브글로벌이 불산 취급사업장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때문에 사업장 공정은 더더욱 파악이 되지 않았다. 누출 위치를 파악하는 동안 누출은 8시간이나 지속되고 소방관들은 정보의 부재로 불산 중화제인 석회를 사용하지 못하고 물만 뿌린다.

④ 주민과의 소통 부재

환경부는 “안전하다”, 주민들은 “못 믿겠다” 소통이 부재한 상황이 발생한다. 급기야 그나마 꾸려진 민간합동조사단에 불참을 선언하고 일부 지역 주민은 역학조사마저 불참을 결정한다. 지역사회 대책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주민들과의 소통 문제임에도 정부와 관계당국은 이를 간과하며 제대로 된 사후수습대책을 어렵게 만든다.

결국 이 사고는 380억2천만원(구미불산누출사고보상심의위원회_2013)이라는 지역주민 보상금으로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간다.

2012년 불산누출사고 이후 문을 닫은 구미4공단 휴브글로벌 현재모습
2012년 불산누출사고 이후 문을 닫은 구미4공단 휴브글로벌 현재모습ⓒ일과 건강

3년 만에 ‘노란 방제단’이 찾은 휴브글로벌은 사라지고 없었다. 건물은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기계는 녹슬어 고철이 되었고 담벼락상표는 떨어져 나가 있었다.

당시 이 사고로 인해 주요언론을 통해 이슈화된 화학물질관리의 문제는 우리사회의 큰 반향을 일으킨다. 연이은 2013년 1월에 터진 삼성 화성공장 불산누출사고는 사고지역인 경기도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화학물질관리 지방조례’가 통과되는 계기가 된다. 또한, 같은 해인 2013년 상반기에는 사고발생 사업장에 매출액 5%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믿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된다. 그러나 여론에 밀려 급히 통과된 개정안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화학물질사고 예방과 대처에 핵심인 주민의 알권리와 참여보장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채 2015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2014년 3월 20일 2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알권리 보장을 위한 화학물질 감시네트워크(이하 감시네트워크)’가 발족하여 화학물질 사고예방을 위해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 대처할 수 있는 ‘지역주민 알권리 보장’과 사고 시 ‘비상대응체계’ 마련을 위해 ‘지역사회알권리법 제정운동’, ‘화학물질 정보공개 청구운동’, ‘우리동네 위험지도 제작, 보급운동’ 3가지 운동을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번 “노란 방제단” 전국 순회는 감시네트워크가 구미불산 누출사고 3주년을 맞아 <전국 주요 화학사고 사업장 방문 1010캠페인>으로 기획된 것이다. 이번 캠페인은 9월 14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다. 10월 화학물질관리와 지역사회알권리법(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최근 3년간 발생한 전국 주요 화학사고 중 주요산단, 주요이슈, 주요대기업, 중대사고 등을 감안하여 선정한 10개 지역 10개 사업장을 찾아간다.

방제복 소년단
방제복 소년단ⓒ일과건강

지자체, 화학사고시 대피 매뉴얼 만들어야

첫 번째 전국 화학사고사업장 순회 캠페인 지역인 구미지역은 사고사업장이 폐업한 관계로 구미시청 앞에서 진행되었다. 감시네트워크 사무국 일과건강과 지역단체인 구미참여연대/YMCA/민주노총이 함께한 구미지역 방제단원들은 화학물질 취급색깔인 노란색 방제복의 확실한 방제효능(?)을 몸소 체험하며(불과 몇 분 만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방제단의 주요요구인 “NO 화학사고! YES 지역사회알권리법 제정 촉구”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구미시장은 관할 소재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의 화학물질별 위해관리계획서 내용을 취합하여 화학사고 시 지역통합적인 주민통보방법과 대피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 산하에 한시적인 화학사고 대응매뉴얼 작성을 위한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행 재난관리법에 따른 행동매뉴얼은 자연재해 대응에 맞춰져 있는 만큼 화학사고라는 특수성에 맞는 대피매뉴얼이 필요하다. 또한, 구미시장은 화학물질관리법을 상위법으로 하는 ‘화학물질관리와 지역사회알권리조례’ 제정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노란 방제단원들은 구미시청 앞 사거리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선전전을 진행한 후 10월 초 구미시 지역사회알권리조례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1시간 남짓의 지역일꾼들과의 짧은 만남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10월 만남을 기약하며 발길을 옮긴다. 다음 순회지역은 염소누출 사고사업장 청주SK하이닉스와 아르곤질식 사고사업장 당진현대체철이다.

* 구미지역의 경우 2012년 환경부 배출량 조사결과에 따르면 급성독성과 폭발성이 강한 사고대비물질 취급사업장은 65개소이며 이들이 취급하고 있는 사고대비물질 종류는 총 14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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