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중견 예술인들, 사전검열 논란에 항의… 잇따라 성명 발표

원로‧중견 예술인들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사전 검열 논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예술인들은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이 독재정권 시절로 퇴행하고 있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21일 한국희곡작가협회가 성명을 발표했고, 이에 앞서 연극인들은 지난 20일 성명을 발표했다. 22일 오후 2시엔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 앞에서 원로예술가들이 ‘한국문화예술을 염려하는 원로예술인들 기자회견’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화연대, 서울연극협회, 한국작가회의 공동주최로 열리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원로예술인들은 정부의 검열 의혹에 항의할 예정이다.

한국희곡작가협회는 21일 ‘연극계의 정치 검열에 대한 한국희곡작가협회의 입장’을 발표했다. 협회는 성명을 통해 “문화예술 지원금이라는 형태를 무기 삼아 작가의 정신을 제어하고 공연 등의 행사를 제재하려는, 정신적이고 경제적인 폭력의 형태”라며 “극적으로 작가의 신체를 구속하거나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작가의 정신을 검열의 주체가 원하는 대로 교묘하게 제재하고 지연시키고 회유하며 길들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8일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이날 국정 감사에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사전 검열 논란이 일었다.
지난 18일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이날 국정 감사에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사전 검열 논란이 일었다.ⓒ뉴시스

원로·중견 연극인은 20일 발표한 ‘예술인 탄압을 통탄하는 원로, 중견 연극인들의 성명서’를 통해 “사전검열이 다시 부활한 것 같은 이해할 수 없는 행태, 심사위원들에 대한 압박과 회유 등을 했다”며 “우리 예술인들을 위해 존재하는 예술위가 신성한 의무를 저버리고 도대체 누구를 위한 지원행정을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이미 만신창이가 된 현행 문화예술진흥법을 폐기하고 예술의 진정한 독립성과 진흥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성명은 지난 20일 105명이 공동명의로 발표된 이후 동참자가 계속 늘어 21일 오전 9시 현재 166명까지 늘어났다.

원로‧중견 예술인들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건 정치적 잣대로 작품을 사전 검열하고, 지원작 선정 과정에서 정치적 이유로 특정 작가와 작품을 배제했다는 의혹이 때문이다.

이 같은 의혹은 지난 18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뜨거운 논란을 빚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다원예술창작지원사업에서 심의의원에게 ‘안산순례길’을 선정작에서 제외시키라는 압력을 행사했고, 그 결과 1위를 한 이윤택의 희곡 ‘꽃을 바치는 시간’도 함께 선정작에서 제외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또 박근형 작가의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지원 작품으로 선정됐지만 정치적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금 포기 압력으로 결국 포기하게 됐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문화 예술계는 사실상의 사전 검열이자, 문화계 길들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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