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는 ‘청년배당’ 정책에 딴죽 걸지 말아야

이재명 성남시장이 꿈을 잃어버린 청년들에게 작은 희망을 선물한다면서 '청년배당'이라는 정책을 꺼내들었다. 이 시장은 지역의 청년들에게 '재산, 소득, 취업여부와 관계없이 공평하게 일정 금액을 지급해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으로 이를 소개하고 있다. 또 지역화폐나 지역카드 방식으로 지급함으로써 지역 경제 선순환과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말하자면 진보진영이 주창해 온 기본소득 정책의 일환으로, 조건에 상관없이 모든 연령층에게 최소한의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불평등한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이미 브라질에서는 룰라 정권 이후 오랜 연구와 실험을 통해 국가적 차원에서 기본소득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시장이 기본소득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 대상을 청년부터 삼은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연애, 결혼, 출산 이 세 가지를 포기했다는 '3포 세대'를 넘어 5포나 7포까지 확장된 청년의 좌절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 있는 이때, '아프니까 청춘이다'식의 실속 없는 위로보다 흔들리는 손을 잡겠다는 적극적 행보라는 점에서 그렇다. 또 진보정치의 공론장에서만 거론돼 오던 것이 예산 지원의 탄력으로 현실화의 날개를 달았다는 점도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청년배당 정책이 순항한다고 해서 일자리 문제나 삶의 질이 나아져 청년 문제를 모두 풀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부익부 빈익빈이 대물림되는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비정규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노동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 청년에게 희망을 가지라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미래인 청년의 삶을 가장 아래서부터 돌보겠다는 정책 의지만큼은 높이 사야 마땅하다.

문제는 역시, 박근혜 정권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여부다. 국민과의 약속을 허공에 날리고도 개의치 않는 이 정권의 후안무치는 이제 두 말 하면 잔소리가 되었다. 청년들만 따져도 이 정권이 준 선물이라곤 배신의 눈물밖에 없다. 대학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반값 등록금과 18개월로 군 복무 단축은 아예 정치일정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행복주택과 육아지원도 시원찮은 것은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가장 최근에 날린 결정타는 취업난을 겪는 청년의 울분을 들러리 세워 노동개악을 밀어붙인 게 아닌가.

과연 이런 정권 아래서 청년배당 정책의 좋은 뜻이 실현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성남시가 조례를 통해 이 정책을 법제화한다고 해도 정부 소관부처와의 협의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무상 공공산후조리원 추진도 여기서 가로막혀 있다고 하는데, 종북 공세에 시달려온 이 시장에게 또 다시 '좌파 포퓰리즘'을 들먹이며 엉뚱한 화살을 퍼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처럼 의미 있는 실험이 행여 청와대의 몽니에 의해 좌초된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청년들일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존엄과 자유를 주고 싶은 한 자치단체의 손길마저 억눌러 버리는 정권 앞에서 그 어떤 청년인들 '헬조선'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겠는가. 아무쪼록 기우이길 바라마지 않는다.

Copyrights ⓒ 민중의소리 & vop.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