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청년 배당, ‘헬조선’의 한가닥 희망일까

성남시가 ‘청년 배당’ 정책을 추진한다. 성남에 거주하는 19~24세 청년들에게 연간 1백만원의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름이 낯설다. ‘청년 지원금’. ‘청년 보조금’이 아닌 ‘청년 배당’이다.

성남시는 왜 청년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에 ‘배당’이란 단어를 붙인 것일까. ‘청년 배당’이라는 이름 속에는 ‘정부 3.0’이나 ‘창조경제’ 등의 정체가 불분명한 홍보성 신조어 만들기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왜 청년 보조금이 아니라 배당일까?

배당이란 일반적으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발생한 이익 중 일부를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주식을 사 회사에 투자 한 사람이 응당 누려야 할 권리중 하나가 바로 배당이다. 반면 보조금이나 지원금은 누려야할 권리라기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정부나 사회가 도와준다는 지원의 인식이 깔려있다.

성남시가 이번 정책의 이름을 ‘청년 보조금’이 아닌, ‘청년 배당’으로 정한 이유는 청년들이 시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를 찾아주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성남시 청년 배당 정책의 바탕은 기본소득 개념이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 사회가 소유한 공공의 자산에서 발생한 이익을 그 사회 구성원이 나눠 가질 권리가 있다고 본다. 스무살 넘으면 누구에게나 투표권이 주어지는 것처럼 그 사회 구성원이라면 부유하든 가난하든(보편성), 결혼을 했든 안 했든(개별성), 일을 하든 공부를 하든 아무런 조건 없이(무조건성) 기본소득을 지급 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인식이다. 투표권이 정치적 기본권이라면 기본소득은 경제적 기본권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본소득이 기본권이라는 주장은 다소 낯설게 들리지만 사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정책이다. 기본소득 개념을 바탕으로 도입된 첫 번째 정책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기초연금이었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65세 이상 전국민(개별성)에게 기여와 소득에 관계 없이(보편성) 모두(무조건성)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1일 성남시청 한누리실에서 청년배당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1일 성남시청 한누리실에서 청년배당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성남시 제공

포퓰리즘과 청년 배당, 부자는 왜 줘야 하나

‘노인 기본소득’으로 볼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사실상 보조금으로 변질됐다. 기본소득의 핵심인 보편성이 소득에 따라(소득하위 70%까지),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형됐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이 이같은 변형을 겪은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듯 예산의 제약 때문이다.

예산의 제약은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과 같은 보편적 복지의 시행 단계마다 정치적으로는 ‘포퓰리즘’ 논란을, 경제적으로는 복지의 효율성 논란을 불러왔다. 없는 사람들에게 보다 집중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효율적인데 고소득자에게 까지 지원의 범위를 넓힘으로서 정치인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불필요한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대표적 경제학자인 강남훈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부자에게까지 기본소득을 주게 되면 가난한 사람에게 더 이득이 된다”고 주장한다. ‘재분배의 역설’이라는 개념에 따르면 가난한 계층에만 복지를 시행할수록 가난한 사람이 받는 금액은 줄어들고 중산층을 포함하여 보편적으로 복지를 시행할수록 가난한 사람이 받는 금액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재분배의 역설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중산층을 포함한 보편 복지를 시행하면 중산층이 증세에 찬성하여 복지규모가 늘어나고 선별 복지를 시행하면 중산층이 증세에 반대하여 복지규모가 작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강남훈 교수의 이같은 설명에는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가 전제되어 있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선별적 복지 시스템인 사회보장의 확대든, 기본소득의 실시든 증세는 피할 수 없는 과제이며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고소득층은 물론 중산층에게도 혜택을 줌으로써 사회적 합의를 보다 쉽게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남시 예산, 최초의 청년 기본소득 정책 실시할 만큼 충분한가?

기본소득의 보편성이 복지확대에 유리하다는 주장의 찬반 여부를 떠나 예산 부족은 여전히 기본소득 정책 시행의 큰 걸림돌이다. 성남시 청년 배당 역시 예산의 제약은 향후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성남시는 19세부터 24세 6개 연령에 연간 1백만원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시행 첫해인 2016년에는 24세인 1만1천300명이 배당을 받게 된다. 소요되는 예산은 113억원 가량. 성남시는 “시행 첫해 예산은 증세 없이 세금탈루를 막아 절약한 돈으로 하는 것”이라며 “이미 예산팀과 협조를 마친 상태”라고 밝혔지만 대상이 점차 확대될 경우 재원 마련 방안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내년에는 청년 배당 예산이 성남시 한해 복지예산 5587억원(2015년)의 2%에 불과하지만 만약 6개 연령 전부로 배당 정책이 확산될 경우 예산은 연간 약 6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자연 증가분을 감안하더라도 성남시 전체 복지예산의 10%에 육박할 전망이다. 성남시가 재정건전성과 자립도 부분에서 우수한 지자체임을 감안하더라도 사업성 예산만으로 청년 배당 정책을 확대하기에는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는 이같은 재정 부담을 역설적으로 정책 확대를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이재명 성남 시장은 “예산은 항상 부족하고 제한된 예산을 어디에 투입할 것인가는 결국 철학과 의지의 문제”라며 청년 배당 사업을 중앙정부정책으로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 중앙정부정책으로 채택되면 관련 법률에 따라 재원이 일반회계로 편입되면서 성남시의 예산 부담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청년 배당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시민들에게 호응을 받아 지속적으로 확산될 경우 정치권과 정부에게도 압박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왜 ‘청년’ 배당인가?

성남시의 청년 배당이 발표되자 당장 ‘애들 술값이나 쥐어주겠다는 거냐’라는 반발이 제기됐다. 청년층에게 필요한 정책은 실업대책이지 소득보장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현재 한국의 복지제도는 생애주기별로 살펴볼 때 청년층의 복지가 가장 미흡하다. 아이들은 출산수당, 양육수당, 누리과정 지원 등의 무상보육 혜택을 받고 있다. 초·중·고 학생이 되면 무상급식을 지원 받는다. 노인이 되면 기초연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청년들에게는 이같은 소득보장 정책이 매우 제한적이다. 복지의 세대간 형평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청년 배당 정책은 이같은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반해 청년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실제 실업률은 10.1%였으나 청년층의 실제 실업률은 22.4%에 달했다. 청년 취업자의 2/3는 비정규직이고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의 등록금을 내고 있다. 때문에 2013년 기준으로 대학생 10명 중 6명이 1천500만원 이상의 부채를 지고 있다. 수도권 청년들의 주거빈곤율은 전체 인구의 주거빈곤율보다 훨씬 높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 세대에게 우리 사회는 과연 뭘 배려하고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이 시장은 기초연금을 예로 들며 “기초연금이 사회 기여에 대한 후배당으로 이해하면, 청년들에게 지금 현재 매우 위험한 비정상 상황들을 이겨낼 수 있도록 선투자를 해주자는 것”이라며 “청년들의 역량을 강화해서 우리 다음 미래 세대들에게 투자해서 우리 세대들을 부양할 수 있도록 하는 역량을 키워주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명 온라인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헬조선 지옥불반도 지도'. 출생부터 치킨 사업을 하다 망하기까지, 한국인의 삶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절망이 조소와 함께 담겨있다.
유명 온라인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헬조선 지옥불반도 지도'. 출생부터 치킨 사업을 하다 망하기까지, 한국인의 삶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절망이 조소와 함께 담겨있다.ⓒ출처 : inven.co.kr

청년 배당, 지역경제 활성화 연계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성남시 청년 배당 정책에서 또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지역경제 활성화 연계 방안이다. 성남시는 청년 배당의 지급 방법으로 지역통화를 제안하고 있다. 성남 청년 배당 정책을 지역경제와 연계시켜 청년 배당 정책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지역경제 활성화가 다시 청년 배당 정책의 안정에 기여하자는 것이다.

그 효과는 어느 정도 일까. ‘성남시 청년 배당 실행 방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성남시가 청년 배당 정책을 실시할 경우 성남시 지역내 총 소득은 1천200억원 가량 증가하고 가구 소득은 약 700~800억원 가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소득 증가로 역내 총 생산 유발 효과는 1천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며 성남 지역 내 생산 유발효과는 572억원 가량이 될 전망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강남훈 교수는 “막대한 가계 부채로 소비가 억눌린 상태에서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되는 청년 배당은 성남시 상공인들의 수입을 증대시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패러다임 갈길은 멀다

성남시의 청년 배당 정책은 기본소득 개념의 적용이라는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과 지금까지 복지정책에서 소외되어 있던 청년들을 최초로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동시에 분기별 25만원, 연 100만원이라는 금액이 청년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수 없다는 한계도 뚜렷하다. 여기에 성남시라는 지자체의 재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은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앞으로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갈 길이 먼 셈이다.

성남시는 지난달 24일 ‘청년 배당’ 관련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복지부에 사회복지제도 신설에 따른 협의요청서를 보냈다. 조례는 내달 성남시의회에서 통과될 전망이며 이후 복지부는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90일 이내인 12월 중순까지 수용, 변경`보완 후 수용, 불수용 등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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