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합진보당 소속 지방의회 비례의원, 복권 논의 시작될 듯

지난해 연말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직을 박탈한 행위에 대해 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의원직을 잃은 지방 의원 6명의 의원직 ‘복권 가능성’까지 제기될 정도다. 배경은 최근 사법부가 잇따라 해당 의원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각하’한 사건이다.

‘각하’ 결정이라면 소송을 제기한 의원들이 ‘승소’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 판결은 내용적으로는 의원직을 박탈한 행위에서 중대한 결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행정법원은 광주시의회 이미옥, 전남도의회 오미화, 여수시의회 김재영, 순천시의회 김재임, 해남군의회 김미희, 전북도의회 이현숙 전 의원 등 6명의 의원이 중앙선관위를 상대로 낸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 퇴직처분 취소소송을 각하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전주지방법원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현숙 전 전북도의원이 전북선관위를 대상으로 낸 퇴직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전주지방법원은 "전북선관위의 통보는 중앙선관위의 결정에 따라 비례대표 전북도의회 의원직에서 퇴직했다는 사실의 안내나 통지에 불과하며, 그로 인해 신청인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변동이 초래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두 법원의 결정은 선관위의 행위가 행정상의 ‘처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하지도 않은 ‘처분’에 대해 법원이 옳고그름을 판결할 수 없다는 의미다. 지난해 헌재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서 국회의원 직에 대해서는 박탈 결정을 내렸지만 지방의회 소속 의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었다.

지난해 연말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직을 박탈당한 광주시의회 이미옥, 전남도의회 오미화, 여수시의회 김재영, 순천시의회 김재임, 해남군의회 김미희, 전북도의회 이현숙 전 의원(자료사진)
지난해 연말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직을 박탈당한 광주시의회 이미옥, 전남도의회 오미화, 여수시의회 김재영, 순천시의회 김재임, 해남군의회 김미희, 전북도의회 이현숙 전 의원(자료사진)ⓒ김주형 기자

선관위 ‘처분’은 없었다?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은 없는 셈

이 전 의원 등 6명은 지난해 6.4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옛 진보당의 추천을 받아 비례대표 지방의원으로 당선됐다. 헌재의 진보당 해산 결정 후 같은해 12월, 중앙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192조 4항에 따라 지방의원의 퇴직을 의결하고 이를 해당 지역 선관위에 통보했다. 공직선거법 제192조 4항은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이 소속 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 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는 때에는 지방자치법 제78조(의원의 퇴직)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퇴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이 같은 중앙선관위의 의결과 통보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특정한 개별적인 법률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행위가 아니다"라면서 "단순히 중앙선관위가 파악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상 제192조 제4항의 의미를 선언한 행위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또 "당시 중앙선관위의 의결은 내부적인 의사 결정에 불과해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통보 또한 행정기관인 중앙선관위와 그 하급 행정기관인 각급 선관위 간의 행위에 불과해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존재하지도 않은’ 중앙선관위의 처분에 따라 해당 의원들의 '퇴직'이 결정된 셈이 된다. 이에따라 일부 지방 의회에선 뒤늦게 '오류'가 있었음을 깨닫고 내부적으로 해당 의원들의 의원직 여부에 대해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고 있는 순천시의회의 경우, 김재임 전 진보당 순천시의원의 복권 여부를 두고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며, 상당한 진척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임 전 의원은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의회가 당초 정상적인 의논 절차를 밟아 퇴직한 것이 아니고, 선관위의 일방 통보만 받고 시의회 의장이 퇴직을 결정해 버린 것이다. 이는 지방 선관위가 지방 의회보다 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한 꼴"이라며 "이번 판결에 대해 순천시의회 내에서는 애초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순천에 그치지 않고 광주와 해남, 여수 등 다른 지방의회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옛 진보당 관계자는 "순천시의 경우처럼 다른 지역도 의회 차원의 복권 논의가 이뤄지는 연쇄 작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광주와 전남, 전북 등 광역의회 내에서도 이번 판결에 대한 의미를 설명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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