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 보완할 ‘청년 수당’, 딴지거는 정부·여당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성남시의 ‘청년 배당’에 이어 서울시도 ‘사회참여활동비’ 지급 계획을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역시 최근 청년 복지 정책의 제도 변화를 예고했고 같은 당 김광진 의원은 청년 수당 지급을 법적으로 뒷받침 하기 위한 ‘청년발전기본법’을 발의했다. 그간 일자리 창출 등의 명목으로 간접 지원되던 청년 복지가 ‘기초연금’과 같은 소득보장 제도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여당은 이같은 청년 복지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있어 실제 정책 실시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성남시 ‘청년 배당’, 서울시 ‘사회참여활동비’란?

성남시의 ‘청년 배당’과 서울시의 ‘사회참여활동비’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청년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통인식에서 출발한다.

서울시는 “사회진입이 지체되거나 실패해서, 혹은 낮은 자존감으로 사회참여 기회조차 갖지못했던 청년들에게 최소 수준의 활동 보조비용을 지원함으로써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해 주고자 한다”고 정책 의의를 설명했다. 성남시 역시 ‘청년 배당’에 대해 “취업난과 과도한 경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청년세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시도”라며 “청년복지를 획기적으로 확장시켜 자기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성남시의 ‘청년 배당’은 고령자들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처럼 사회 보장 제도 형식의 소득 보장정책이다. 성남시에 거주하는 19세부터 26세 사이의 청년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소득과 학력, 취업 유무, 부모의 재산 정도와 무관하게 지급된다. 무상급식과 같은 보편적 복지 정책이다. 시행 첫해인 2016년에는 24세 청년 1만1천300명에게 연 100만원의 청년 배당이 돌아간다. 예산은 113억원 가량이다. 성남시는 대상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신청사 브리핑실에서 '서울 일자리 대장정' 한 달여간의 성과를 발표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신청사 브리핑실에서 '서울 일자리 대장정' 한 달여간의 성과를 발표 하고 있다.ⓒ제공 : 뉴시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사회참여활동비’ 지급은 청년들에게 직접 현금을 지원한다는 점에서는 성남시의 ‘청년 배당’과 비슷하지만 보편적 복지정책이라기 보다는 취업 수당에 가깝다. 특정계층의 청년 중 일부를 선발해 활동비를 지급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사회참여활동비’는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세~29세 청년들 중 중위소득 60%이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에게 활동계획서를 제출받고 심사를 거쳐 3천명을 선발, ‘사회참여활동비’ 월 50만원을 2~6개월간 지급하는 방식이다.

아직 구체적인 선발 기준과 정책 평가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현재 이와 관련한 정책 관리·운영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애매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내년 시행 전까지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취업·주거·문화 포괄한 서울시 ‘청년 정책 기본계획’

서울시의 ‘사회참여활동비’는 ‘청년정책 기본계획(2020 서울형 청년보장)’ 중 일부다. 서울형 청년 보장은 취업·주거·문화·직접지원 등 모두 4개의 정책묶음으로 구성된다. 서울시는 관련 사업에 향후 5년간 7천136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곳은 취업정책이다. 뉴딜일자리 등 총 8개 사업에 3천18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뉴딜일자리’는 일종의 인턴사업으로 볼 수 있다. 기존의 인턴사업이 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서울시의 인턴사업은 공공부문에서 추진한다는 점이 다르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공공부문 현장에 청년을 투입하고, 일 경험 기간 동안 인건비를 지원(시급 5,900원~6,500원, 4대 보험 포함)한다. 만 19세~39세 서울거주 졸업예정자 및 미취업 청년이 대상이다. 서울시는 공공인턴 기간을 11개월에서 23개월로 늘리고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중간지원조직을 신설해 후속 취업과 창업 등의 연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로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은 주거지원 사업이다. 관련 예산은 2천890억원에 달한다. 시가 임대주택을 매입해 청년에게 공급해주는 ‘청년 맞춤형주택’(예산 1천80억원, 600호), ‘대학생 희망하우징’(예산 720억, 450호), 주택소유 60세 이상 노인과 청년세대의 세대융합형 거주 ‘한지붕 세대공감(룸셰어링, 2천400호, 예산 11억원), 등 총 4천440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그간 정부나 지자체가 추진해왔던 주거대책에서 소외됐던 청년층을 포함시킨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복지 확대 경계하는 정부 여당, 갈 길 먼 청년 수당 정책

정부와 여당은 연이어 발표된 청년 복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르면 새로운 복지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신설되는 정책의 타당성과 기존 제도와의 관계 등을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만약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조정을 받게 된다.

‘청년 배당’을 계획하고 있는 성남시는 이미 보건복지부에 협의를 신청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지역간 차별' 등의 이유로 정책 실시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시는 ‘사회참여활동비’가 복지 정책이 아닌 취업 수당 개념이므로 정부와 협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이 역시 검토 대상에 넣을 것으로 보여 향후 정책 실시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서울시의 청년 지원 정책에 대해 “지역간 형평 문제나 효과가 검증되지 않는 복지사업을 중앙정부와 협의하지 않고 확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최 부총리는 “서울시는 재정 자립도가 매우 높은데도 그렇게 돈을 쓰면서 다른 사업을 한다고 중앙 정부에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있지 않느냐”며 “그런 부분은 중앙 정부가 서울시의 재정을 지원하는 부분과 연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심성 인기 영합주의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청년의 마음을 돈으로 사겠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청년들에게 필요한 희망은 일자리이지 값싼 몇푼 용돈이 아니다”며 “서울시는 재정이 좀 여유가 있어 이런 포퓰리즘 정책을 하지만 다른 시도는 지금 재정 절벽 앞에 허덕인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 ‘서울 일자리 대장정’ 성과 발표 자리에서 “청년 수당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은 청년세대의 실업 상황,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문제제기”라고 반박했다. 박 시장은 “관련 정책에 대해 깊이 논의도 안 해보고, 검토도 안 해보고, 청년들의 상황을 현장에서 만나보지도 않고 비판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비판하려면 20일 정도 현장에 나가보고 그런 말씀하시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최근 한 라디오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세대가 청년세대들에게 과연 뭘 해줬느냐”고 반문하면서 “지방정부라도 예산을 아껴서 모든 세대 중에 가장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청년 계층에게 배려를 하겠다는데 정말 너무 심한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청년 수당, 법적 근거 마련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청년 수당 지급과 관련 향후 정부와 지자체 간의 법적 공방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청년 수당 지급 근거를 담은 ‘청년발전기본법’을 9일 대표발의했다.

김광진 의원은 “정부가 지난 3년간 청년고용촉진을 위해 투입한 예산은 5조원이 넘고 2016년 관련 예산은 청년 인턴지원제 등 2조 1천억원에 달한다“면서 ”문제는 이러한 지원금 대부분이 청년이 아니라 기업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청년지원의 탈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수 조원의 세금을 기업 보조금으로 퍼주고 있는 셈”이라며 “청년의 능력개발 및 복지증진 등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청년들에게 직접 청년 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은 청년수당 지급액수와 범위설정을 국가와 지자체의 자율에 맡겨 재정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지급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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