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기회는 없을까? - 배구선수 곽유화의 눈물

스포츠 세계에서 도핑 파문이 줄어들지 않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선수들이 도핑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이다. 도핑방지 위원회에는 하루에도 수십 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온다. 무지한 상태에서 약을 복용한 후, 혹시나 하는 걱정에서 전화가 걸려오는 경우다.

도핑 파문은 대개 1라운드로 끝나지 않는다. 당황한 선수들이 거짓말로 둘러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스포츠 선수들은 어려서부터 운동만 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젊다.

친구들이 학교와 가정의 보호 아래 있을 때, 그들은 매스컴과 팬들에게 노출된다. 자연스레 자신이 파문의 주인공이 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모른다. 그 또래의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리로 거짓말을 한다. 이 거짓말은 그들의 ‘고의’를 입증하는 증거가 되고, 파문은 더 커진다.

도핑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반칙’이기 때문이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남 모르게 약을 먹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경우라면 어떨까? 부주의한 의사에게 처방받은 약을 먹고 도핑 테스트에 걸렸다면? 당황하여 둘러댄 말이 거짓말로 드러났다면?

그 때까지 그들에게 열광했던 사회의 시선은 순식간에 차갑게 돌아선다. 겨우 스무살 남짓에 그들의 인생은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기 쉽다. ‘미녀 배구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곽유화 선수(전 흥국생명)의 경우가 그렇다.

창원에 머물고 있는 곽유화 선수
창원에 머물고 있는 곽유화 선수ⓒ김연수 전문기자

‘아, 나는 이제 배구선수가 아니지’

곽 선수는 지난 4월 발표된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로 분류된 펜디메트라진과 펜메트라진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결국 코트를 떠났다. 금지약물을 먹은 것이 첫째고, 해명 과정에서 “어머니가 주신 한약을 먹은 것이 잘못된 것 같다”고 둘러댔다가 들통이 난 것이 두 번째다. 곽 선수는 결국 은퇴를 선언하고 배구 코트를 떠났다.

초등학교 4학년 배구를 시작한 소녀가 배구를 시작한지 정확히 10년 만에 은퇴를 한 것이다. 배구 선수로서 은퇴하기에는 너무 빠르고 아까운 나이였다. 도핑 파문 보도가 나간 후, 세상은 그녀를 버렸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경남 창원의 레스토랑에서 곽 선수를 만났다. 코트를 떠난 지 넉 달. 표정은 어두웠다. 안부를 물으니 줄곧 집에서만 있었다고 한다.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렵고 무서웠다고.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도 얼마 전이다.

“처음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어색하고 서툴렀는데, 지금은 커피 내리는 것도 배우고, 인간관계라는 것도 배우고 배구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이 많아요. 주위 분들이 집에서만 있지 말고 외출을 하라고 권유를 많이 하셨어요. 용기를 내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일단 시작 하는 것이 힘들지, 시작하면 힘들지 않았어요.”

그 동안 얼마나 힘들었냐고 물었다.

“좋지 않은 것이 한 번에 온 것 같아요.”

곽 선수는 2015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곽 선수는 도핑 파문이 있고서 의식적으로 기사를 보지 않았다. 댓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곽유화는 마산 월포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배구에 입문했다. 마산 제일여중과 선명여고를 졸업하고 2011년 1라운드 3순위로 도로공사 배구단에 입단하여 2011~2014 시즌을 보냈다. 2014년 6월 이효희 선수가 도로공사에 입단하면서 보상 선수로 흥국생명의 지명을 받고 흥국생명으로 옮긴다.

“코트에 있을 때 보이지 않았던 것이, 코트를 떠나면 보여요. 페이스 북에서 친했던 동료들의 일상을 볼 수 있잖아요. 나도 저기에 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과 그리움. 그리고 ‘아, 나는 이제 배구선수가 아니지,’ 그런 순간순간 마다 슬프지요.”

“배구경기는 시청하세요?”
“경기는 가끔씩 보지만 전기에 감전되듯 깜짝 깜짝 놀라요. 엄마는 아직도 배구 경기를 보시면 속상하시다고 하세요. 특히 흥국생명 경기를 보시면 더 하시는 것 같아요.”

운명의 2월 21일

배구선수에게는 숙명적인 ‘적’이 하나 있다. 체중과의 싸움이다. 아침 기상과 동시에 체중계에 올라 몸무게를 재는 것이 하루 일과의 시작이다. 배구는 점프를 반복하는 운동이니 체중은 무시할래야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저녁에 과식을 했거나, 전날 체중관리를 소홀히 하면 바로 다음날 숫자로 나타나요.”
평소 하체가 무거워 고민을 많이 했다는 곽 선수는 전문의의 도움을 받으려고 인터넷에서 평판이 좋은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 대한 후기가 좋았어요.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받았습니다. 그 날이 2월 21일이에요. 상담을 받고 원장님을 만났습니다. 원장님은 축구선수, 농구선수, 핸드볼선수 등 운동선수들이 많이 찾는 병원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곽 선수는 자신이 배구선수라는 점을 알리고 자신이 처방 받을 약이 도핑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지를 물었다.

“제가 보는 앞에서 원장님이 직접 도핑방지 위원회 사이트에 들어가서 ‘배구’ 라고 검색을 하고 금지약물 검색을 한 후 문제가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식욕억제제는 걸리지 않는다고요...”

곽 선수는 이 병원에서 처방해준 주사와 처방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다음날인 2월 22일~25일 3일간 먹었다. 하루 뒤 도핑 검사가 있었다.

검사 결과 통보는 두 달뒤에 왔다.

도핑 검사 결과 통보는 대체적으로 1차와 2차에 걸쳐서 이루어지는데, 곽 선수의 도핑 검사 결과 통보가 다소 늦어진 이유는 도핑방지위원장이 해외 출장 관계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곽 선수가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데, 구단에서 연락이 왔다. 자신이 도핑에 걸렸다는 소식 이였다. 곽 선수는 처방 약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즉시 병원에 전화를 했다.

“원장님은 농구선수들도 문제가 없었다는 애기만 반복하셨어요.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문자까지 주셨구요. 그리고 ‘지금은 바쁘니 밤 11시에 전화 주겠다’고 하셨는데 그 전화가 마지막 통화였어요.”

통보를 받은 하루뒤, 곽 선수는 구단 소속 트레이너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원장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병원 측이 내민 것은 고문 변호사의 명함이었다.

곽유화 선수와 원장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곽유화 선수와 원장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김연수 전문기자

곽 선수는 당시 원장과 주고받은 문자를 아직도 가지고 있었다.

곽유화:저 그때 배구선수인데 그때 도핑 걸리는지 잘 확인해 달라고 말씀 드렸는데 아무리 그래도 확인만 해 봤으면 안 걸릴 수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대표 팀 차출에서도 빠지고 다가오는 시즌에서도 1라운드 경기를 못 뛰고 이차저차 손해가 조금 많습니다...

병원 원장:아....안그래도 걱정이 되었는데...우선 진실은 아셔야 되는 것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지난번 동계 올림픽 때도 식욕억제제가 도핑항목도 아니었고 식욕억제제는 경기력 향상을 위한 것도 아니기에 분명히 박태환이 했던 그런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손님도 비만 클리닉에서 사용하는 약과 도핑과 상관없다고 분명 생각하셨을 것이구요...

펜디메트라진 (Phendimetrazine)과 펜메트라진(phenmetrazine)

곽 선수가 복용한 약은 팬디애뜨다. 도핑 검사에서 문제가 된 성분은 펜디메트라진 (Phendimetrazine)과 펜메트라진(phenmetrazine)이다.

기자의 문의를 받은 전문의는 팬디애뜨라는 의약품은 ‘체중감량 요법의 단기간 보조요법 치료제’로서 전문 의약품이며 펜디메트라진타르타르산염이라는 성분이라고 했다. 펜디메트라진타르타르산염에는 곽 선수의 도핑 검사에서 검출된 펜디메트라진(Phendimetrazine)과 펜메트라진(phenmetrazine)성분이 포함된다. 도핑방지위원회에 따르면 이 성분은 배구, 농구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의 스포츠에서 금지되는 약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곽 선수에게 약을 처방한 의사가 ‘고의’를 가진 것은 아닐테다. 하지만 곽 선수에게 닥친 결과는 냉정했다. 만약 의사가 ‘부주의’로 이런 약품을 처방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환자를 보호했어야 하지 않을까? 곽 선수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원장이었지 변호사가 아니었다.

“다 지난 일이에요.”

곽 선수는 자신과 같은 선수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누구를 원망하겠어요. 제 탓이 큽니다."

곽유화 선수
곽유화 선수ⓒ김연수 전문기자

하지만 부모의 심정은 다르다. 곽 선수의 어머니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떻게 의사가 금지 약물을 운동선수에게 처방할 수 있느냐” 며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구단의 처사도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곽 선수가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매정하게 내쳤어야 했을까? 선수가 잘못한 것은 ‘징계’를 받게 하고, 끝까지 선수를 품고 갔어야 하지 않을까? 따가운 여론에서 빨리 빠져나오기 위해 모든 책임을 한 사람에게 돌려버린 것은 아닐까?

일본 전국시대의 오다 노부나가는 ‘인생 50년, 뭔가를 이루기에는 너무 짧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50년도 무엇인가를 이루기에 짧다면 22살의 배구 선수가 단 한 번의 실수로 자신의 모든 것인 코트를 떠나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가혹하고, 슬픈 일이다.

곽 선수를 기억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곽 선수와 함께 운동을 했던 한 현역 선수는 “우리들이 아는 곽유화는 배구 선수들 중에서 가장 성격이 좋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며 “본인도 깊이 반성하는 만큼 너그럽게 용서해 주었으면 한다” 라고 애틋한 동료애를 전했다. 프로배구계 관계자도 “곽유화 선수가 너무 오래 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그의 재능을 아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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