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던지는 최경환, “한중 FTA 안 하면 손해가 1.5조”라고?

아무리 ‘말년 병장’이라지만, 그래도 명색이 한 나라의 경제 수장인데 말을 너무 막 던진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임시 공휴일의 경제 효과가 1조3,000억 원”이라며 국민들을 한바탕 웃게 만들더니, 이제는 “한중 FTA를 연내에 비준 안 하면 손해가 1조5,000억 원”이란다. 내년 총선에서 경북 경산-청도 출마가 확실시 되는 최경환 경제 부총리의 말이다.

최 부총리는 10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1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한중 FTA가 올해 안에 비준되지 못하면 1조5,000억 원의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회는 말로만 ‘민생 민생’ 하지 말고 시급한 현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말로만 민생 민생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대서 하는 말인데, 지난해 7월 최 부총리가 취임한 이후 한국 경제의 분기 성장률은 0.8%, 0.3%, 0.8%, 0.3%로 4분기 연속 0%대 성장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손에 쥐었다. 3%를 자신했던 올해 경제상장률도 2%대로 추락할 것이 확실하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무려 73%에 이른다.

청년실업은 올해 6월 10.2%까지 치솟았다. 10월 한국의 수출은 15.8% 급락하면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 이후 6년 2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 와중에 최 부총리는 자신의 지역구인 경산-청도에 하양-안심 복선전철사업 예산으로 288억 원을 배정(지난해에는 0원)했다. “말로만 민생 민생 하지 말라”는 말은 100번 들어도 맞는 이야기인데, 그 말을 최 부총리가 하니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정의철 기자

부총리에게 산수부터 가르쳐야 하는 나라

한중 FTA의 경제적 효과가 얼마일까? 이 문제는 FTA 찬성론자들과 반대론자들 사이에서 첨예한 논쟁이 진행 중인 사안이다. 따라서 어느 한 쪽의 시각을 빌려 일방적인 주장을 소개하고 싶지는 않다. FTA 경제 효과에 대한 논쟁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진실이 드러날 사안이다.

문제는 최 부총리가 막 던진 “한중 FTA가 올해 안에 비준되지 못하면 1조5,000억 원의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는 말의 진위다. 이 말이 얼마나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인지는 ‘FTA 반대론자들의 논리’씩이나 빌려 오지 않아도 충분히 입증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최 부총리가 언급한 1조5,000억 원이란 수치는 한중 FTA가 체결될 경우 1년 동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의 대 중국 제조업 분야 수출 증가액이기 때문이다.

100보를 양보해 FTA 찬성론자들과 정부 쪽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한중 FTA가 체결되면 내년 제조업 중국 수출이 1조 5,000억 원 늘어난다고 치자. 그러면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는 수입은 전혀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야긴가? 최 부총리는 지난해 자신의 입으로 “한중 FTA로 예상되는 농업 쪽 피해를 최소화 하는 선에서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최 부총리 입을 빌어도 농업 쪽 피해가 분명히 있다는 이야기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 중국 수출액은 1,452억 달러, 수입액은 900억 달러였다. 수출에 비하면 수입은 62% 수준이다. 상식적으로 한중 FTA가 양국에 동일한 무역 증대 효과를 준다고 가정하면, 1조5,000억 원 수입이 늘어나면 최소한 중국으로부터 9,300억 원 정도의 수입도 증가해야 정상이다. 제조업 분야에서 예상되는 1조5,000억 원의 수출 증가액이 고스란히 우리 쪽 이익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산수만 할 줄 알아도 계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길거리 약장사도 이렇게 터무니없는 계산으로 약을 팔지는 않는다.

한중 FTA 기대 효과의 진실은?

사실 한중 FTA는 여타의 FTA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의 무역 협정으로 평가 받는다. 한중 FTA는 “한국도, 중국도 얻을 것이나 잃을 것이 별로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상징적 수준의 FTA였다는 이야기다. 다만 농업 쪽 피해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분명하다. 국무총리실 소속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조차 “중국 농산물 수입이 매년 증가 추세에 있고, 최근 중국산 수입 농산물의 품질 경쟁력이 향상돼 한중 FTA로 국내산 농산물이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판이다. 한중 FTA에 따르면 전체 1,611개 농산물 품목 중 216개는 즉시, 209개는 5년 안에, 164개는 10년 안에 관세를 철폐하게 돼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 얻는 이익이 막대할 것이라는 예상도 너무 한가하다. 한국은 그 동안 농수산 분야에서 일방적인 무역 적자를 보는 와중에도 제조업 분야의 선전으로 만성적인 대 중국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그 동안 두 나라의 산업 구조가 수직적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한국이 상위에 있는 산업 구조를 가졌고, 중국이 하위 산업 구조를 보인 덕에 발생한 일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최근 2, 3년 사이에 중국 제조업은 ‘한국의 하위 산업 구조’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약진을 거듭했다. 더 이상 예쁜 디자인의 샤오미 스마트폰은 ‘대륙의 실수’로 치부할 수 없다. 한국 산업 구조의 최고점에 있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은 도전을 시작했고, 스마트폰과 가전, 자동차와 조선 등 한국이 비교 우위에 있었던 거의 모든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을 따라잡거나 추월했다.

늘 중국에서 정상의 자리에 있었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올해 2분기 5위까지 추락했다. ‘대륙의 실수’라 놀림 받았던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와 화웨이는 중국 업체 최초로 연간 스마트폰 출시 대수가 1억 대를 넘어섰다.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미국 낸드플래시 업체인 샌디스크를 인수해 삼성전자가 지배하는 반도체 분야에 진입을 예고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7월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체별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도 현대차 그룹은 6년 만에 중국 업체인 창안에 5위 자리를 내줬다. 7월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철강재는 7년 만에 최고 수치(134만7,000톤)를 나타냈다.

중국은 7월 ‘중국 제조 2025’ 플랜을 통해 2025년까지 독일과 일본 수준의 제조업 강국에 오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발표했다. 제조업 분야의 만성적 대 중국 무역 흑자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 결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한중 FTA는 제조업 분야에서조차 한국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 쪽에 더 큰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원을 하더라도 말은 가려서 해야

내년 총선 출마가 예정된 최 부총리는 경제 수장으로 이제 ‘말년’을 보내고 있다. 이제 곧 정부를 떠날 최 부총리에게 “당신이 도대체 경제 부총리로 한 게 뭐냐?”는 야박한 질타를 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자유주의 시장관에 친 재벌 정서를 가진 그가 경제 위기의 근본, 즉 소득 부족으로 인한 소비 침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명색이 현직 경제 부총리인데, 경제는 좀 못해도 덧셈 뺄셈은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한중 FTA가 올해 안에 비준되지 못하면 1조5,000억 원의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는 그의 말은, 그가 정녕 산수를 못 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너무나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다.

10일 오후 포털 사이트에 걸린 “최경환 한중 FTA, 올해 비준 못하면 1.5조 손해”라는 기사의 베스트 댓글은 “당신이 경제 부총리라서 1.5조 손해”라는 것이었다. 혹시 최 부총리가 ‘네티즌 한 명의 생각일지도 모른다’고 착각할까봐 친절하게 덧붙이자면, 11일 오후 4시 기준으로 그 댓글에 붙은 공감은 888개, 비공감은 고작 55개였다. 최 부총리가 조만간 경제 부총리에서 물러난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부총리는 물론이지만, 국회의원 역시 머리에 떠올랐다고 입으로 바로 뱉으면 되는 자리가 아니라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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