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겨냥한 물대포로 끝까지 추적 발사…경찰, ‘살수차 규정’ 모두 위반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맞고 실신한 보성지역 농민 백 모씨와 그를 구조하려는 참가자들에게 계속해서 물대포를 쏘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맞고 실신한 보성지역 농민 백 모씨와 그를 구조하려는 참가자들에게 계속해서 물대포를 쏘고 있다.ⓒ양지웅 기자

경찰이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보성 지역 농민 백 모씨를 물대포로 직사(直射)한 것은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경찰은 이날 오후 7시 3분께 서울 종로구청 사거리 인근에서 보성농민회 소속 백모(69)씨의 얼굴을 포함한 상반신을 향해 물대포를 직사했다. 이에 백씨는 아스팔트 바닥에 넘어져 곧바로 실신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민중의소리>가 촬영한 영상 자료와 직접 입수한 ‘살수차 운용지침’을 종합해보면, 경찰이 백씨에게 물대포를 쏜 행위는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경찰은 백씨를 향해 이른바 ‘직사 살수’를 했는데, 관련한 방법은 경찰의 ‘살수차 운용지침’ 제2장 ‘살수차의 사용’ 항목의 ‘살수 방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다.

먼저 운용지침은 ‘직사 살수’의 사용 요건으로 ▲도로 등을 무단점거해 일반인의 통행 또는 교통소통을 방해하고 경찰의 해산명령에 따르지 아니하는 경우 ▲쇠파이프‧죽봉‧화염병‧돌 등 폭력시위 용품을 소지하거나 경찰관 폭행 또는 경력과 몸싸움하는 경우 ▲차벽 등 폴리스라인의 전도‧훼손‧방화를 기도하는 경우를 명시해놓고 있다.

하지만 백씨는 경찰관과 차벽에 전혀 위해를 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경찰에 물대포를 그만 발사하라는 취지의 몸짓을 취했을 뿐이었다. 당시 일부 시민들이 경찰 버스에 밧줄을 매달아 차벽에서 해체시키려는 행위를 하기는 했으나, 백씨는 이와 무관한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지침상 ‘직사 살수’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 사람에게 ‘직사 살수’를 한 것이다.

살수차 사용시 주의사항 모두 어겨

경찰은 이 지침의 ‘살수차 사용시 주의사항’ 항목도 위반했다. 이 항목 5번은 “직사살수를 할 때에는 안전을 고려해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하여 사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본지 카메라에 찍힌 영상에서 경찰은 백씨의 머리 부분을 포함한 상반신을 정확히 겨냥해 물대포를 쐈고, 쓰러진 상황에서도 상반신과 하반신을 번갈아가며 조준사했다.

또한 아홉 번째 주의사항으로 “살수차 사용 중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 즉시 구호조치를 하고 지휘관에게 보고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경찰은 백씨가 실신한 상태에서도 10초 이상 물대포를 조준사했다. 뿐만 아니라 백씨를 구호하려는 시민들을 향해서도 물대포를 쏴 오히려 구호 행위를 방해했다.

이밖에 해당 지침은 살수방법과 시위대가 위치한 거리에 따른 물대포의 ‘강도’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는데,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한 확인을 회피했다.

지침상 ‘직사살수’의 경우 물살의 세기는 3,000rpm(15bar) 이하로, 10m 내외 거리에 있을 경우 1,000rpm(3bar) 이하로 설정해야 한다. rpm은 엔진 회전수를 나타내고, bar는 물의 압력을 표시해주는 단위다. 이날 사용된 물포는 건장한 남성이 뒤로 넘어진 경우가 많을 정도였다. 보통의 자동세차장 물살 세기가 100bar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련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살수차의 물살 세기가 어느 정도였냐는 질문에 “오늘이 비상 사태라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백씨는 병원 도착 직후에도 입에서 피를 뿜고 있었으며 의료진에 의해 곧바로 심폐소생실로 옮겨졌다. 백씨의 상태를 확인한 주치의는 뇌출혈이 의심되고 생명이 위독한 상태라는 소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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