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축구하면 공 압수” “벌점 받으면 식사 금지”···인권침해 ‘불량학칙’ 수두룩

교내외에서 이성교제 하다가 걸리면 선도위원회로 회부, 성적이 낮으면 반장 자격 박탈, 급식 남자 우선권, 국기에 대한 경례 때 가슴에 손 붙이지 않으면 벌점, 교복 아닌 패딩 점퍼 압수, 학교장 허락 없이 집회나 결사 참여 불가, 정치에 관여했을 경우 퇴학, 손톱 길이 1mm 이하···.

이들 모두 현재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칙에 명시돼있는 내용들이다. 여전히 인권침해와 시대착오적인 학칙들이 수두룩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학칙들이 적용돼 불이익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인권보호를 위한 시민단체들의 모임인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2015 불량학칙 공모전’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에서 총 107개의 제보가 접수됐으며, 여기에는 자유·권리제한, 차별, 단속·처벌, 학칙제·개정시 학생참여 배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례가 담겼다.

◆ 여전히 존재하는 두발·복장 규제···“추워서 입었는데 외투 압수 당해”

“두발 길이도 귀 밑 15센치로 제한을 두는데, 그 와중에 귀밑 7센치가 넘어가면 한갈래로 묶고 다녀야 합니다. 머리가 묶일 만큼 충분히 긴 길이가 아닌데도 외가닥묶기를 실천하라며 매번 소리지르는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 제 친구가 두발 길이 규정에 맞게끔 목요일에 머리를 15센치 이내로 잘라왔는데도 점검하시던 선생님이 13센치면 어쨌든 15센치가 될 것 아니냐며 잡아 벌점을 매기고···.”

부산 D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이같이 제보했다. 실제 학칙을 보니 두발 길이와 모양, 악세서리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었다.

부산 D고등학교의 두발 규제 관련 학칙
부산 D고등학교의 두발 규제 관련 학칙ⓒ전교조

교복 등 복장에 대해서도 많은 학교에서 규제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실 상황과 맞지 않게 무분별하게 학칙을 적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다음은 충북 J중학교 한 학생이 제보한 내용이다.

“여름이 비가 와서 쌀쌀하거나 한겨울에도 외투를 입으면 뺏기고 학교에 외투를 가져오기만 해도 뺏깁니다. (···) 여름이 감기에 걸려서 잠바를 입을 때에도 얼어 죽으라고 하며 잠바를 뺏고 벌점을 줍니다.”

이 제보 학생은 그러면서 “이러한 일들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규정을 만들어서 학생들이 불편해하는 것 같다”며 “너무 심한 학칙과, 선도를 하지 않고 무조건 벌점부터 주기 때문에 학칙을 따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 D고등학교의 학생도 비슷한 사례를 제보했다.

“겨울철 꽉 끼는 동복 외투를 입기 불편해서 가디건 위에 까만 패딩을 입고 갔다가 압수를 당해서 눈이 펑펑 오는 날 가디건만 입고 집에 온 적이 있다.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왜 이런 취급을 받고 다녀야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동복을 안 입었냐고 묻지도 않는다. 그냥 뺏는다.”

이 학교 학칙에는 “교복은 규정대로 착용해야 하며 교복 개조는 일절 금한다”, “동복착용 시에는 점퍼와 코트(허용 기간에 한하여)를 입을 수 있으며 그 외에는 교복착용을 원칙으로 한다. 단, 블라우스, 넥타이, 조끼는 갖춰서 착용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있다.

부산 D고등학교에서는 손톱 길이와 관련된 ‘용모 단정’ 규정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도 있었다.

“손톱은 손가락 끝에서 1mm 이하 길이규정이 있습니다. 손톱이 위로 떠서 자라서 짧으면 (손가락 끝에서) 피나는 저는 점검할 때마다 짧게 깎고 엄청 고생합니다. 립밥도 색 없는 립밥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손에 발라 보여줘도 빼앗아가고 벌점주고, 입술 갈라터진 애들도 마찬가집니다.”

◆ 입시공부 외 활동 규제···“고3은 밖에서 공놀이도 못해”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입시공부 외 활동을 규제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학생들이 공부 외 휴식을 취하기 위해 하는 취미활동도 학교가 나서 막고 있는 것이다.

울산 H고등학교의 한 학생 제보에 따르면, 고3 학생에 한해 점심시간에는 운동과 독서가 금지된다. 도서관에서 책 대출 목록을 확인해 3학년의 대출기록이 확인되면 ‘앞으로 나란히’, ‘엎드려뻗쳐’, ‘엉덩이 맞기’ 등 체벌을 가한다는 제보다.

경남 김해 D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고3은 밖에서 공놀이를 못하게 한다. 축구하면 축구공 빼앗아가고 벌점을 날린다”고 밝혔다.

◆ 이성교제도 감시···“여친이랑 밥 먹는 것도 풍기문란?”

학생들의 자유로운 이성교제도 제재를 받고 있었다.

울산 S중학교의 학칙
울산 S중학교의 학칙ⓒ전교조

울산 S중학교 학칙에는 ‘교내외 지나친 애정행위’에 해당되면 상벌점제를 적용하지 않고 바로 선도위원회로 회부한다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제보 학생은 “문제는 이 규정에 관한 명확한 근거가 거의 없다”며 “그래서 이 기준은 선생님들에 따러서 다른데 이것 때문에 주말에 여친(여자친구)과 같이 밥 먹으러 가거나 보는 것과 심지어 여친과 같이 대화나누는 것 때문에 바로 선도위원회로 회부당한 애들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전 D고등학교에서도 ‘불건전한 이성교제로 풍기를 문란하게 한 학생’에게 벌점 등 징계를 주는 학칙이 있었다.

◆ 성적과 성 차별까지···“성적 낮으면 반장 자격 박탈”

성적에 따라 학생들을 차별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대구 D고등학교 학생은 “성적순으로 기숙사 독서실을 배정하고, 성적우수자들을 집의 거리와 상관 없이 우선 대상으로 선발한다”고 지적했다. 또 ‘우등생’을 위한 독서실이 따로 있는데, “이 독서실 책상은 일반 독서실 보다 넓고 의자도 등을 편하게 댈 수 있는 굴림의자다. 상대적으로 일반 독서실은 불편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구 D고등학교 독서실 비교
대구 D고등학교 독서실 비교ⓒ전교조

경남 창원 K고등학교에선 성적에 따라 반장, 학생회장 등 자격이 주어진다는 제보자 접수됐다.

“학칙에서 성적이 낮으면 학생회장, 반장, 부반장 자격이 박탈되도록 하고 있다. 학칙 이외에도 담임의 추천으로 수여하는 ‘교내 백일장’이나 ‘학급 봉사상’ 같은 상들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수여하는 모습들을 지켜봐왔고, 성적으로 인해 차별받는 것이 매우 모욕적이었다.”

경남 창원 K고등학교의 성적 차별 논란 학칙
경남 창원 K고등학교의 성적 차별 논란 학칙ⓒ전교조

그외 성 차별 문제도 제기됐다. 서울 Y중학교 제보 학생은 “급식을 성별로 구분지어 먹게 한다. 남자부터 먼저 들어가고 여자가 들어가는 형식인데, 남자 3학년>2학년>1학년>여자 3학년>2학년>1학년 순으로 먹게 된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밥이 나올 때에 남자학생들이 두세번씩 밥을 먼저 받으면 여자 1학년은 맛있는 급식이 다 떨어져서 배식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수차례 건의를 했지만 남자학생들이 밥을 빨리 먹는다는 이유로 개선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 집회·결사의 자유, 사상의 자유 억압···“정치 행위 관여하면 퇴학”

집회에 참여하거나 정치 행위를 금지하는 학칙도 더러 있었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제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 전주 S고등학교 학칙에는 ‘집단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불법집회 또는 불법동아리 활동을 한 학생”, “학교장의 허가 없이 대외행사에 출품, 출연한 학생”, “학생을 선동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한 학생”, “동맹휴학을 선도, 주동하거나 동참한 학생” 등의 그것인데 해석하기에 따라 학생인권 관련 집회에 나가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심어준다.

부산 A고등학교 학칙에는 ‘정치에 관여한 행위 혹은 학생 신분에 어긋난 행동을 한 학생’의 경우 퇴학처분까지 가능하다. 이를 제보한 학생은 “시민의 정치참여를 보장하고 있는 참정권은 국민의 기본권이자 인권에 포함되는 조항”이라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개인을 퇴학으로 징계하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일까”라고 지적했다.

부산 A고등학교 학칙
부산 A고등학교 학칙ⓒ전교조

◆ 벌점자에 대한 추가 인권침해···“식사 못하게 하는 경우도”

학칙 등을 어겼다는 이유로 벌점을 받은 경우 학교행사 참여가 금지되거나 식사를 할 수 없는 등의 추가 징벌도 이어져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 S중학교 제보에 따르면, 벌점 10점 이상이면 축제, 체육대회 참여가 금지된다.

또 대전 B중학교의 한 제보자는 벌점이 쌓이면 점심식사를 하지 못하는 등 인권침해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남녀공학학교인데 남녀 차별이 너무 심해서 여학생은 치마가 조금이라도 짧거나 화장(입술이나 썬크림포함)을 하였을 때 바로 선도를 연다고 협박을 하며 벌점은 정해진 바와 다르게 멋대로 벌점을 줍니다 ex. 점심시간에 체육복을 입거나, 화장을 조금이라도 했거나, 치마가 조금이라도 짧으면, 밥을 못 먹게 한다. 솔직히 인권이 너무 침해 되는 것 같고 학교에서는 사람 대접을 못 받는 것 같습니다. 눈치받으면서 다니는게 학교인가요.”

이 밖에 많은 학생이 명확한 근거도 없이 행해지는 소지품 검사에 대해 불쾌감을 느낀다며 인권침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제보들에 대해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는 “여전히 많은 초·중·고교에서 인권침해적이고 시대착오적인 학칙들이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인권의 기준과 원칙이 학교에 스며들 수 있도록 문제 제기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s ⓒ 민중의소리 & vop.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