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호 칼럼] 백남기 농민은 왜 쌀값 보장을 소리 높여 외쳤나

쌀값 보장과 밥쌀 수입 중단을 호소하며 아스팔트에 섰던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살인적인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생사기로의 위험에 처해 있는 와중에 상태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고령의 농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정부는 아직도 사과 한 마디 없다. 최소한의 염치와 예의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조차 없다.

오히려 백남기 농민을 비롯하여 쌀값 보장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생존 몸부림을 폄하하는 행태마저 벌이고 있다. 쌀값이 폭락해도 정부가 직접지불금으로 손실의 대부분을 보전해 주기 때문에 농민들은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얘기를 사방에 퍼트리고 있고, 보수 언론들은 이를 받아서 마치 농민들이 생떼를 쓰는 집단인 것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쌀값이 폭락해도 정부가 충분히 손실보전을 해 주기 때문에 농민들은 별로 걱정할 게 없는데 괜히 서울로 올라와서 쓸데없이 떼만 쓰는 이상한 집단이 되어 버린다.

과연 그런가? 백남기 농민이 쓸데없는 행동을 했나? 농민들이 쌀값 보장을 요구하는 것이 떼를 쓰는 행동인가? 쌀값이 폭락해도 정부가 충분히 손실보전을 해 주는가? 정부가 말하는 손실보전이란 것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백남기 농민을 비롯해 쌀값 보장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요구가 떼쓰는 것이 아니라 절박한 생존의 몸부림이란 것을 우리 모두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쌀값 폭락 방관한 정부

하나씩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

2013년 17만원을 웃돌았던 산지 쌀값이 지난 2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특히 올해는 수확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쌀값 폭락에 대한 농민들의 우려와 불안감이 매우 높았다. 쌀 재고량이 지난 2009~2010년 쌀값 폭락 당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었고, 여기에 의무도 아닌 밥쌀 수입을 정부가 강행하면서 쌀값 폭락을 부채질하는 형국이었다. 그래서 농민들은 수확기 이전부터 쌀값 안정을 위해서는 대북 쌀 차관 혹은 해외 원조 등과 같이 40만 톤 규모의 쌀을 국내 시장에서 완전 격리하는 것과 같은 획기적인 대책이 조속히 시행되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수확기가 한창 진행되고 쌀값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지자 10월 말에야 겨우 20만 톤을 추가 매입하여 시중에서 격리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선제 대응의 필요성을 말하는 농민들의 요구에 정부는 늦장 대응으로 대답한 것이다. 그나마 그 대책이란 것도 농민들이 말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있었다. 농민들은 쌀값이 예년 수준으로 정상 회복되는 것을 말했지만 정부 대책은 쌀값이 이미 떨어진 상태에서 추가로 더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농민들은 정부의 쌀값 안정 대책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석한 농민들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석한 농민들ⓒ민중의소리

실제로 최근 통계청 조사 결과 산지 쌀값은 80kg 1가마당 149,392원으로 떨어져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15만 원 선이 붕괴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대로 가면 이번 수확기가 끝나고 내년에도 쌀값이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달려가고 있다. 앞으로 쌀값이 얼마나 더 떨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예년과 같은 정상적인 쌀값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이 점점 불가능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 대책의 실효성을 의심하였던 농민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점이 현실에서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고령의 백남기 농민을 비롯해 많은 농민들이 쌀값 보장을 요구하며 아스팔트 농사를 짓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답은 쌀값 보장 대책이 아니라 살인적인 물대포였다.

그래놓고도 정부는 산지 쌀값이 15만 원으로 떨어져도 직접지불금을 통해 목표가격 대비 97% 수준까지는 손실을 보전해 주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큰 피해는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쌀값이 15만 원으로 떨어져도 농민들은 목표가격 대비 3% 정도만 손실을 부담하면 된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97% 손실보전은 뜬구름 잡는 탁상공론에 불과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의 주장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첫째, 정부가 말하는 목표가격 자체가 농가의 소득을 충분히 보전해 주는 장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목표가격 자체가 근본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 정부가 말하는 목표가격은 지난 2012년에 결정되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현행 목표가격 결정 이후 쌀 생산비는 약 6∼9% 올랐고, 물가는 약 4∼5% 올랐다. 이 두 가지 요인만으로 이미 농가의 실질소득은 10∼14%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쌀값이 정상적인 수준이거나 조금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실질소득 하락 요인을 쌀값으로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이 쌀값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농민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쌀값이 15만 원으로 떨어질 경우 정부의 직접지불금에도 불구하고 농가가 입는 실질적인 소득손실은 정부가 말하듯이 3% 수준이 아니라 13∼17% 수준인 것이다.

둘째, 정부가 말하는 직접지불금 자체가 실제 산지 쌀값을 반영하지 못하는 결함을 갖고 있다. 계산방식이 복잡하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말하는 직접지불금은 목표가격과 산지 쌀값의 차액의 일부를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목표가격은 2012년에 결정되어 고정된 상태이다. 그래서 통계청이 조사하여 발표하는 산지 쌀값이 높으면 목표가격과의 차액이 적고, 반대로 산지 쌀값이 낮으면 그 차액이 늘어난다. 다시 말하면 통계청이 발표하는 산지 쌀값이 높을수록 직접지불금 규모가 줄어들고, 반대로 산지 쌀값이 낮을수록 직접지불금 규모가 증가한다. 그런데 현재 통계청이 발표하는 산지 쌀값은 그 조사 방식의 결함 때문에 실제 산지 쌀값 보다 항상 높게 나타난다. 그래서 현행 직접지불금은 실제 농가의 손실 보다 언제나 적게 지급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을 좀 알기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만약 경기도의 쌀값이 20만 원이고, 전남의 쌀값이 15만 원이라고 하자. 그러면 두 지역의 평균 쌀값은 얼마일까? 단순 산술 평균을 하면 17만 5천 원이 된다. 이 방식이 현재 정부가 산지 쌀값을 조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경기도의 쌀 생산량은 40만 톤이고, 전남의 쌀 생산량은 80만 톤이다. 그러면 총 120만 톤의 평균 쌀값은 얼마일까? 약 16만 7천 원이 된다.

지역별 쌀 생산량의 차이를 고려하여 가중치로 평균한 것이 실제 산지 쌀값이다. 전남, 전북, 충남 이 세 지역이 우리나라 전체 쌀 생산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세 지역의 쌀값이 가장 싸다. 그래서 지역별 생산량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산술 평균하여 조사하는 현행 산지 쌀값은 언제나 실제 산지 쌀값 보다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목표가격과 산지 쌀값의 차액도 실제 보다 더 적게 계산되기 때문에 현행 직접지불금은 실제 산지 쌀값을 반영하지 못하고 언제나 더 적은 금액이 지급될 수밖에 없다.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는 농민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는 농민ⓒ김주형 기자

이상과 같은 두 가지 이유를 고려한다면 정부가 말하는 97% 소득보전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인가는 쉽게 드러난다. 농민들은 실질적인 소득손실을 말하고 쌀값 보장을 주장하지만 정부는 탁상공론으로 97% 소득보전을 얘기하는 것이다. 농민들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적인 손실을 말하는데 비해 정부는 딴 나라 얘기처럼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정부가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정부라면 97% 소득보전 운운하기 이전에 현행 제도의 근본적인 결함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부터 우선할 것이다. 뜬구름 잡는 탁상공론으로 여론을 호도하기 보다는 실제 현실의 문제를 반영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진실을 은폐하는데 급급하고 여론을 호도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그것이 백남기 농민의 희생을 폄하하고 심지어 조롱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최소한의 염치와 예의가 무엇인지 안다면, 최소한의 상식이 있다면, 최소한의 정상적인 사고라고 할 수 있다면 탁상공론과 같은 억지 주장 보다는 백남기 농민과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쌀값 보장을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그나마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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