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청문회] ‘대통령 뒷북 지시’·‘해경청장 거짓말’ 대형 참사 불렀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2일째 진행 김석균 참사 당시 해양경찰청장이 세월호 특위 위원의 질문에 답변을 유가족들이 지켜보다가 답답해하고 있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2일째 진행 김석균 참사 당시 해양경찰청장이 세월호 특위 위원의 질문에 답변을 유가족들이 지켜보다가 답답해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작년 4월 16일 오전 10시 30분께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김석균 해경청장에게 “특공대 등 구조세력을 총동원해 구조하라”는 뒷북 지시를 내렸다. 통화 당시 특공대 등 구조세력이 이미 동원된 상황임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은 세월호 구조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김 청장은 박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에서 피해 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고 해역에 잠수사 500여명을 투입했다”며 최선을 다해 구조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거짓말’이라고 항의하는 가족들에게 박 대통령은 “(김 청장 보고가) 사실이 아니면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이 옷 벗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진도 사고 해역을 방문한 작년 4월 17일 당시 조류 흐름이 약한 정조 시간에도 잠수 수색이 이뤄지지 않았다.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1차 공개청문회가 서울 중구 YWCA 강당에서 전날부터 열린 가운데 특조위가 15일 해경·정부 고위 관계자 등을 상대로 참사 당시 ‘지휘체계 및 정부 대응·해양사고 대응 매뉴얼 적정성’ 여부를 집중 신문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사고 당시 대통령의 뒷북 지시 상황이 드러났고, 해경청장의 ‘잠수사 500명 투입’ 발언이 도마위에 올랐다.

대통령 “특공대 투입” 뒷북 지시
해경청장 “잠수사 500명 투입” 거짓말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2일째 진행 김석균 참사 당시 해양경찰청장이 세월호 특위 위원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2일째 진행 김석균 참사 당시 해양경찰청장이 세월호 특위 위원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김철수 기자

진상규명소위원회 김서중 위원은 이날 오전 청문회에서 참사 당일 오전 10시30분께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김석균 해경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해서 질문했다.

김 전 청장은 대통령과 짧은 통화에서 “특공대 등 모든 구조세력을 총동원해 구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사고 당일 오전 10시 30분께에는 이미 특공대 투입 명령이 내려진 후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 전 청장은 “(대통령 지시 전에도) 이미 특공대 파견 지시를 내린 상태였다. 대통령 지시를 받고 재차 구조인력 총동원을 지시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김 위원은 김 전 청장에게 “사고 발생 직후 구조가 긴박한 상황에서 청와대 관계자 등이 구조지휘자에게 ‘현장 영상을 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경일 123정장이) 영상을 찍고·보내느라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구조 상황을 고민해야 됐던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 전 청장은 “(영상을 찍은 것은) 보고 목적이 아니라, 구조 목적이었다”면서 “보고 때문에 구조하는데 영향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은 “(123정장이) 구조가 긴급한 상황에서 구조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구조에)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파악하는 것에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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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2일째 진행 김석균 참사 당시 해양경찰청장이 세월호 특위 위원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2일째 진행 김석균 참사 당시 해양경찰청장이 세월호 특위 위원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오후 청문회에서 김 전 청장은 세월호 침몰 직후 ‘500여명의 잠수인력 투입’ 발언은 “잠수자 수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동원된 인원”이라고 밝혀 특조위원의 강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진상규명소위원회 이호중 위원은 작년 4월17일 박 대통령이 진도체육관 방문했을 당시 김 전 청장이 가족들을 상대로 “500명의 잠수사가 투입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따져 물었다. 이에 김 전 청장은 “555명의 잠수사가 동원된 상황이었다”면서 “구조 조건이 안돼 잠수하는 인원에 제한이 있었던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 위원은 “555명 투입이라고 하면 당시 자리에 있던 대통령과 국민 역시 잠수에 투입된 인원으로 오해했을 것”이라고 반문했고, 김 전 청장은 “투입이라는 용어와 잠수는 다른 의미”이라고 답해 세월호 피해 가족들의 야유를 받았다.

이 위원은 “그렇다면 당신은 국민을 속이고 대통령을 속이고 가족들을 속인 정말 나쁜 사람”이라면서 “이런 사람이 참사 당시 해경을 총지휘했던 수장이었다는 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부끄럽다”고 말했다.

방청석에서는 “당신(김 전 청장) 말만 믿고 기다렸는데 우리 애들 모두 죽었어”라는 절규가 터져 나왔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2일째 진행 김석균 참사 당시 해양경찰청장이 세월호 특위 위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것을 지켜보던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2일째 진행 김석균 참사 당시 해양경찰청장이 세월호 특위 위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것을 지켜보던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철수 기자

이호중 위원은 박 대통령이 참사 현장을 방문했던 작년 4월 17일 오후1시부터 물살이 약했던 정조시간에도 왜 구조 작업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따져 물었다.

이 위원은 “17일 기상상황이 잠수를 못하는 상황은 아니었다는 현장 잠수사들의 증언이 있는데, 왜 17일 정조 시에도 수색을 안 시켰냐“며 “혹시 대통령이 와서 잠수를 안 시킨거냐“고 물었고, 이에 김 전 청장은 “그날 파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대통령 방문과는 상관 없고, 기상 여건 외에는 고려 요인이 없었다”고 했다. 이 위원에 따르면 현장 잠수사들을 조사한 결과 당시 17일 기상 여건은 수색을 진행했던 16일, 18일과 동일했는데도 대통령이 방문했던 17일에만 잠수를 시키지 않았다.

해양(선박)사고 매뉴얼도 ‘유명무실’
해경·정부 고위관계자들 부실 대응이 대형 참사 불렀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2일째 증인들이 출석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2일째 증인들이 출석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김철수 기자

해양선박사고 관련 매뉴얼도 세월호 구조 과정에서 유명무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참사 당시 해수부 내에 해양선박사고에 관한 표준 매뉴얼이 있었느냐는 특조위원들의 질문에 임현철 전 해양수산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반장은 “2013년 해수부가 다시 만들어지면서 ‘표준매뉴얼’ 형식은 아니었지만 유사한 내용을 담은 매뉴얼은 있었다”면서 “완벽한 매뉴얼은 있을 수 없고, 매뉴얼 서두에도 ‘매뉴얼을 기본으로 하되 탄력적으로 운용하라’는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답변 과정에서 실제 선내에 승객이 남아있을 것을 전제로 진입훈련을 실시한 적은 없었고, 관계부서 비상연락망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임 전 반장은 “사후에 파악했는데, 해수부가 재출범하면서 조직개편이 이뤄지면서 제대로 마련이 안 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참사 발생 직후 구성된 안전행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참사 대응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대규모 재난 과정에서 총괄지휘 역할을 맡는 중대본은 하급기관인 중수본과 전남도청, 진도군의 요청을 기다릴뿐 직접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안전사회소위원회 박종운 위원은 “(참사) 당일 오전 구성된 중대본은 어떤 역할을 했느냐”고 질문했고, 이경옥 중대본 차장은 “시스템상 지방정부에서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돼 있고 당시 진도군과 전남도가 필요한 조치를 우선 취하면 이후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둘째 날 청문회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진행됐다. 세월호 피해 가족 100여명도 방청석에서 청문회를 지켜봤다. 첫째 날과 마찬가지로 둘째 날 청문회에도 이헌 부위원장, 석동현 변호사,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 차기환 변호사, 황전원 박사 등 여당 추천 위원 5명이 불참했다.

청문회를 지켜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청문회를 통해) 참사 발생과 구조 과정에서 해경·정부 관계자들의 총체적인 구멍이 드러났지만 모두 남 탓을 하고 있다. 결국 참사 과정에서 문제를 발생시킨 책임자가 밝혀지지 않은 것”이라면서 “이번 청문회 이후 TRS(다중무선통신) 문건을 누가 만들었는지를 비롯해 청문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의 진짜 책임자를 가려내는 과제 등이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특조위는 청문회 마지막 날인 16일에 세월호 피해 가족들과 민간잠수사, 해수부, 국과수 관계자들을 불러 참사 현장에서 시신 수습과 장례 지원 등 피해자 지원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짚어볼 예정이다. 이날 이주영 해수부 전 장관도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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