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 ‘성소수자’를 품을 수 있을까?… 교회협 ‘성소수자’ 공론화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지난 6월28일 서울광장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인들과의 충돌을 방지하기위해 만들어 둔 펜스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주장을 쓴 피켓을 들고 있다.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지난 6월28일 서울광장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인들과의 충돌을 방지하기위해 만들어 둔 펜스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주장을 쓴 피켓을 들고 있다.ⓒ정의철 기자

‘동성애’란 뜨거운 감자가 개신교 토론 테이블에 올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가 성소수자와 관련해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아직 어떻게 할 지 아무 것도 정해진 건 없지만 토론의 장에 ‘동성애’와 ‘성소수자’가 주제로 오른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개신교가 그동안 보여 온 ‘동성애’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와 ‘혐오’를 넘어 관용적 입장에서 제대로 된 논의를 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교회협, 성소수자 문제 다룬 책 출간하며 공론화 시작

교회협은 얼마 전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 책 ‘우리들의 차이에 직면하다’를 번역 출간했다. 이 책은 세계교회협의회 부총무를 지낸 앨런 브래시 아테로아 뉴질랜드 장로교회 목사가 지난 1995년 펴낸 책이다. 이 책은 성수수자에 대해 일방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고 진실한 논의와 열린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이 책의 출간과 더불어 교회협 총무인 김영주 목사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동안 교회협은 약자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왔는데,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적 취향 때문에 무차별적인 폭력을 당하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이 책의 발간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는 차별과 폭력과 혐오의 대상이다. 그리고 성소수자들을 향한 무차별적 폭력과 혐오에 앞장서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개신교인들이다. 지난 6월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제16회 퀴어문화축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일들은 그런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당시 성소수자들이 서울시청 광장에서 축제를 개최하려고하자 개신교 보수단체들은 서울시에 행사 취소를 요구하는 등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러다 축제가 열리자 당일 맞불 집회를 열었다.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화 등이 주축이 돼 만든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는 “한국교회는 동성애 조장을 저지하는 반대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성서 구절을 바탕으로 성소수자를 단죄하는 건 옳은 일일까?

한국 개신교 보수단체들이 동성애와 성소수자에 대해 단순한 반대 수준을 넘어 그들을 혐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자와 동침함 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는 레위기 18장 22절 등 성서를 바탕르로 “하나님은 동성애를 허용하지 않으셨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동성애를 허용하지 않으셨다”는 이들의 믿음은 동성애와 성소수자를 향한 어떠한 합리적 토론도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들이 이렇게 믿고 행동하는 배경엔 ‘기독교 근본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기독교 근본주의’는 성서엔 일점일획도 오류가 없기 때문에 성서에 나온 대로 믿고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독교 근본주의’는 근대 미국 기독교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유럽에서 다양한 학문적 성과와 연구를 바탕으로 성서를 비평하고 해석하는 새로운 흐름인 이른바 ‘자유주의 신학’이 시작되자, ‘축자영감설(逐字靈感說)’에 근거한 ‘성서무오설(聖書無誤說)’ 등에 바탕을 둔 원리주의 신학 흐름이 미국을 중심으로 생겨났다. ‘축자영감설’은 성서는 하나님이 글자 하나까지 지정해 쓰여진 책이란 주장이다. 때문에 성서엔 절대 오류가 없고, 과학적 사실이라는 주장인 ‘성서무오설’ 주장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성서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서는 학문적 연구나 비평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철저하게 문자 그대로 믿어야 하는 경전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기독교 근본주의 흐름은 우리나라에 파송된 미국 출신의 선교사들과 초기 우리나라 기독교 지도자들인 이승만 등을 거쳐 한국 교회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출간한 책 ‘우리들의 차이에 직면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출간한 책 ‘우리들의 차이에 직면하다’ⓒ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개신교 내 진보진영도 성소수자 문제엔 보수적 태도

하지만 동성애를 둘러싼 한국 개신교계의 논란은 기독교 근본주의에 바탕을 둔 보수진영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교적 진보적이라고 손꼽히는 교단들도 동성애와 성소수자 문제에 있어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수진영과 마찬가지로 논의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지난 9월 국내의 대표적 진보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목회지침’ 마련을 위한 연구를 허락해달라는 헌의안이 기각된 건 이런 현실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당시 기장 교단은 한국 교회의 또 다른 쟁점이었던 목회자 납세에 대해선 ‘찬성’했지만 끝내 성소수자와 관련된 안건은 기각되고 말았다. 기장 총회에 제출된 헌의안은 동성애 또는 성소수자에 대한 찬반 입장을 전제로 한 안건이 아니었음에도 결국 찬반 표결을 거쳐 총 투표자 438명 가운데 찬성 74명, 반대 258명, 기권 106명으로 기각되고 말았다.

동성애와 성소수자를 둘러싼 교회협 내부 교단들의 분위기도 좋은 상황만은 아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교회협 총무인 김영주 목사는 “교회협은 성소수자와 관련해 특정 입장을 두둔할 수는 없다”며 “교단별로 다른 신학적 입장을 토론의 장을 끌어내려면 이 정도 수준의 책은 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동성지향 가진 이들도 다른 이들과 같은 기준으로 교회 구성원 돼야

동성애와 성소수자 문제의 공론화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단서는 교회협이 출간한 책 ‘우리들의 차이에 직면하다’에 담겨있다. 이 책의 부제목은 ‘교회 그리고 게이, 레즈비언 교인들’이다. 교회가 단순하게 타자와 대상으로서 성소수자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교회 안에도 있을 성소수자 교인들을 어떻게 대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지에 대한 구체적 고민이 담겨 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출간된 이 책은 저자인 앨런 브래시 목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 졌다. 그는 동성애자를 만난 적도, 들어보지도 못한 채 자라다 동성애자인 친구의 삶을 접하고 성찰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북미와 유럽, 오세아니아의 많은 교회가 동성애 문재를 진지하게 토론하고 고민한다고 전한다. 그가 소속된 아테로아 뉴질랜드 장로교회에서는 1995년 “동성 지향을 가지고 있는 자도 다른 이들과 같은 기준으로 교회의 구성원이 되도록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그는 앞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강조하듯이 성서에 나온 일부 구절을 근거로 동성애를 단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지금으로부터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성서를 바탕으로 성령의 인도와 예수의 가르침이 아닌 성윤리를 찾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동성애는 어느 시대와 장소에나 존재했으며 동성애에 대한 오해와 탄압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교회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개신교가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를 중단하고 그들을 안을 수 있을까? 성소수자 교인들을 교회 밖으로 내치지 않을 수 있을까? 아테로아 뉴질랜드 장로교회가 그런 것처럼 “동성 지향을 가지고 있는 자도 다른 이들과 같은 기준으로 교회의 구성원이 되도록 한다”는 마음으로 성소수자들을 교회에서 품어낼 수 있을까? 쉽진 않지만 의미 있는 과정이 이제 막 시작됐다. 교회협 총무 김영주 목사는 “옳다, 그르다는 교회 입장들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각 교단이 건강한 토론 문화를 가지고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대화할 때 성숙한 인격을 가진 그리스도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다르다와 틀리다가 동의어로 쓰이는 한국 사회에서 대화와 소통으로 다양성 속의 일치를 꾀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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