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석 칼럼] 아베 총리에게 묻고 싶은 상식 한 가지
7인의사무또라이
7인의사무또라이ⓒ박건

2015년 12월 17일 산케이신문 전 한국지국장인 가토 다쓰야는 한국의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아베 총리는 2015년 12월 21일 도쿄 총리 공관을 찾아온 가토 전 지국장을 약 15분 동안 면담하였고 이 자리에서 “다행이다. 고생했다.”는 언급을 했다고 가토는 언론에 전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정계는 물론 외교 경로와 민간인까지 접촉하며 애를 쓴 일본 정부를 대표해서 아베 총리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아베 총리는 “한일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을 기대한다.”고 재판의 결과에 만족하는 발언도 그 전에 하였다.

이 재판은 2014년 8월 3일 가토 다쓰야가 산케이 신문 인터넷판에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시 행방불명, 누구와 만났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하면서 야기되었다. 8월 5일 한국의 보수단체는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가토를 형사 고발하였고 8월 7일 한국의 법무부는 그를 출국정지 시켰고 8월 9일 검찰이 소환을 통보하였다. 앞서 8월 8일 한국 검찰은 가토를 불구속 기소를 하였는데 그의 죄목은 고발과 같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가토가 그의 기사에 앞서 참고로 하였던 조선일보 칼럼을 쓴 최보식 선임 기자는 기소하지 않아 세간에 의구심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한국 검찰은 2015년 10월 19일 결심공판에서 가토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하였다. 이유는 “소문의 내용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전파성이 큰 인터넷에 보도하여 박근혜 대통령과 정윤회 씨 등 피해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것이었다. 덧붙여 “소문의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자신이 참고했다는 조선일보 칼럼 외에는 소문이 사실이라 믿을 만한 근거를 아직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등이었다. 아무튼, 한국의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는 앞서 말한 2015년 12월 17일에 “박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은 맞지만,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찰은 “법리적으로 모순되는 면이 있어 항소를 통해 다퉈볼 여지가 있지만, 외교부에서 한일 관계 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의 선처를 요청한 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꼬리를 내렸다.

산케이 신문 판결처럼 '7인의 전시'도 보호

이 사건이 진행 중인 2015년 10월 19일 산케이 신문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으로 돌아가 국제적인 상식에 입각한 판단을 해달라”고 밝혔고 가토 다쓰야는 “전례 없는 참사에 박 대통령의 행적은 특파원으로서 전해야 할 중대 사안이자 사회현상이라고 생각했다”고 최후 변론을 하기도 하였다. 결국, 정상적인 외교를 잘 풀고 있지 못한 나라의 외신이라 할지라도 표현의 자유와 언론 활동의 자유를 허용한 재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판결로 하여금 하루 전에 열었던 7인의 전시가 약간의 득을 보았다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이 전시의 제목은 “7인의 사무(또)라이” 전으로 송년을 맞이하여 한국의 갑갑한 정치 현실을 국민에게 시원 통쾌함을 주기 위한 미술기획으로, 출품된 작품의 주된 내용은 가토 다쓰야처럼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한국 검찰이 법률적인 다툼의 거리는 있으나 양국의 대승적 관계를 위하여 항소를 포기했듯 만약, 이 재판의 선고가 전시 중에 없었다면 과연 자국의 미술가들이 이 전시를 무사히 치를 수 있게 두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달리 생각해 보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술적인 비판을 법정에서 한 번쯤 다투어 볼 만한 한국 사회의 의제거리를 아베 총리의 노력으로 방해를 받았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아무튼 산케이 신문의 주장처럼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고 국제적인 상식”에 입각하여 허용해야 한다면 일면 다행이라 볼 수도 있겠다. 표현의 자유와 자국의 언론 자유를 보호하려는 아베 총리의 노력에 한국 7인의 사무(또)라이들이 득을 볼 줄이야? 일본어의 어감을 갖는 사무라이와 유사한 이 전시가 혹시 일본인들이 하는 전시로 오해해서 그런 건지 여하튼 한국의 12월은 정부나 검찰로서는 망신이 아닐 수 없는 연말이었던 것 같다.

필자의 추측이지만 여하튼 아베 총리 덕분에 7인의 사무(또)라이 전에 출품했던 박불똥 작가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과 전직인 그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에게 무슨 원한과 불만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그들의 이미지를 싸구려 현수막으로 출력 후 전시장 천장에 몇 번의 타카 질로 고정하여 커트 칼을 이용하여 계획 없이 내키는 대로 째 버린 후 관객이 자유롭게 가지고 놀도록 내버려 두고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동안의 한국에서는 믿기지 않겠지만, 일본의 언론사가 한국의 법원에 국제적인 상식을 주장하던 그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무사한 현실로 벌어진 것이다.

이제 한국은 현직 대통령의 비판이 다소 자유로운 국가로 한층 성장해진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박근혜 대통령은 이왕지사 본인과 관계된 그동안의 명예훼손에 관한 기소 건을 모조리 취하하여 자국 내 법 적용의 균형을 맞출 수 있길 바란다.

비주류사진관
비주류사진관ⓒ이병관

산케이 신문 가토 다쓰야를 대하듯 소녀상 문제도 심사숙고해야

이 지점에서 아베 총리에게 더불어 묻고 싶은 상식이 있으니 벌집 쑤시듯이 벌여 놓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 철거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다. 아베 총리와 박근혜 정부는 당사자인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를 배제한 채 무슨 협의를 했는지 모르지만 양 정부의 주장엔 약간의 이견도 보이고, 교토 통신에 의하면 아베 총리 스스로 이 소녀상의 선 철거를 강한 의사로 밝히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국제 규격의 예로 미국 연방대법원에 의하면 “공적인 토론에서는 명예 보호보다 표현의 자유가 우선이다”라는 입장이 확고하다. 이 과격하지 않은 작은 소녀상이 내포하고 있는 소박한 공적인 표현의 자유가 과연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양국 정부의 책임자들끼리 단숨에 강제로 철거할 수 있는 것인지 본국의 산케이 신문 가토 다쓰야를 대하듯 한 측면 더 심사숙고하여야 하지 않았겠는가 하는 것이다. 양국의 정부가 지향하는 이념이 민주주의의 근간이고 이 근간의 기초가 양국 국민의 표현에 대한 자유라면 양국 정부의 일방적인 협의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표현의 자유 이면에는 그 진실이 숨어 있으며 이 숨은 진실을 밝힐 기회를 차단하지 않음으로써 인류와 국가사회는 발전할 수 있고 과거를 정정할 수 있으므로 그 가치는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다.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에 많이 있으나 돈으로 바꾸기 어려운 국민의 권리까지 애써 바꾸려 하는 것은 뜻 깊은 이념을 수호하는 양국의 지도자가 할 바는 아니라고 본다. 때문에 성급하게 소녀상을 철거 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동상을 세운 당사자들이 스스로 철거에 동의하게 만드는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책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모색하는 노력이 먼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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