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상, 소녀상 이전 또 언급…한·일 누가 거짓말하나?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211차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211차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일본이 연일 '소녀상' 이전 문제를 언급하면서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강한 부인에도 '소녀상' 이전이 거론되면서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양국의 '진실 게임' 양상으로 확전될 모양새다.

일본 외무상 "소녀상 적절히 이전될 것으로 인식"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4일 각료회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녀상' 이전 문제와 관련해 "적절히 이전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소녀상 철거가 한국 정부가 설치하는 재단에 예산을 출연하는 조건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서울에서 (지난달) 윤병세 외교장관과 공동으로 발표한 내용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면서도 "적절히 이전될 것이라는 인식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기시다 외무상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국내에 전해지자 외교부는 "합의의 원만한 이행을 위해서는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일본 측의 언행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외교부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경고에도 소녀상 이전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최소한 한국과 일본 중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권한 아닌 상황을 애매하게 합의에 포함시켜
언제든지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어

일본에서는 합의 전후 소녀상과 관련해 '이전'이라는 일관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소녀상을 이전하는 것이 위안부 재단에 10억엔을 지출하는 '전제조건'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30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소녀상 이전이 재단에 돈을 내는 것의 전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과 내밀하게 확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앞두고 열린 양국 간 막판 교섭에서 일본이 10억엔을 내기 전 소녀상을 철거해달라고 요청했으며, 한국 정부가 이해를 표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외교부 측은 "일본 정부가 자국 언론을 동원해 이번 합의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만들고 기정사실화해 한국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상황을 인식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진실공방 등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 정부가 자초한 탓도 크다. 정부가 충분한 사전 설명 없이 최종 타결을 선언한 데다 협상 과정이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으면서 불신은 커졌다. 특히 한국 정부의 권한 사항이 아닌 소녀상 문제가 합의에 포함되고 표현마저도 '일본 정부의 우려를 인지하고,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으로 애매하게 들어가면서 일본이 언제든지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위안부' 기록물 세계기록 유산 등재 문제도 양국이 엇갈리게 바라보는 사안이다. 기시다 외무상은 이날 "이번 합의 취지에 비춰 한국이 위안부 관련 기록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에 합류할 생각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위안부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문제 역시 사라져가는 기록물의 보존을 위해 민간 주도로 추진중에 있어 정부에서 관여할 수 없는 사안"이라면서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이러한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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