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법적 강제력 없다’ 시인”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 이후 처음 열린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사진을 들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 이후 처음 열린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사진을 들고 있다.ⓒ양지웅 기자

외교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 공동 발표문이 법적 강제력을 갖는 국제법상 조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인했다.

송기호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는 12일 “외교부가 ‘이번 합의는 양국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장관이 공개적인 내외신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 국민과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공식입장으로 발표한 것’이라며 ‘발표내용과 관련하여 교환한 각서 또는 서한이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문서’ 없다는 외교부, ‘위안부’ 합의 조약 아니라고 스스로 인정한 것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211차 수요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위안부 소녀상 옆에서  피켓을 들고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211차 수요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위안부 소녀상 옆에서 피켓을 들고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지난달 28일 한일 외교장관이 ‘위안부’ 합의를 공동발표한 직후 합의의 성격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다. 국제법상 강제력을 갖는 ‘조약’에 해당하려면 양국이 서면형식으로 체결해야하는데, 당시 윤병세 외교장관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상이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한 외에는 공식적인 문서 교환이나 조약체결에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달 30일 송 변호사는 외교부에 ‘위안부 협상타결 발표문이 조약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문서’와 ‘발표문을 한일간 교환한 각서 또는 서한’을 공개할 것을 청구했다.▶정부, ‘구두약속’을 ‘조약’처럼 포장해 위안부 피해자 우롱했나

송 변호사는 “한일 외교장관 공동발표문을 내용으로 담은 문서가 없을 뿐 아니라 이를 교환한 각서나 서한도 없다는 이번 답변은 공동 발표문이 조약이 아님을 외교부가 확인한 것”이라면서 “‘위안부’ 합의가 조약이 아닌 국제법상 확약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국제인권법에 반하는 내용으로 성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외교부가 공동발표를 두고 ‘양국 국민과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공식입장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상이 지난 4일 일본 외무성 청사 기자회견에서 ‘이번 한일 양국 정부의 합의에 의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비가역적으로 해결됐다, 한국 정부의 명확하고 충분한 확약을 받아낸 것’이라고 발표한 것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한국과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했다는 한국의 발표를 국제적 약속 또는 확약 형태로 처리하기로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렇다하더라도 국제인권법에 반하는 내용의 약속이나 확약은 성립할 수 없다”며 ‘위안부’ 합의의 효력을 부정했다.

“국제공동체가 보호해야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 권리,
한국정부가 처분하거나 방기할 수 없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현문화공원 평화의 소녀상에 앞에서 이화여대 총학생회 소속 학생 등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 협상 폐기를 위한 시국선언을 진행 합의안을 폐기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현문화공원 평화의 소녀상에 앞에서 이화여대 총학생회 소속 학생 등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 협상 폐기를 위한 시국선언을 진행 합의안을 폐기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김철수 기자

<국제인도법 위반 피해자의 구제 및 배상에 관한 유엔 총회 결의>에 의하면 가해국은 ▲재발방지 위한 사법적 조치 ▲위반행위에 대한 신속, 철저한 객관적인 조사와 책임자 법적 조치 ▲피해자에 대한 공평하고 효과적인 구제와 배상의 의무를 진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명예·존엄성 회복 위한 공적 선언, 사실관계 확인과 책임인정이 포함된 공개적인 사과, 모든 수준의 교육 자료에 위반행위의 정확한 실상 명기 등의 조치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

그러나 한일 ‘위안부’ 합의는 일본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해 한국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을 세우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아베 총리의 사과의 뜻을 기시다 외상이 대신 ‘전달’했을 뿐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도, 피해자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완전한 배상을 위한 어떤 노력도 없었다. 합의 이후 국제사회에서 ‘위안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는 약속만 있을 뿐이었다.

송 변호사는 “유엔 총회 결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를 단순한 재산권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권리로 규정한다”면서 “이는 국제공동체가 보호해야할 책임이 있고, 한국이 그 책임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선언하거나 피해자들의 청구를 처분하거나 방기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외교부에 공동발표문 문안 내용과 발표 형식을 일본과 약속으로 처리하기로 한 문서의 공개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한일 외교 장관 공동발표 후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외교부가 '위안부' 합의관련 공식 문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그 효력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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