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가 ‘3대 무상복지사업(청년배당, 산후조리, 무상교복) 예산안에 대한 경기도의 재의 요구 지시를 최종 거부했다. 경기도는 이 사업들이 보건복지부의 ‘동의’를 거치지 않아 위법이라며 대법원에 제소하고 예산집행정지결정 신청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로 결정한 사업을 보건복지부가 당장 중단시킬 방법은 없다. 대신 정부는 지난해 12월 1일 개정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을 적용해 성남시에 돌아갈 교부세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은 정부가 지자체의 복지제도 신설시 사회보장법상 협의·조정결과를 따르지 않을 경우 지방교부세를 삭감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이에 맞서 성남시는 지방교부세 시행령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성남시는 “3대 무상복지는 헌법이 보장하는 지자체 고유 사무”라며 “지자체 고유 사무를 외압에 의해 중단하는 것은 결국 헌법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성남시 무상복지사업을 둘러싼 싸움은 법정으로까지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11일 <중앙일보>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이중잣대’라는 제목의 취재일기(기자칼럼)을 냈다.
그중 ‘한 법조인’의 발언을 인용한 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다. “헌재가 복지부의 손을 들어 줄 경우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 관련) 돈을 받은 시민은 부당이익을 챙긴 위법행위자가 되기 때문에 돈을 토해내야 하고, 예산을 집행한 공무원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돼 형사처벌 및 징계사유가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이 칼럼은 “사회보장기본법(26조 2항)에 복지제도를 신설 또는 변경할 경우 반드시 보건복지부와 협의하도록 돼 있는데 이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전제했다. 여기서 ‘협의’의 개념에 대해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데, 이 칼럼은 법제처가 “복지부의 합의 또는 승인이 없으면 위법”이라고 ‘명쾌하게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사업은 위법이며, 이 사업의 집행자와 수혜자까지 모두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와의 협의가 필수? 법적 구속력 없어
지방의회에서 하자 없이 의결된 예산 집행, 시민에겐 책임 없어
성남시는 보건복지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대 무상복지사업 전면 시행을 선언하며, 그 첫 걸음으로 지난 7일 3대 무상복지사업 중 하나인 산후조리지원에 나섰다. 첫 번째 수혜자는 지난 1일 남자 아기를 출산한 홍모(31)씨로, 산후조리비 명목으로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 25만원을 받았다.
그렇다면 <중앙일보>의 칼럼 내용처럼 홍씨는 법정 다툼 결과에 따라 산후조리지원비를 ‘토해내야’ 할 수도 있는 것일까. 성남시는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위법이 아닐 뿐더러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남시는 지자체가 복지사업을 시행할 때 중앙정부와 ‘협의’하도록 한 ‘사회보장법’ 제26조에 따라 복지부와 3대 복지사업에 대해 협의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이 사업에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협의’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중앙행정기관인 법제처는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제2항에서 언급되는 ‘협의’는 ‘합의 또는 동의’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이를 두고 정부와 경기도는 보건복지부와 ‘합의’하지 못했으니 사회보장기본법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협의’라는 법문을 두고 여전히 해석이 분분하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협의’ 자체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성남시는 보고 있다. 법제처 법령 해석 어디에도 “복지부의 합의 또는 승인이 없으면 ‘위법’”이라는 문구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법제처의 법령 해석은 법원에 있어서 참고사항일 뿐이지 유권해석 그 자체가 될 수 없어 그 자체로 위법 여부를 가릴 수 없다는 의미다.
특히 같은 법 조항에는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조정위원회가 이를 조정한다’고 나와있다. 만약 ‘협의’에 반드시 따라야 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위법이 되는 것이라면, 법원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지 별도로 위원회가 나서 이를 조정할 이유가 없다. 조정위원회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은 '협의' 자체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해당 칼럼은 성남시가 헌재에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결과에 따라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는데, 헌재는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사업의 위법성을 가리는 기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실이 아니다. 헌재는 지방정부의 복지 사무에 대한 중앙정부의 권한 침해 여부를 따지는 것이지 법령에 따른 3대 무상복지사업의 위법성을 따지는 게 아니다.
경기도가 대법원에 예산집행정지결정 신청을 한 데 따라 법원은 무상복지사업에 대한 집행정지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기존에 지급한 사업에 대한 소급 적용은 할 수 없다. 적법하게 시의회를 통과한 법령(조례)에 따라 사업이 시행된 것이므로, 공무원이나 시민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박영아 변호사는 “사회보장기본법에 나온 ‘협의’의 의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장에 부과된 것이지 의회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의회에서 의결된 조례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