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우리 딸 졸업 못 시켜서 미안해” 못난 아빠의 눈물
단원고 세월호 생존 3학년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참사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엄마 아빠가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단원고 세월호 생존 3학년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참사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엄마 아빠가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우리 예은이 졸업 못 시켜줘서 미안해. 졸업식 끝나고 맛난 거 먹으러 갔으면 좋겠는데···” 무뚝뚝한 아빠는 환하게 웃고 있는 딸 사진이 놓인 교실 책상에 앉아 편지를 썼다. 아빠 옆에서 예은이 할머니(73)가 서럽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할머니가 미안해. 할머니가 잘 못살아서 그래.” 서럽게 우는 할머니를 아들이 말없이 토닥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를 방문한 12일은 세월호 생존학생 등 86명의 졸업식이 진행된 날이다. 유가족들은 생존학생들과 함께 진행하려던 희생자 250명에 대한 명예졸업식을 실종자 9명을 모두 수습한 이후로 연기하고 합동분향소에서 별도의 ‘헌화식’을 진행했다. 유가족들은 헌화식을 마치고 희생자들이 생전에 공부했던 단원고까지 행진해 교실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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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오지 못한 250개 별을 위한 ‘헌화식’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단원고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식에서 유가족이 자녀의 영정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단원고에서는 생존학생 75명을 포함한 86명이 졸업했다.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단원고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식에서 유가족이 자녀의 영정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단원고에서는 생존학생 75명을 포함한 86명이 졸업했다.ⓒ양지웅 기자

단원고 생존학생의 졸업식이 끝나가는 시간에 안산시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합동분향소에서는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250명의 희생자를 위한 ‘헌화식’이 열렸다. 세월호 유가족 100여명과 시민 200여명이 헌화식에 함께했다.

청소년 단체 ‘학교 밖 청소년’ 김소희 양의 추모사로 식이 시작됐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는 저에게 일반적인 해양사고였지만, 2016년 1월 12일 세월호는 국가의 무능함에 죄없는 국민이 죽어간 참사입니다. 세월호 참사 637일이 지났지만, 진상규명은커녕 실종자 9명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나쁜나라에 사는 착한국민은 제2의 세월호 참사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나라가 ‘세월호를 잊으라’고 말하지만, 실종자가 돌아오고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단원고 2학년 4반 고(故) 김운기 군의 형 김인기 씨의 답사가 이어졌다. “세월호에 9명의 실종자가 있어서 우리는 졸업식에 갈 수 없습니다. 급급한 명예졸업식으로 세월호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희생자를 기억하고 진상을 규명해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한마디에 동생을 잃었습니다. 세월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절대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유경근 대변인은 졸업생에게 전하는 축사를 헌화식장에서 대신 전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오늘 졸업하는 여러분이 내 아이처럼 잘 커가기를 바라고 있어요. 여러분은 내 아이가 키우던 꿈을 함께 나누었던 친구이기 때문에, 내 아이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던 친구이기 때문에, 내 아이를 이 엄마아빠보다도 더 오랫동안 기억해줄 친구이기 때문에, 지난 637일 동안 참으로 서럽고 고통스러웠던 길을 잘 걸어와줘서 고마워요. 별이 된 250명 친구들과 열두 분의 선생님이 언제나 여러분들을 지켜줄 거에요.”

간단한 추모행사 이후 가족들은 하얀 국화꽃을 희생자의 영정 앞에 놓았다. 분향소 곳곳에서 오열이 터져 나왔다.

헌화식을 마친 세월호 피해 가족들과 시민들은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단원고까지 침묵행진을 진행했다.

유가족들의 멈추지 않는 눈물, “우리 교실을 지켜주세요”

세월호 참사 생존학생 등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3학년 명예교실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자녀의 빈자리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 생존학생 등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3학년 명예교실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자녀의 빈자리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양지웅 기자

세월호 유가족들은 분향소부터 들고 온 국화꽃을 자신의 아이들이 생전에 공부하던 단원고 교실 책상 위에 놓았다. 단원고 2학년 1반부터 10반까지의 교실 곳곳에서 유가족들의 서러운 울음 소리가 들렸다.

유경근 대변인도 국화꽃과 함께 딸이 좋아하는 쿠키와 젤리 사탕 등을 단원고 2학년 3반 교실 책상에 수북이 쌓았다. “졸업식 끝내고 짜장면 먹고 있어야 할 시간에···” 유 씨는 짧은 한마디를 내뱉고 한숨을 내쉬었다.

‘졸업식을 못한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못난 부모가 무슨 할 말이 있겠냐”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딸 책상 위에 놓인 방명록을 어루만졌다. 방명록에는 유씨가 딸 예은이에게 쓴 짧은 편지가 적혀있었다.

세월호 참사 생존학생 등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의 명예 3학년 교실에서 유예은 학생의 자리에서 아버지 유경근 씨가 쓴 편지가 보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 생존학생 등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의 명예 3학년 교실에서 유예은 학생의 자리에서 아버지 유경근 씨가 쓴 편지가 보이고 있다.ⓒ양지웅 기자

“우리 예은이 졸업 못시켜줘서 미안해. 늘 미안한 것 밖에 없구나. 요즘 아빠가 지혜가 필요해. 예은이가 조금만 더 도와주면 좋겠어. 졸업식 끝나고 맛난 거 먹으러 갔으면 좋겠는데···”

유 대변인 옆에서 예은이 할머니가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가 미안해. 할머니가 잘 못 살아서 그래. 우리 불쌍한 예은이···” 먼 거리를 행진해 온 할머니의 얼굴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됐다. 할머니는 예은이 사진을 쓰다듬으며 한참을 흐느꼈다. 교실 안은 할머니의 눈물과 유 대변인의 한숨 소리로 가득 찼다.

교실 밖으로 나온 유 대변인은 “세월호 교실을 보존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며 교실 존치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단원고 교실은 ‘학생을 위해 끝까지 헌신하신 선생님의 메시지’, ‘친구를 구하러 배안으로 들어간 학생의 고귀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교육현장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새로운 교육을 위해 교육청과 학교는 ‘기억교실’ 장기 보존 문제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신입생 입학을 위해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2학년 교실 10개를 졸업식 이후 학교 밖으로 옮겨 보존하는 방안을 유가족 측에 제시한 바 있다. ▶관련기사:1만3635명의 호소 “단원고 교실을 지켜주세요”

세월호가족협의회와 시민들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졸업하지 못한 단원고 학생들을 위한 추모식을 마친 뒤 단원고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날 단원고에서는 생존학생 75명을 포함한 86명이 졸업했다.
세월호가족협의회와 시민들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졸업하지 못한 단원고 학생들을 위한 추모식을 마친 뒤 단원고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날 단원고에서는 생존학생 75명을 포함한 86명이 졸업했다.ⓒ양지웅 기자

단원고 졸업식장과 합동분향소 인근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하는 시민 행동도 이어졌다.

시민들은 졸업식이 열리는 단원고 정문 앞에서 “고마워요 응원할게요”, “미안해요 다 어른들 잘못이에요”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세월호 생존학생 등을 응원했다.

단원고 졸업생과 안산지역 청년·학생 등 200여명은 이날 헌화식 이후 합동분향소부터 단원고까지 거리행진을 하며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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