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총영사관 앞 ‘사람 소녀상’, 시민 응원 ‘봇물’
“굴욕적인 매국 협정 위안부 합의 반대. 저를 지켜주세요” 지난 7일부터 부산시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이어지고 있는 사람소녀상 1인시위. 13일과 11일 각각 조수연(27), 권누리(23) 씨가 소녀상 시위에 나섰다.
“굴욕적인 매국 협정 위안부 합의 반대. 저를 지켜주세요” 지난 7일부터 부산시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이어지고 있는 사람소녀상 1인시위. 13일과 11일 각각 조수연(27), 권누리(23) 씨가 소녀상 시위에 나섰다.ⓒ진군호

“위안부 할머니들이 반대하는데 사죄없는 합의라니요”
“우리가 소녀상을 지키겠습니다”

요즘 낮 12시가 되면 부산시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에는 매일같이 살아 있는 소녀상이 나타난다.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 발표 이후 벌써 2주째다.

흰색 저고리와 검은색 치마를 입은 ‘사람 소녀상’은 영사관을 등지고 나무의자에 꼿꼿이 앉아 “굴욕적인 매국협정 위안부 합의반대. 저를 지켜주세요”라고 외치고 있다. 이들은 체감온도가 영하를 가리키고, 칼바람이 이는 날씨에도 꼼짝도 하지 않고 진짜 소녀상이 된 것처럼 한 시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산엔 93세의 이막달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로 남아 있지만, 서울과 달리 아직 청동으로 만든 ‘평화의 소녀상’이 없다. 그러나 지난 7일부터 고등학생과 대학생 등 여성들이 스스로 '평화의 소녀상'을 대신하고 있다.

우선은 우리겨레하나되기 부산운동본부(이하 부산겨레하나)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이 주축이 돼 소녀상으로 나섰다. 고2인 전옥지(18) 양을 시작으로 권누리(23), 김주연(22), 강하늘(22), 조수연(27), 15일 김지희(25) 씨까지 6명의 회원이 소녀상을 자처했다.

수요시위가 있었던 13일에는 이름을 알리지 않은 한 경성대 여학생이 직접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로 참가신청을 해와 하루 동안 사람 소녀상이 됐다.

이들은 모두 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들에게 직접적이고 진심 어린 사죄와 배상이 뒤따르지 않는 이번 한일 간 협상은 무효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이전하지 않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람 소녀상을 앞을 오가는 시민들도 응원 물결을 보내고 있다. 어떤 택시 승객은 두툼한 장갑을 건네고 가고, 한 시민은 사람 소녀상 옆 빈 의자에 말없이 음료수를 놓고 가기도 했다. 인근 웨딩숍의 한 시민은 사람 소녀상이 추울까봐 어깨에 숄까지 둘러주며 지지를 보냈다.

시민사회의 지지방문도 잇따랐다. 14일에는 부산 수영구에 민족과여성 위안부 역사관을 운영하고 있는 김문숙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이사장이 다녀갔고,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설기관인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은 사람 소녀상이 된 여학생들의 점심식사를 책임지기도 했다.

참가 열기도 시간이 갈수록 관심이 식기는커녕 더욱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부산겨레하나의 김유란 미디어홍보부장은 “어제는 한 남학생이 동참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오는 등 참여자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겨레하나는 SNS를 통해 사람 소녀상이 될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꼭 여성이 아니어도 위안부 문제에 관심과 뜻이 있다면 누구나 1인 시위에 함께할 수 있다”는 말을 강조했다.

지난 8일 고등학교 2학년인 전옥지(18) 씨가 살아있는 소녀상이 되어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앉아있다.
지난 8일 고등학교 2학년인 전옥지(18) 씨가 살아있는 소녀상이 되어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앉아있다.ⓒ진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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