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사표 던진 ‘섹스 스폰서’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의 ‘철판’ 행보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뉴시스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 900여명 중 눈길을 끄는 인물이 있다. 바로 2010년 ‘섹스 스폰서 검사’로 전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이다.

박 전 지검장은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 남구갑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내건 캐치프라이즈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 박기준과 함께!’다. 그는 출마선언문에서 현재 새누리당 중앙연수원 부원장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과 부장검사 경력 등을 내세우면서 “비정상의 정상화, 경제활성화라는 국가적 과제를 완수하고 자유민주주의 헌법가치를 지키면서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드리고 울산 그리고 남구갑 주민들을 섬기는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선언문의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문구가 의미심장하다. 박 전 지검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역 건설업체 사장 정모씨로부터 금품과 성접대를 받았으며, 이 같은 내용은 2010년 4월 방송된 MBC PD수첩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당시 접대 리스트에는 박 전 지검장 뿐 아니라 한승철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부산.경남 지역 검사 100여명 등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당시 PD수첩 제작진과의 통화에서 “기억이 잘 안 난다”, “(정 사장의) 정신이 이상하다” 등의 황당한 해명으로 전면 부인했으나, 복수 관련자들의 증언과 정 사장과의 통화 내용까지 방송되면서 의혹은 사실이 됐다.

검찰 조직의 면죄부, 박기준 '철판 행보' 토대 만들어준 꼴

이처럼 사회적으로 강한 지탄을 받은 사건의 중심에 서 있었던 박 전 지검장이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는 이른바 ‘철판 행보’가 가능했던 데엔 검찰 조직의 제식구 감싸기식 면죄부가 있었다.

당시 검사 성접대 논란이 일자 검사징계위원회는 그해 6월 징계위원회를 열고 박 전 지검장과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을 면직 결정했다. 하지만 검찰의 자체 징계로는 검찰 조직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 여론을 불식시키기에 부족했다.

결국 이들을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특별검사법이 발의됐고, 민경식 특검팀은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 등 전현직 검사 4명을 기소했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던 박 전 지검장의 성접대 등에 대해서는 “시효 내에 접대사실이 없고 2009년 6월 정씨와 식사한 것은 뇌물로 볼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용두사미’로 끝나고 만 당시 특검 수사는 특별검사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환기시킨 결과를 낳는 데 그쳤다.

당시 특검팀의 특별검사와 특별검사보는 변호사 출신이었지만, 이 둘을 제외한 나머지 실무진들은 대부분 현직 검사나 검찰 수사관들이었다. 특검이 구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검사’가 검사를 수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제식구 감싸기’, ‘면죄부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지검장은 사표를 제출하고 2011년 변호사 개업(법무법인 이룸)을 한 후 2013년 울산 분사무소까지 개설하면서 변호사로 승승장구했다. 변호사법 제5조에 따르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거나 탄핵 혹은 징계처분에 의해 파면, 해임, 면직된 이들은 일정 기간 동안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지만 면죄부를 받은 박 지검장의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현재 울산 학성중 총동창회장과 ‘울산가정법원·고등법원외재판부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는 등 울산에서 광범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당시 검찰의 공정한 수사와 그에 따른 합당한 사법 처분이 이뤄졌다면 ‘섹검’ 꼬리표를 단 박 전 지검장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는 파격 행보가 이렇게 수월할 수 있었을까.

Copyrights ⓒ 민중의소리 & vop.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