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무연고 주민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 사랑의 쉼터에서 열린 故김철구 씨 주민장례
서울 종로구 돈의동 사랑의 쉼터에서 열린 故김철구 씨 주민장례ⓒ민중의소리

“김철구 씨, 아직 젊은 나이에 이 세상의 신산한 삶을 마감하셨구려. 제 뜻대로 살 수 없어 힘들었던 세상이었지만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소서. 당신의 삶의 흔적을 기억하고 추모하고자 작은 자리 만들었으니 부디 위로가 되소서”

상주의 추모사처럼 제단 위 영정 사진 속 고인은 젊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불과 53세로 세상을 등지기에 고인은 아직 너무 젊었다.

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돈의동에 위치한 ‘돈의동 사랑의쉼터’에서 故김철구 씨(53)의 작은 추모식이 열렸다. 연고가 없어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고인을 위해 돈의동사랑의쉼터와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 두 단체가 상주를 맡았다. 6평 남짓한 추모식장에는 40여 명의 주민들로 발 디딜 곳이 없었다.

가족 품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고인, 끝내 무연고자로 세상 떠나

고인은 돈의동 쪽방촌 103번지에서 10여 년 간 홀로 살다 지병으로 지난 8일 끝내 숨을 거뒀다. 지병의 원인은 ‘술’이었다.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고인은 평소 말이 없었지만 술을 마시면 시비를 걸거나 폭력을 행사해 이웃들과 이따금 마찰이 있기도 했다. 젊은 시절 가족이 있었지만 부양하지 못하고 홀로 사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렇게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술로 푸는 날들이 이어지던 어느 날 고인은 병원으로부터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웃 주민 박동기 씨(62)는 “(고인이)2달 전 술을 끊었는데 이미 몸이 많이 안 좋아져서 이렇게 된 것 같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결국 고인은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은 채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했다.

장례 절차도 없는 무연고자 처리 바뀌어야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돈의동 쪽방촌 주민 이해완 씨(65)에 따르면 1년에 쪽방촌에서 숨을 거두는 사람은 2,30명 정도. 이들 중 대다수는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 무연고자다. 홀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씨는 “생전에는 친척들 생일이나 제사 때 찾아가기도 하는데 막상 죽으면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동안 무연고이거나 경제 형편이 어려운 경우 장례절차 없이 곧바로 ‘직장(直葬) 처리’ 되어 주민들은 ‘나도 저렇게 처리되겠지’하는 불안과 절망감을 느껴왔다.

돈의동사랑의쉼터 이화순 소장은 “무연고 죽음의 경우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곧바로 화장장으로 가는데 이런 비인간적인 관행을 바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주민들도 "이렇게 해주니 너무 좋은 거 같다. 올해를 계기로 앞으로도 계속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인은 오는 29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서울 시립 용미리 무연고 추모의 집에 안치된다.

돈의동 쪽방촌 방 내부 모습
돈의동 쪽방촌 방 내부 모습ⓒ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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