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녀상 지킴이’ 대학생들 소환해 ‘배후세력’ 캐물은 경찰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일본군 ‘위안부’ 한일 합의 반대 집회 주도 혐의로 소환된 대학생들이 자진출두하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일본군 ‘위안부’ 한일 합의 반대 집회 주도 혐의로 소환된 대학생들이 자진출두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미신고 불법 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소녀상 지킴이’ 대학생에게 경찰이 ‘배후세력’ 등을 집중 조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대학생들에게 ‘특정 정당에 가입했는지’, ‘집회 참여 단체의 목적과 성격이 무엇인지’, ‘농성 과정서 물품을 지급한 단체가 누구인지’ 등을 추궁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정치적 색깔을 씌워 처벌하기 위한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22일째 ‘소녀상 지킴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대학생 6명이 2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앞서, 경찰은 작년말과 올해초 열린 ‘한일 위안부 협상’ 반대 문화제 등을 주최한 대학생 등 8명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출석요구서를 보낸 바 있다.

‘집시법 위반’ 혐의로 불러 ‘배후세력’ 조사
‘위안부 집회’ 정치적 색깔을 씌워 폄훼하려는 시도?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1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1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이날 경찰의 출석요구에는 6명의 대학생이 응했고, 조사는 40여분간 진행됐다. 피내사자 신분으로 출석요구를 받은 대학생들은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경찰은 대학생들에게 ‘위안부 문화제’에 함께하는 단체들의 성격과 목적을 추궁했다.

대학생들의 말을 종합하면 경찰은 조사자들에게 ‘특정 정당에 가입했는지’, ‘집회 참여 단체들의 목적과 성격이 무엇인지’, ‘대학생 시국선언을 주도한 단체와 개인이 있는지’, ‘농성장 물품을 지급한 단체와 개인이 누구인지” 등을 물었다. ‘기자회견을 빙자해 미신고 집회를 한게 아닌가’ ‘불법집회로 시민 통행을 방해했다’ 등의 집시법 위반 관련 질문도 있었지만 “극히 일부였다”고 대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조사대상자들은 이날 경찰의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조사를 받은 정수연 평화나비네트워크 간사는 “조사과정에서 80% 이상이 문화제에 참여한 단체들의 성격과 목적을 묻는 질문”이었다면서 “불법집회를 조사하려는 것인지 문화제를 뒤에서 조종한 배후세력을 찾아내려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협상 이후 ‘평화의 소녀상’ 앞에 모인 수많은 사람은 올바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했다”면서 “(위안부 문화제에) 정치적인 색깔을 씌워 폄훼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인들은 해당 조사를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든 무리한 수사’라고 봤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불법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불러서 단체의 목적과 성격을 집중 조사했다는 것은 수사 범위를 넘어서는 불필요한 정보수집행위로 볼 수 있다”면서 “특정 단체의 성격과 집회를 엮어 위안부 문화제의 본질을 왜곡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변’ 송기호 변호사는 “집시법 위반 혐의와 관련없는 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수사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화롭게 진행된 기자회견·문화제에서 구호를 외치고 피켓을 들었다는 것이 불법이라는 경찰의 해석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에 전면 위배된다”라면서 “해당 수사 자체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사를 진행한 서울 종로경찰서 지능팀 관계자는 ‘배후세력을 왜 조사했는지’ 묻는 질문에 “통상적으로 조사 할 때 묻는 내용”이라며 “(해당 질문)에 대학생들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대학생들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고, 조만간 검찰과 협의해서 입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출석에 앞서 대학생들은 ‘한일 위안부 협상’ 반대 목소리를 탄압하는 경찰과 정권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을 경찰이 국민을 탄압하는데 악용하고 있다”면서 “위안부 협상 폐기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경찰의 모습은 일제 강점기 민족의 외침을 짓밟는 악질순사의 모습과 같다”고 비판했다.

Copyrights ⓒ 민중의소리 & vop.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